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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보금자리주택 성공 전례…환경파괴 아닌 도시환경 정비 성격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한국 부동산시장은 오름세를 보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집값 불안을 잠재우고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했다. 도심 인근 30분 거리 이내에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정부는 서초(내곡·원지동), 강남(자곡·세곡동), 고양 원흥, 하남 미사 등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핵심 입지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훼손지와 잡종지를 과감히 해제했다. 공공(LH·SH)이 그린벨트 토지를 싸게 수용하고 시공만 민간에 맡겨 서초와 강남에 '반값 아파트'를 내놨다. 인근 민간 아파트 가격이 잡혔다.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로 진입해 2012년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무주택자들이 불안 심리(포모)와 조급증을 버리고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와 아파트 단지 뒤편으로 주택 공급 대책에서 그린벨트 해체 후보지로 유력 검토되는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일대가 보인다. 2026.8.12 saba@yna.co.kr
# 이재명 정부는 8·13 주택 공급 대책에서 수도권 공공택지 발굴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주택을 철거해 멸실하지 않고 새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기존 도심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사업 규제를 풀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신규 주택 공급을 둘러싸고 정부의 신속한 공급 의지와 서울시 도시환경·계획 원칙이 충돌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 실수요자 보호라는 현세대의 필요성과 환경 가치라는 미래 세대의 자산이 부딪히는 지점이어서 조심스러운 사안인 것은 맞다.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녹지 훼손 비판이나 로또 분양 논란 등을 떠안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보존 가치가 없어진 훼손된 그린벨트를 풀어 도심 인접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환경을 파괴하기보다,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대안으로 꼽힌다.
실제 서울과 수도권 외곽의 그린벨트 중에는 비닐하우스, 불법 창고, 주차장 등으로 쓰이며 녹지 기능을 상실한 3∼5등급 훼손지가 매우 넓게 존재한다. 이를 개발하는 것은 방치된 땅을 깨끗한 주거 단지로 바꾸는 도시환경 정비의 성격이 있는 것이다.
훼손된 그린벨트는 도로와 지하철 등 기존 도시 인프라에 붙어 있어, 신도시 조성 시 발생하는 교통망 구축 비용과 입주 후 교통 대란도 줄일 수 있다.
민간 분양이 아닌 공공 공급 방식을 취하면 로또 분양 논란을 차단할 수 있고, 청년과 무주택 서민에게는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는 명분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과 관련해 이미 상당히 훼손된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림 보존 가치가 높은 1·2등급 녹지는 놔두고, 비닐하우스·창고·주차장 등으로 이용 중인 3∼5등급 훼손지 위주로 국소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또 해당 지역들을 지정하기 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미리 묶거나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둬 투기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제 지역에 들어서는 주택에 공공성과 친환경을 담보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개발 이익이 생기면, 도심 내 공원이나 정원을 확대 조성하는 데 투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주택을 새로 공급하는 것만큼 집값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약은 없다.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정부의 공공 부지 개발 및 그린벨트 해제, 서울시의 도심 정비사업이 속도감 있게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것처럼, 서울시도 반대만 하기보다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나 서울시가 자기 입장만 고수하면서 싸우기만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값 불안과 주거난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대승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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