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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김동철]
(전주=연합뉴스) 도깨비 없는 '도깨비시장'은 잠든 도시보다 먼저 하루를 맞았다.
상인과 손님은 물건을 주고받으며 온기를 나눈다.
좌판마다 배추, 양파, 복숭아, 포도, 마늘, 미꾸라지, 어묵, 고추, 버섯, 황기, 인삼 등이 그득해 그야말로 지역민들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서는 새벽의 침묵을 깨고 열렸다가 동이 트면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는 '도깨비시장'이 오늘도 활기차게 숨 쉰다.
도깨비시장은 바로 옆의 남부시장과 경쟁하기보다 전통시장이 채우지 못하는 새벽 시간과 직거래 수요를 메우는 장터로 자리 잡았다.
절기상 말복을 하루 앞둔 13일 이른 아침 도깨비시장은 직접 농수산물을 가져와 판매하는 농민과 생산자, 장사를 준비하는 음식점 주인이나 주부, 사람 냄새가 그리운 구경꾼들의 발걸음들로 가득했다.
지난주보다 한결 선선해진 새벽 공기를 마주하며 좌판을 지키는 상인들의 주름진 얼굴. 그 위에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더해지면서 시장에는 차츰 활기가 번졌다.
이곳엔 정형화한 점포형 시장의 문법은 없다.

[촬영 : 김동철]
도깨비시장은 새벽 4시께 불을 밝혀 4∼5시간 반짝하고 파장한 뒤 그 역할을 인근 남부시장에 내준다.
아스팔트 길가에 묵묵히 펼쳐진 좌판들은 잊혀가는 시골 오일장의 정겨운 풍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장바구니를 채우는 물가는 가벼워진 주머니를 위로하듯 더없이 착하다.
이날 시장에서는 김제 백구 포도 3㎏이 1만5천원, 양파 10개가량이 4천원, 당근 5개가 3천원에 거래됐다.
땅과 농부의 땀이 함께 일군 수확물을 품에 안고 전주와 가까운 완주와 군산, 진안은 물론 경상도와 맞닿은 무주에서까지 굽이진 새벽길을 달려온 이들이 좌판의 주인들이다.

[촬영 : 김동철]
"싱싱하고 싸다는 것, 그게 우리 시장의 매력이지. 청양(고추) 맞다니까…."
시장에서 만난 한 채소 상인이 투박하고 거친 손으로 건네는 상추 한 소쿠리 뒤로 번지는 웃음 속에서 삶의 연륜이 묻어났다.
덤 한 움큼에 웃음꽃이 피고 500원, 1천원을 놓고 사투리 섞인 흥정이 오갈 때마다 시장에는 훈훈한 사람 냄새가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나갔다.

[촬영 : 김동철]
군산과 진안, 무주 등 각지에서 어둠을 뚫고 달려온 상인들의 거친 손에는 흙과 땀으로 일군 세월이 배어 있는 듯하다.
굳은살 하나, 주름 하나마다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단하면서도 질긴 삶의 궤적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자식들을 건사하려는 상인, 가족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채우려 새벽 발걸음을 재촉한 어머니들의 숭고한 정성.
장터를 생의 열기로 데우는 힘은 그 끈질기고도 찬란한 삶의 무게에서 비롯된다.
문득 일상의 답답함에 지쳐 새로운 온기가 고프다면 이 새벽시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새벽의 끝자락에서 전주 도깨비시장은 오늘도 평범하지만 위대한 우리들의 삶을 조용히 기록하고 있다.
(글·사진 =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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