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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개발협력(16): 자원의 저주에 걸린 모잠비크

입력 2026-09-01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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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 남동부 인도양 연안에 길게 자리 잡은 모잠비크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곳이다. 필자도 가보기 전까진 어떤 곳인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막상 두 눈으로 보니 커다란 고래상어들이 유영하는 바다와, 길게 펼쳐진 해변이 인상적인 무척 아름다운 나라였다. 하지만 천혜의 풍경보다 더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이 아름다운 풍경 뒤에 숨겨진 모순과 역동성이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모잠비크는 독립 후 사회주의를 택하였고, 냉전 시절 동안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북한으로부터 군사 훈련과 농업 기술 등 다양한 지원을 받기도 하였다. 모잠비크의 나이 든 관료 중에는 평양에서 연수를 받은 사람이 있기도 하다. 수도인 마푸투에는 '마오쩌둥 거리'를 비롯하여 '김일성 거리'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모잠비크는 이제 과거의 이념을 넘어서 세계가 주목하는 기회의 땅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수도 마푸토의 '김일성 거리'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변화의 중심에는 막대한 천연자원이 있다. 특히 모잠비크 앞바다에서 발견된 엄청난 매장량의 천연가스는 국가의 운명을 바꿀 만한 거대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 전후로 북부 앞바다에서 대형 가스전이 발견되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앞다투어 모잠비크로 몰려들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며 단숨에 아프리카의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가스 생산이 본격화되면 국내총생산이 몇 배로 뛸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되었다. 마푸투 해변에는 호텔이 들어섰으며, 외국 기업들이 줄지어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풍부한 자원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보다는 심각한 부패와 갈등의 씨앗이 되어버렸다.




아프리카 모잠비크 지도

[제작 양진규]


가스전 발견 이후 모잠비크 정부는 참치 어선단과 해안 경비를 명분으로 세 개의 국영 기업을 세운 이후에 외국 은행으로부터 가스전에서 나올 미래 수입을 담보로 20억 달러를 빌렸다. 이 숨겨진 부채로 인하여 외부의 지원이 끊기고 모잠비크의 경제는 바닥을 쳤다. 앞바다에서 가스전이 발견된 북부 카부델가두주의 상황은 심각할 정도이다. 주민 대부분은 가스전 발견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이슬람 무장 세력의 공격이 시작되어 가스전 개발이 막히고 많은 사람이 실향민이 되어 버렸다.


모잠비크는 천연가스로 인해 자원의 저주에 빠진 것이다. 자원의 저주란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가 오히려 자원이 부족한 국가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며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역설적인 현상을 말한다.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가 막대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자원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명확하다. 막대한 자원 수익이 국가 시스템과 제도를 거쳐 국민에게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고, 소수 지배 엘리트 계층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원 수익에만 의존하다 보니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책임 정치도 실종된다. 제조업이나 다른 기간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게 되어 국가 경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 치명적으로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로 고착화된다. 모잠비크 역시 천연가스로 벌어들인 엄청난 국부가 투명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정치인과 관료들의 부패로 이어졌다.


모잠비크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와 인터뷰는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북유럽 출신인 WFP 직원은 모잠비크와 다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가 개발도상국, 특히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모잠비크와 같은 자원 부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사하라이남 민주주의 국가는 나름의 선거를 치르고 다당제를 유지하며 민주주의 국가인 척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치권력을 장악한 엘리트들이 자원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 사유화하는 수단으로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 선거는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연장하고 자원 독점을 합법화하는 요식 행위로 전락해 버렸다. 그 과정에서 국가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모잠비크 역시 선거를 치르고 있고, 야당도 있다. 하지만 1975년 독립 이후 프렐리모(모잠비크해방전선)는 집권당으로 50년 넘게 모잠비크를 통치하고 있다.




모잠비크 세계식량계획(WFP) 지부 방문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현실은 중동의 왕정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국가들은 민주주의가 아닌 왕정을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오일 머니를 국가 인프라 구축과 국민 복지, 그리고 산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통치 체제가 왕정이냐 민주주의냐 하는 형식적 틀보다는, 국가 지도부가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분배하는지에 대한 제도적 역량과 의지가 국가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무늬만 민주주의인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 세력 간의 부패한 쟁탈전이 국가를 병들게 하며, 결과적으로 풍부한 천연자원이 민주주의의 성숙과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결국 자원의 저주는 운명이 아니라 제도가 가져온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잠비크의 미래를 절망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분명한 것은 모잠비크가 여전히 거대한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지닌 국가라는 점이다. 투명한 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치적 부패를 척결하며, 가스전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을 국민 교육과 경제 발전을 위한 인프라에 제대로 재투자할 수 있다면 모잠비크는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고래상어가 평화롭게 유영하는 모잠비크의 바다는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모잠비크의 앞날 또한 자원의 저주에서 벗어나 맑고 잔잔하길 바라본다.




모잠비크의 해변가 풍경

[김영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영완 교수


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아이오와대학(University of Iowa) 정치학 박사,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개발협력 석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사회과학단 전문위원(2022∼2024), 현 외교부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 민간전문가.


joongki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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