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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방 3곳 벽이 축축"…3년째 '빗물'과 싸우는 부부

입력 2026-08-23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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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 등 책임 회피에 소송 제기…정신적 피해·경제적 부담까지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은퇴 후 평온한 노후 삶을 꿈꾸던 A씨(61)·B씨(59) 부부의 일상은 3년 전부터 완전히 멈춰 섰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부부는 어김없이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친다. 비가 내릴 때마다 천장 윗부분부터 일부 벽면 전체가 심각하게 빗물로 젖기 때문이다.




최근 내린 비로 누수가 심한 방안 모습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빗물이 스며드는 주된 곳은 위층 세대의 발코니 창호(섀시)를 따라 연결된 방 3곳. 특히 한 방의 경우, 벽면을 따라 번져 나간 습기가 전기 콘센트 부근까지 침투해 누전이나 감전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편안한 은퇴 생활을 즐기려던 부부의 계획은 완전히 헝클어졌다.


3년이라는 시간 부부에게 남은 것은 비가 올 때마다 가슴을 졸이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이미 1천만원을 훌쩍 넘겨버린 민사소송 및 건물 정밀 검사 비용, 그리고 깊은 고립감뿐이다.


◇ "결로입니다"…회피와 방관의 관리사무소


2023년 9월 처음 벽면이 심각하게 젖는 것을 발견했을 때 부부는 가장 먼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원인 파악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냉담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아파트 건물 자체의 구조적 하자나 공용부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해당 세대의 환기 부족으로 인한 '결로 현상'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현행법상 인접 세대 간 분쟁이나 검사 협조를 강제로 중재하고 조사할 강제 규정이 없다 보니 결국 피해자가 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돈과 시간을 들여 법원 문을 두드리는 것뿐이다.


2년 동안 사실상 방관하던 관리사무소는 부부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관리 부실 및 직무 유기에 관한 형사고소 검토 내용증명을 발송하고서인 지난해 9월에야 정밀 진단에 나섰다.


외벽 균열 30%, 위층 섀시 손상 등으로 70%라는 누수 책임 결과가 나왔다.


위층 세대는 정밀 검사 결과나 정황 제시에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섀시 실리콘 공사를 하면 10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협조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A씨는 밝혔다.


정밀진단 뒤 관리사무소는 외벽공사를 했다고 주장하나 벽면 빗물 누수가 계속돼 부부는 결국 지난해 11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위층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 법의 허점과 지자체 뒷짐…사각지대에 갇힌 피해자


A씨 부부 사례는 단순히 한 아파트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공동주택 누수 피해 관리 체계의 심각한 법적·행정적 허점을 명백히 드러낸다.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집합건물법) 제6조에 따르면 건물 훼손이나 누수 등의 원인이 공용부분에 있는지 전용 부분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공용부분'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명시적 법률 조항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감독권을 행사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지자체는 오직 '공동주택관리법'만을 행정 지도 및 중재의 근거로 내세우며, "누수 원인이 과학적·객관적으로 명확히 밝혀져야만 중재나 감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인 규명 자체가 까다롭고 책임 공방이 치열한 누수 사고의 특성상 피해 주민은 사설 검사비와 소송비를 부담하며 외로운 법정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내린 비로 누수가 진행된 벽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 절실


A씨 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변호사 선임료와 법원 감정비 등 1천만원이 넘는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


B씨는 "하루빨리 객관적 진실을 밝혀내고 빗물 침범을 근본적으로 막아 잃어버린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률의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의 실제 피해에도 위탁관리사무소가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태에 대해 지자체가 시정명령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보고·자료 제출 요구와 필요한 명령 등 광범위한 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공용부분인지 전유부분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누수에 대해 관리주체(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원인조사를 명할 수 있는지는 법령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행정에서는 누수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민사상 분쟁으로 판단해 적극적인 개입을 꺼린다.


결과적으로 관리주체가 적극적인 원인 규명에 나서지 않을 경우 피해 입주민은 민사소송 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을 보완해 공용·전유 여부가 불명확한 누수 등에 대해 관리주체가 원인조사를 실시하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거나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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