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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AI데이터센터 '패스트트랙'…전력·용수 관건
기업, 각종 '꼼수'…지역주민 반발 속 미 중간선거 쟁점화
AI 컴퓨팅 전쟁, 승부는 '사회적 합의 속도'에서
[※편집자 주: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플랫폼S'입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전 세계적으로 AI 컴퓨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 기업 가릴 것 없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막대한 설비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새로운 금융기법이 등장한 데다,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기 위해 각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AI 클라우드 기업들도 후한 부지 매입가와 고용 창출 등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후보지 주민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력망과 용수, 부지 확보를 둘러싸고 갈등이 번지는 양상이다. 정치적 의제로도 부상하면서 갈등 관리가 속도전의 열쇠가 되고 있다.
◇ 전력·물 '블랙홀' 데이터센터…정치 쟁점화에 제동
AI 컴퓨팅 용량의 확보는 국가 간, 기업 간 A 경쟁의 최대 관건이다.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AI 패권을 놓고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생태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태세다.
특히 AI 컴퓨팅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오는 주기가 짧아진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AI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전에 더욱 매달리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제 건설로 이어지기까지 물리적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부지와 건설 자재, 반도체를 어렵사리 확보해도 전력망과 용수 문제로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물의 '블랙홀'인 탓에 향후 전기요금이 오르고 물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송전망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들 역시 이를 반길 이유가 없다. 최근에는 미국인의 3분의 2 정도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는 갤럽 조사도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데이터센터 건립 문제는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설립 허가를 받더라도 착공에서 완공까지 순조롭게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 7일 CNN에 따르면 내년까지 완공하기로 한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60%가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공사 중인 데이터센터도 완공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미·중에 한참 뒤진 유럽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영국의 경우 현재 데이터센터 용량을 2030년까지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는 보통 18개월이면 지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력망을 연결하는 데 최대 8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인프라 여건상 전력망 연결 속도가 느린 데다, 인허가 절차마저 경직된 탓이다.
◇ 각국, AI데이터센터 '패스트트랙' 경쟁
각국 정부는 이런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패스트트랙'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당장에 우리나라도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투자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일찌감치 규제 완화를 통해 속도전에 힘을 보태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데이터센터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금융 및 세제 지원을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자산유동화증권(ABS)에서 핵심 투자자 보호 규정을 최근 면제했다. 데이터센터 기업이 손실 위험의 일부를 떠안도록 하는 부담을 줄여 자금조달의 여력을 키웠다.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 지역주민 몰래 AI기업-지역당국 간 협상도
기업들 역시 자금 조달에서부터 건설 과정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를 벼락부자로 만들어주는 건 다반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세일럼 타운십에선 돼지농장 등 토지 소유주 96가구가 AI 데이터센터용 토지 매각에 동참해 가구당 평균 550만 달러(약 78억원)를 손에 넣었다.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짓기 위해 전기공, 목수, 배관공 같은 숙련 기능인력을 미리 확보하기도 한다. 구글은 전기공 견습생 확대 프로그램을, 메타는 건설 인력 훈련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지역사회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데이터센터 예정 지역에서 기능인력을 육성하고 관련한 지역 기업들의 참여를 앞세워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주민 반발을 우회하기 위해 아예 데이터센터 건설을 비공개로 추진하는 전략도 등장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 지역에 초대형 데이턴센터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역 당국과 비공개로 신속하게 부지 확보와 세금 감면, 전력공급 협상을 끝냈다.

◇ 중국, 내몽골·신장·닝샤에 집중 건설…국가 주도
미국, 유럽과 달리 중국은 데이터센터를 거침없이 짓고 있다. 국가 주도의 AI 전략를 펼치고 있는데, 체제 특성상 인허가와 지역 반발이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내몽골과 신장, 닝샤 같이 유휴지가 많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원이 풍부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밀집시키고 있다. 이들 지역의 낮은 기온과 바람도 냉각 여건이 중요한 데이터센터에 유리한 입지 요인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 중국 당국이 저성능의 자국산 칩 사용을 기업에 강제할 수 이유에는 이런 입지 조건도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전력 친화적인 입지와 각종 지원책으로 칩의 질이 아니라 양으로 승부를 걸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딥시크 같은 AI 모델이 저렴한 토큰 비용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갈 수 있는 이유이다.
중국이 국가 주도 전략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반발 등 파열음은 외부로 좀처럼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선 갈등은 필연적이다. 어느 한쪽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더구나 AI 인프라의 비용과 수익을 어떻게 나누냐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관심사가 됐다. 결국 AI 컴퓨팅 용량을 신속하게 늘리려면 이해관계를 생산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열쇠일 수밖에 없다.
강정수 블루닷AI 연구센터장은 "환경 평가나 지역사회와의 합의를 건너뛰어 얻는 속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면서 "전력, 용수, 환경 부담과 지역사회의 이해를 조정하면서도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건설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 속도를 높이는 능력이 속도전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AI데이터센터 #갈등 #플랫폼S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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