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이테크+] "인간 뇌 키운 건 고기만이 아니었다…과일·꿀 당류도 한몫"

입력 2026-08-07 08:20:13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호주 연구팀 "초기인류 식이 에너지 20~35%는 천연당…탄수화물도 뇌진화 핵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은 고기와 단백질 덕분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초기인류가 즐겨 먹은 과일과 꿀의 천연당도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 인간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 뇌 키운 건 고기만이 아니었다…과일·꿀 당류도 한몫"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400만년에 걸친 인류 진화 과정을 아우르는 모델을 개발, 식이 탄수화물이 성장하는 뇌의 증가하는 포도당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조사했다. [Dennis Della Corte/University of Sydne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호주 시드니대 제니 브랜드-밀러 교수팀은 7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인간 진화 400만년 동안 뇌와 몸 크기 변화, 포도당 대사, 식단 등을 모델링한 결과, 천연당이 인간 진화의 상당 기간 전체 식이 에너지의 20~35%를 공급하며 뇌 진화를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브랜드-밀러 교수는 "인간 진화 대부분 기간에 과일과 꿀 같은 식품 속 탄수화물은 뇌 등 몸이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하는 귀중한 에너지원이었다"며 "인간 진화는 육류뿐 아니라 탄수화물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간 진화는 오랫동안 고기와 단백질, 지방, 오메가-3 지방산 섭취 증가가 뇌의 크기와 인간 고유의 특성을 발달시켰다는 관점에서 설명돼 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초기 인류도 과일과 꿀에 들어 있는 천연당 같은 탄수화물을 상당량 섭취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당류가 초기 인류 진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포도당은 뇌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요리를 통해 전분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주로 과일과 꿀 같은 식품에 들어 있는 천연당이 포도당을 공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사람의 뇌는 체중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인 기초대사량의 약 20%를 소비하고 성장기 어린이는 기초대사량의 약 66%를 뇌가 사용할 정도로 포도당 수요가 크다. 임신과 수유 중인 여성은 태아와 태반, 모유를 위해 더 많은 포도당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침팬지와 초기 인류, 현생인류를 포함한 6단계 진화 모델을 만들어 뇌 크기와 신체 크기, 식물성·동물성 식품 비율, 포도당 필요량을 비교하고 식이 탄수화물이 커지는 뇌의 포도당 수요를 맞출 수 있었는지 조사했다.




전인류와 인류 진화 6단계 뇌 크기에 따른 필수 포도당 요구량

뇌 크기는 침팬지(약 240g)보다 호모 사피엔스(약 1천500g)가 6배 이상 크고 필수 포도당 요구량도 호모 사피엔스(약 175~180g/일)가 침팬지(약 65g/일)보다 2.7~2.8배 많다. 왼쪽부터 침팬지(P. troglodytes),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 afarensis), 호모 하빌리스(H. habilis), 초기 호모 에렉투스(early H. erectus), 후기 호모 에렉투스(late H. erectus), 호모 사피엔스(H. sapiens) [Science, Jennie Brand-Miller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가장 초기 인류는 과일을 중심으로 한 식단에서 에너지의 65% 이상을 당류로 얻고 이후 육류 섭취가 늘었지만 천연당은 계속 중요한 포도당 공급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불로 음식을 익히기 시작한 뒤에는 참마 같은 덩이줄기 식물 전분이 새로운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더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해부학적으로 현생인류에 가까운 단계에서는 식이 에너지 중 단백질이 약 19%, 당류가 약 25%, 전분이 약 25%를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탄수화물도 육류 못지않게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는 의미다.


또 초기 인류는 단순히 단맛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포도당을 확보하기 위해 과일과 꿀을 적극적으로 찾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과일이 익는 시기와 기후 변화에 따라 먹이를 찾아 이동하고 기억하며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발달했고, 이런 먹이 탐색 행동이 뇌의 성장과 인지 능력 향상을 촉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육류는 단백질과 지방을 효율적으로 공급해 치아와 턱, 소화기관이 작아지는 적응을 가능하게 했지만, 포도당이 필요한 조직에는 충분한 탄수화물 공급이 여전히 필요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탄수화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가임기 여성과 성장기 어린이의 포도당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번식과 생존에 불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육류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육류와 함께 탄수화물, 특히 과일과 꿀의 천연당, 그리고 이후 등장한 조리된 전분도 인간의 큰 뇌와 높은 활동성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밀러 교수는 "이 연구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이 진화 과정에서 커지는 뇌의 에너지 수요 충족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며 "탄수화물을 두려워하기보다 통과일과 콩류, 영양가 높은 곡물 등 건강한 식단에서 다양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Jennie Brand-Miller et al., 'A central role for dietary sugars in human evolution',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d8437


scitech@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