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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가품, 아마존·틱톡샵 등 글로벌 플랫폼 타고 세계 각국 유통
뷰티업계, AI 모니터링·해외 소송으로 맞대응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K-뷰티의 세계적인 인기에 편승해 위조 화장품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확산하고 있다.
중국산 가품이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제조·유통되는 특성상 개별 기업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생성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 루마니아까지 번진 K-뷰티 가품…중국은 여전한 생산 거점
9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달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 세관에서 자사 브랜드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점이 압류된 사실을 확인했다.
적발된 제품은 외형과 용기 디자인이 정품과 매우 흡사해 일반 소비자가 맨눈으로는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K-뷰티 화장품 가품은 중국과 홍콩, 대만,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루마니아 적발은 K-뷰티 위조품 유통이 동유럽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선 최근 유럽 시장에서 K-뷰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 위조상품 유통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주요 생산·유통 거점은 중국으로 꼽힌다.
지난달 초 중국 광저우시 백운구 공안국과 시장감독관리국의 합동 단속에서는 메디큐브 6개 품목의 모방품 6천여개가 압수됐다. 당시 단속 과정에서는 스킨1004와 아렌시아 등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다른 국내 브랜드 제품도 함께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일대에는 K-뷰티 위조품 생산 시설이 집중돼 있어 일부 국내 업체들은 현지 법률대리인과 공안당국의 협조를 받아 정기적으로 현장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수사·단속기관과의 공조를 기업이 자체적으로 지속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에이피알 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공식몰처럼 꾸며 가품 배송…온라인 플랫폼이 새 유통창구
가품 유통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엔 오프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가품이 최근에는 아마존과 이베이, 틱톡샵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위조상품 판매자들은 제3자 판매자 계정을 개설한 뒤 브랜드 공식 몰이나 공식 판매처의 제품 사진과 상세 설명을 그대로 복제해 정품 판매처처럼 꾸미고,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중국 등에서 생산한 위조 제품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도 아마존과 이베이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품 유통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위조품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조직적인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가품이 유통된 사례가 나왔다.
퓨젠바이오의 화장품 브랜드 세포랩은 최근 쿠팡과 지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의 일부 판매자를 통해 중국산 위조 제품이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가품은 제품 용기와 외부 포장은 물론 제조번호(LOT 번호)까지 동일하게 표시해 일반 소비자가 외관만으로는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세포랩 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가품 적발·상담 모두 증가…소비자 안전도 위협
가품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안전이다. 가품 화장품은 제조시설과 원료, 품질관리 이력을 확인할 수 없어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기 어렵다.
피부에 직접 사용되는 제품인 만큼 제조 환경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품은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실제 K-뷰티 가품 적발과 가품 화장품 관련 소비자 상담도 늘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의 K-브랜드 위조 화장품 차단 건수는 2023년 1만6천774건에서 2024년 2만3천494건, 지난해 3만6천116건으로 늘었다. 특히 작년 차단 건수는 전년보다 53.7% 증가했다.
관세청도 지난해 통관 단계에서 K-브랜드 위조물품 11만7천5점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류가 4만1천903점으로 전체의 35.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발송국 기준 중국산이 97.7%에 달했다. 적발 사례에는 설화수와 조선미녀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 위조품도 포함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와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온라인 가품 화장품 관련 상담은 모두 44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79건, 2023년 99건, 2024년 138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8월까지 131건이 접수돼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관세청 보도자료에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 AI 모니터링·해외 소송…기업들 "가품과 전쟁"
화장품 업체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에이피알은 AI 기반 이미지 모니터링 업체와 협력해 국내외 오픈마켓의 가품 판매를 상시 감시하고 있으며, 위법 사례에 대해서는 증거를 확보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또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 등에 제품별 고유 QR 정품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식 판매처 인증 제도와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위조상품을 지속적으로 적발·차단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국내외 온오프라인 채널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정부 기관,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가품 유통 차단에 나서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사내 지식재산권(IP)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 보호 전문업체와 협력해 위조상품 탐지와 게시물 삭제를 자동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위조품 유통 판매자들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인도에서는 법원의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는 등 해외에서도 법적 대응을 확대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가품 제조와 유통 방식도 더욱 조직적이고 정교해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제조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가품은 개별 기업이나 국내 행정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세관과 수사기관, 온라인 플랫폼이 함께 참여하는 실효성 있는 국제 공조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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