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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범의 AI 혁신 스토리] AI 시대 교육 원칙…질문부터 바꿔야

입력 2026-08-20 11: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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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객원교수

[본인 제공]


"교수님, 과제에 AI를 사용해도 되나요?"



필자는 지난해 'K-VIBE' 칼럼에서 이 질문을 화두로 대학 교육과 생성형 AI에 대한 글을 썼다. 당시에도 결론은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AI)을 사용했느냐보다 어떤 과제를 냈는지, 학생이 무엇을 생각하고 판단했는지,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지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돌아보니 필자 역시 질문을 충분히 크게 던지지 못했던 것 같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대학 강의실 안에서 AI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 두 개의 질문, 하나의 목적지


최근 이병욱 충남대 기계공학교육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정작 관련 산업 인력을 길러낼 직업계고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는 제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직업교육과 진로 교육 정책을 연구해 온 그의 문제 제기는 간명하다.


산업은 미래를 향해 달리는데 교원 양성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인력양성 사업은 대학 쪽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올해 'AI 중심대학(전환)' 사업을 통해 가천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순천향대·숭실대·연세대 등을 선정하고, 총장 직속 전담 조직 신설과 전교생 AI 기초교육 의무화를 추진하도록 했다.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항공우주 분야에 'AI+X' 융합 부트캠프 운영대학 10곳을 선정했다. 고등교육 단계에는 예산과 제도가 몰리는데, 그 산업 현장의 기능 인력을 배출하는 직업계고의 교원 양성은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셈이다.


비슷한 시기 교육의 다른 층위에서도 유사한 질문이 나왔다. 성균관대가 캐나다 토론토대와 공동으로 지난달 27일 서울 인문 사회과학 캠퍼스에서 연 '2026 서울 포럼'(Seoul Forum on AI and University)이다. 주제는 '생성형 AI 시대, 대학의 미션 재고'였다. 카네기멜런대·토론토대·서울대 등의 연구자들이 모여 생성형 AI가 학습·평가·연구에 미치는 영향, 학부와 대학원 교육과정의 재설계, 대학의 사회적 책임 변화를 논의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2026 서울 포럼'(2026 Seoul Forum on AI and University)

[성균관대 제공]


행사를 총괄한 김장현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원장은 "대학이 왜 존재해야 하느냐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누가 가르칠 것인가"를 묻고, 다른 쪽에서는 "무엇을 왜 가르칠 것인가"를 묻는다. 결국 같은 곳으로 향한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하나 있다. 'AI를 허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이다. 허용과 금지는 교육의 원칙이 될 수 없다. 교육의 목적을 정한 뒤에 내려야 할 판단일 뿐이다.
먼저 물어야 한다. 이 학습을 통해 학생에게 어떤 능력을 길러주려고 하는가. 그 능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AI가 방해된다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반대로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학습의 목적이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 '학습 착각'이라는 함정


여기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 학습의 외주화다.


생성형 AI는 글을 쓰고, 문제를 풀고, 요약하고, 설명하고, 프로그램까지 만든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은 이제 인간이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최근 국내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쪽을 가리킨다.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학과 주소미 연구원과 이창준·이대호 교수 연구팀은 대학생 8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학습 과정을 개념 이해, 문제 해결, 결과 검토의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GPT-4o를 쓰도록 무작위 배정한 뒤 성과를 추적한 것이다.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평소 AI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문제 해결 단계에서 AI를 쓴 경우 실제 시험 성적이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학생들의 학습 만족도와 스스로 느끼는 학습 효과는 오히려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학습 착각'으로 설명했다. AI가 복잡한 내용을 보기 좋게 정리해주니 스스로 다 이해했다고 느끼지만, 정작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건너뛴다는 것이다.


이창준 교수는 "생성형 AI가 학습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재로 작동하도록 주도적 질문 능력과 비판적 검증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적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연구는 지난 6월 30일 국제학술지 '인터랙티브 러닝 인바이런먼츠'에 게재됐다.


교육에서 글쓰기의 목적은 글 한 편을 생산하는 데만 있지 않다.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를 세우고,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정답 하나를 얻으려는 일이 아니다. 조건을 읽고, 관계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사고를 훈련한다. AI가 산출물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과정을 너무 일찍 넘겨버린다면, 결과물 생산과 함께 배움의 과정 자체를 AI에 외주화하게 된다.


◇ 비판적 사고는 지식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요즘 흔히 "AI 시대에는 지식보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에도 함정이 있다.


비판적 사고는 지식 없이 작동하는 초능력이 아니다. AI가 내놓은 답이 그럴듯하지만, 틀렸다는 것을 알아보려면 적어도 그 답을 의심할 만큼은 알아야 한다.


어떤 주장이 편향돼 있는지 판단하려 해도 해당 분야의 맥락과 기본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역할이 달라진 것이다. 과거에는 답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식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AI가 만들어낸 답을 검증하기 위해 지식이 필요하다.


국제 기준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유네스코가 2024년 9월 발표한 '학생용 AI 역량체계'는 AI 교육을 도구 사용법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인간 중심 사고방식, AI 윤리, AI 기술과 활용, AI 시스템 설계 등 4개 영역 12개 역량으로 구성되며, 각 역량을 이해·적용·창조의 3단계로 발전시키도록 설계했다.


눈여겨볼 것은 첫 번째 영역이 기술이 아니라 인간 중심 사고방식이라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같은 시기 교사용 역량체계도 함께 내놨다.


그렇다고 반대편 극단으로 가서 AI를 학교 밖으로 밀어내는 것도 답은 아니다.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AI로 자료를 찾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코드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지원받는 환경에서 일하게 된다. 학교에서만 AI를 금지한다면 교육을 현실과 분리하는 일이 된다.


◇ 세 가지 학습 방식과 그 배치


따라서 필자는 AI 시대의 교육과정을 적어도 세 가지 학습 방식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AI 없이 스스로 해야 하는 학습이다. 인간이 직접 읽고, 쓰고, 계산하고,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기초적인 지식과 사고능력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다.


둘째,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학습이다. 학습의 주도권은 인간이 갖되 검색과 정리, 분석과 표현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는다.


셋째, AI와 협업하는 것 자체를 배우는 학습이다. 무엇을 AI에게 맡길지 결정하고, 적절하게 지시하며, 나온 결과를 검증하고 수정하고, 최종 판단과 책임을 인간이 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셋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셋을 언제, 어떤 비중으로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교육이다. 초등학생에게 적용할 원칙과 대학원생에게 적용할 원칙이 같을 수 없다. 이제 막 자기 문장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와, 충분한 전공지식을 갖추고 AI를 이용해 연구하는 사람에게 같은 기준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23일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발표한 '수행평가 시 AI 활용 관리 방안'도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일률적 금지 대신 교과별 성취기준과 평가 요소, 채점 기준을 고려해 AI 활용 범위를 교사가 정하도록 했고, AI를 쓴 경우 사용한 AI 종류와 입력한 프롬프트, 결과물에 반영한 방식과 출처를 표기하도록 했다.


AI가 표준적 답변을 만들기 어려운 형태로 평가를 설계하고, 교사가 수업 시간에 수행 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실시간 활동 중심 평가를 강화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시도교육청은 이를 2026학년도 학업 성적관리 시행지침에 반영해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적용하고 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발표 당시부터 집에서 수행하는 과제형 평가는 AI 사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가 내놓은 답은 '수업 시간 중 실시 원칙'의 재확인이었다. 평가의 무게중심을 교실 안으로 옮기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원칙이 여전히 개별 교사의 수행평가 지침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 필요하다면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인간이 먼저 갖춰야 할 능력과 AI와 함께 키워야 할 능력을 일관된 흐름으로 정하는 일. 그것이 이제 국가 교육정책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 백년지대계를 다시 읽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AI 시대에는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백년지대계란 백 년 동안 바꾸지 않을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지금 유행하는 AI 서비스나 프롬프트 작성법을 교육과정에 잔뜩 집어넣는 것도 미래 교육이라 부르기 어렵다. 기술은 몇 년 사이에도 달라진다. 오래 지켜야 할 것은 교육의 원칙이고, 빠르게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다.


그 원칙 가운데 첫 번째는 분명해야 한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인간이 배울 것을 정할 일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먼저 정한 다음에 AI의 자리를 정해야 한다.


그래야 초등학교에서 무엇을 인간의 힘으로 익히게 할지, 중학교에서는 언제부터 AI를 이해하고 검증하게 할지,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교육과 직업 전문교육을 어떻게 달리할지 판단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지가 아니라, AI가 답하는 시대에도 무엇을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지 물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모든 것을 가르칠 교사와 교수, 평가와 입시, 교원 양성과 교육제도가 준비돼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들을 앞으로 차례로 살펴보려 한다.


AI 시대 교육의 출발점은 'AI를 잘 쓰는 학생'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AI에게 무엇을 맡길지를 결정하기 전에, 인간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질문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한국특수정보인증원 최고 AI 책임자(CAIO)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객원교수 ▲ 현 AI경영학회 상임이사 겸 학술분과 위원장 ▲ ㈜컴팩 CIO ▲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역임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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