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부산 남구 '오방가르드', 관객 스탠딩 호응에 영업정지 2개월 위기
"식당도 정식 공연장도 아닌 현실"…'소규모 음악공연장' 신설 청원 봇물

[인스타그램 'ovantgarde' 게시물 캡처본.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부산에서 8년째 인디 음악과 로컬 뮤지션들의 명맥을 이어오던 대표적인 라이브 공간이 두 달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간에서 관객들이 탁자와 의자를 치운 채 서서 춤을 추며 공연을 관람했다는 이유로, 구청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동종업계인들과 관객들은 "소규모 공연 문화의 특성을 무시한 기계적 법 적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전문가들 역시 "시대에 뒤처진 규제가 지역 인디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30년 묵은 '춤 규제' 덫 걸린 부산 인디 '모세혈관'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남구청은 이달 초 인디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의 식품위생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영업정지 2개월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2018년 부산 남구 대연동에 문을 연 오방가르드는 부산 지역 신진 뮤지션을 발굴하고 인디 밴드와 대학 동아리 등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온 소규모 라이브 복합문화공간이다.

[오방가르드 제공]
까다로운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정식 공연장 등록 요건과 음료 판매라는 현실적 제약 탓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운영해 왔으나, 8년 동안 꾸준히 라이브 공연을 기획하며 지역 인디 씬(독립 음악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오방가르드 이승철(39) 대표는 "지역의 라이브 공간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정책적 한계 등으로 문을 닫는 현실이 안타까워 오방가르드를 시작했다"며 "지역 인디 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문화 생태계의 '모세혈관' 같은 기능을 해왔고, 현재 부산은 물론 수도권 음악인들까지 교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에서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부산 남구청 환경위생과는 이달 초 민원 접수에 따른 현장 단속을 벌여 오방가르드 내 테이블과 의자가 없는 스탠딩 상태에서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이라도 조례에 따라 객석에서 춤추는 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탁자와 의자가 모두 치워진 스탠딩 형태로 운영된 오방가르드는 현행 조례 예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방가르드 제공]
◇ 음악계·관객 한목소리 반발… "지자체 조례 넘어 법률 개정해야"
일시적 운영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음악계와 관객들의 거센 반발과 연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자음악가 '키라라'는 지난 19일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방가르드가 "창작 음악을 만들어 발표하는 인디씬에서 너무도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표현하며 "어떤 음악가들은 앨범을 내면 부산 쇼케이스를 할 공연장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회전자청원 게시판 캡처]
같은 날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식품위생법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등록 하루 만에 정식 심사 요건을 달성했다.
라이브공연 관객 모임 '락장놀'도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소규모 음악공연장' 등록 유형 신설과 식품위생법 개정을 촉구하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관객모임 '락장놀' 보도자료 캡처]
이 대표는 "공연 취소에 따른 위약금과 뮤지션들의 피해, 2개월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대단히 큰 상황"이라며 "처분이 끝난 뒤에도 다시 문을 열겠다는 의지는 확고하지만, 법령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어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창작 음악과 영세 문화 공간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오방가르드 같은 소규모 라이브 클럽은 대형 공연장에 서기 힘든 음악가들이 팬들과 꾸준히 호흡하며 음악을 알리는 중요한 문화적 공간"이라며 "수십 년간 영세 음악 문화의 존재 방식과 미흡한 법적 제도에 무관심했던 결과가 이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부 지자체 조례로 땜질 처방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전국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소규모 라이브 공간'이라는 별도 역할과 허용 기준을 규정하는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스타그램 'ovantgarde' 스토리 캡처본.재판매 및 DB 금지]
seohyoju@yna.co.kr
제보용 카카오톡 친구추가 ID는 'okjebo'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