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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오=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여행의 형태와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있는가 하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쉬고 싶은 여행도 있다. 휴양을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기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난의 보아오 러청 지역은 후자에 가까운 여행지라 할 수 있다. 하이난의 바다와 땅이 여행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면, 이 지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의 몸과 건강'을 떠올리게 했다.
하이난 하면 흔히 해변과 리조트를 먼저 떠올리지만, 러청에서는 의료와 건강을 관광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중심에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선행구가 있다. 병원과 신약·의료기기 관련 시설, 재활센터, 건강관리시설 등이 집적된 의료특구로, 중국 정부가 의료산업 개방과 의료관광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이링 생명양호센터에서 치료 체험하는 필자 [사진/성연재 기자]
◇ 의학과 여행의 결합 가능성 엿보이는 보아오 러청
현지 '국제 혁신 의약품·의료기기 전시관'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중국 본토에서 아직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러청에서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해외 신약과 의료기기들이었다. 러청의 핵심은 이른바 '선행선시' 정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승인·사용되고 있지만 중국 내 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은 일부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특별 절차를 거쳐 러청에서 먼저 도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해외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 600여 종이 러청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이용한 환자도 최근 연간 약 12만3천명에 달한다. 정책의 범위도 계속 넓어지고 있다. 2024년에는 일부 건강 관련 제품 등의 도입 범위가 확대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줄기세포 등을 포함한 일부 해외 세포치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러청 국제의료관광선행구에 대한 설명하는 관계자 [사진/성연재 기자]
외국 자본의 의료기관 투자 문턱도 낮아졌다. 러청 관계자는 2024년 9월 이후 외국 자본이 100% 출자하는 독자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해외 의약품과 의료기기에는 관세 우대 등 세제 혜택도 적용돼 글로벌 제약·의료기기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할 때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러청의 특징은 병원과 의료시설을 한곳에 모아놓은 데 그치지 않는다. 건강검진과 질병 조기진단부터 치료, 재활, 장기 체류형 휴양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의료'와 '관광'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하이난성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러청을 찾은 의료관광객은 연인원 86만5천300명으로 전년보다 109.1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의료관광객이 64만800명에 달했으며, 해외 의료관광객도 7천678명으로 늘었다.
하이난 여행이 바다와 휴양에서 시작됐다면, 러청은 그 범위를 건강과 치료, 회복의 영역까지 넓히고 있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관광지를 넘어 몸을 살피고 삶의 질을 돌아보는 곳. 러청이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 달라질 여행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러청 국제의료관광선행구 [사진/성연재 기자]
◇ 치료 넘어 휴양까지…하이난이 키우는 의료관광
중국 국무원은 2013년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선행구 설립을 승인했다. 해외 의료기술과 의약품을 적극 도입하는 동시에 의료와 관광·휴양을 결합해 하이난을 국제적인 의료관광 목적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청의 의료관광 모델은 현지 의료기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아오 이링 생명양호센터는 단순히 진료받고 돌아가는 병원이라기보다 일정 기간 머물며 검진과 건강관리, 재활을 받는 체류형 의료기관에 가깝다. 영상의학 진단과 건강검진, 정밀의학, 심혈관·대사질환 관리, 재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밀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건강관리와 재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침과 마사지 등 중국 전통 의학도 접목한다. 필자 역시 이곳에서 약 1시간 동안 중의학 진료를 직접 받아봤다. 의료진이 전신을 촉진(몸을 만져 진료함)한 뒤 관절과 근육 등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등과 허리를 집중적으로 관리받은 뒤 평소 앓던 디스크 증상이 일부 완화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아오 이링 생명양호센터 [사진/성연재 기자]
재활 공간에는 보행훈련 시스템과 재활 로봇 등이 갖춰져 있으며 침 치료와 마사지도 함께 이뤄진다. 다도와 향도, 서예 등 중국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일반 병원의 '검사-진료-귀가'와 달리 검진과 예방, 재활, 건강관리, 문화 체험을 하나의 체류 일정으로 묶은 셈이다.
러청이 지향하는 의료관광은 치료받은 뒤 곧바로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일정 기간 현지에 머물게 하는 모델이다. 기존 휴양 중심의 하이난 관광에 정밀검진과 신약, 첨단 의료기술, 재활이라는 새로운 방문 목적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해외 신약과 의료기기를 먼저 도입해 활용하고 실사용 데이터를 본토 허가와 연결하는 제도에 세포치료, 외자 의료기관 투자, 세제 지원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지역을 떠나면서 더 오랫동안 휴양하며 건강을 챙기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30일이라는 시일은 다소 모자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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