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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톡스] 부동산세제, 선진화 방향 맞지만 거래 숨통 틔워야

입력 2026-08-04 11: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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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보유세 높인 대신 거래세 낮춰 '주택 순환' 유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부동산 정책은 자가 소유, 주거복지, 시장 자율, 도심 재개발 등 각국이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다르다. 세제도 정책 목표와 방향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대체적인 표준은 '거래는 원활하게 하되 보유 비용을 늘려 투기를 억제한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거래세(취득세와 양도세)와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조정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 4년만에 종부세 수술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성공적인 부동산 모델로 평가받는 싱가포르는 다주택자와 외국인 투기를 차단하고 실거주자 보호를 위해 세율을 차등화했다. 취득세의 경우 1주택 자국민에는 기본(1∼6%)만 부과하지만, 다주택자나 외국인에게는 최대 60% 수준의 추가 취득세를 물린다. 보유세도 비(非)실거주와 임대용 주택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양도소득세는 단기 투기 방지를 위해 취득 후 3년 이내 매각하면 매도자 인지세(최대 12%)를 부과한다.


주거의 공공성을 강조한 모델로 성공한 오스트리아(비엔나)는 세제 역시 시세차익 억제와 공공임대 재원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주택 매매 시 취득세는 일률적으로 약 3.5%를 부과하고 등기 수수료(1.1%) 등을 추가한다. 양도 차익에 대해선 30%의 세율을 부과하나, 2년 이상 실거주한 1주택자의 양도세는 면제한다. 보유세 부담은 낮은 편이지만, 개발하지 않거나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토지에 높은 보유 비용을 물리고 임대 수익에 최대 55%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보유세를 낮춰 거주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실거주 요건으로 투기를 차단하고 공공 임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목표가 있다.







# 정부가 3일 내놓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도록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조세 형평성을 수평적으로 보면 '주택 수'에서 '합산 가액' 중심으로 개편해 '동일한 자산 가치에 동일한 세금을 물린다'는 점에서 합리성을 제고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도 주택 수와 관계없이 자산의 가치(공시가격 또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수직적으로 볼 때 '더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점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키우고, 세율을 누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수직적 형평성을 위한 장치다.


세제만 놓고 볼 때 싱가포르는 주택의 연간 예상 임대 수입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하는데, 비거주 임대용 주택은 최고 36%의 높은 세율을 매긴다.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은 덜어주되,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초고가 자산가의 세금 책임을 키운 것이다.


종합해서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은 미국·일본식의 가액 기준 과세를 도입하면서, 부의 재분배를 위해 싱가포르식 차등 과세를 혼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유세의 경우 미국보다는 훨씬 낮고, 일본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주택 유통 촉진에 집중하고 있어 다른 나라와 정책 방향이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춰 적정 수준으로 보유세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10억원으로 제한하고, 기준을 '보유'에서 '거주'로 바꾼 것도 "주택은 거주하는 곳"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부분이다.




정부, 4년만에 종부세 수술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다만, 이번 세제 개편은 거래 활성화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은 보유세를 높인 대신 거래세를 낮춰 고령층 또는 주택 규모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집을 팔고 이사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 순환'을 유도한다.


미국에선 부동산 취득 시 지방정부에 내는 거래세가 0.5∼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양도소득세는 연방과 주 소득세가 합산 부과되나,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선 일정 수준까지 차익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일본은 주택 취득세 기본세율은 4%이나, 실거주 주택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3%로 경감 조치해 거래를 장려한다. 양도세는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5년 초과 장기 보유는 약 20%, 5년 이하 단기 보유는 39%로 이원화했다.


반면 한국은 기본적으로 취득세 다주택자 중과와 양도세 중과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미국, 일본 등보다 거래 장벽이 높은 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는 다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한 조정대상 지역 주택 양도소득 중과세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다주택 매물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차원이다.


단기적으로는 세금 부담 때문에 팔지 못하던 다주택자 중 일부가 절세를 위해 매각에 나서 주택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과 유예가 정권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장기적으로 집을 팔지 않고 정책이 다시 바뀔 때까지 버티거나 증여로 돌리는 소유주들도 있을 것이다.


한시 완화 기간에 따른 효과도 점치기 어렵다. 완화 기간이 짧으면 시장이 냉각되고, 길어지면 관망세가 짙어져 매물 출회 역시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결국, "보유 비용은 많이 들지만, 매도의 길은 열려있다"는 정교한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집값은 팔 사람은 팔 수 있도록 해야 안정되는 것 아니겠는가.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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