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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AI 동맹 강화…중국은 '견제구'
AI 핵심병목의 무기화 실패한 유럽, 한국과 연대에 관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용범 정책실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2026.7.25 xyz@yna.co.kr
[※편집자 주: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플랫폼S'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국가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AI가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지정학적 무기이자 협상의 결정적 지렛대로 떠오르면서다.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 낀 국가들은 이제 협상 무기를 가다듬으며 다각적인 연대와 협력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연대를 우선시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은 반도체를 넘어 AI 전반적인 생태계에서 미국과 'AI 동맹'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AI 가치사슬의 핵심 병목인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이 강자인 점을 십분 활용한 결과다.
중동에서는 아예 AI가 국가 간 군사 협력의 대가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전쟁 과정에서 협조적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구매 제한을 풀어줬다.
유럽연합(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집행위원인 헤나 비르쿠넨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다른 나라의 경제와 안보를 흔들 수 있는 지정학적 무기가 됐다"고 우려했다.
유럽은 이미 지난 6월 미국이 앤트로픽의 고성능 AI 모델의 해외 사용을 일시 통제했을 때, 워싱턴에 스위치를 맡긴 현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행사장. 중국 스타트업 '문샷'의 인공지능(AI) 모델 '키미 K3' 홍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2026.7.20 bscha@yna.co.kr
◇ 시선은 연대 대상 찾기로…미국과의 동맹 속 중국의 견제와 구애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각국의 AI 전략은 단순했다. 자국 실정에 맞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 '소버린 AI'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미·중이 프런티어 모델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AI 생태계가 피지컬 AI 영역으로까지 빠르게 확장하면서 대응 체계는 복잡해졌다.
독자적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다각적 연대를 통해 AI 생태계 안에서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번 한국이 미국과 AI 동맹을 다져가면서도 중국의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6일 이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보도하면서 한국이 아세안(ASEAN)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야 하고, 중국 시장에서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AI 동맹을 견제하면서 다분히 중국과의 AI 협력도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올해 중국과 긴장도가 높아진 일본은 미국, 대만 기업들과의 AI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일본 부동산기업 미쓰이부동산이 규슈 구마모토현에 짓기로 한 피지컬 AI 및 반도체 인프라 센터에는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뿐만 아니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한다. 이미 대만 TSMC는 구마모토현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일 계기로 소프트뱅크와 라쿠텐 등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활용해 피지컬 AI 학습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듯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8일 중국산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수입과 전력망 및 데이터센터용 연결 전력 인버터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국의 AI 공급망을 보호하는 포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국 의존' 위기감 느낀 유럽, 한국과 AI 협력에 눈길
유럽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에서는 AI 생태계에서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자체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는 지난 6월 AI 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7년 안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고,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그리스를 포함해 유럽 지역의 AI 연구자와 벤처투자자 등이 모여 작성한 보고서 'Europe 2031' : AI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선 유럽의 더딘 AI 대응으로 인해 산업을 넘어 안보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보고서는 유럽이 미국과 중국 외의 국가들과 연대에 나설 것을 제안하면서, 한국을 일본과 함께 AI 하드웨어 공급망에서 중요한 국가로 우선 거론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프랑스 AI 모델 기업 미스트랄에 최대 10억 유로(약 1조6천500억 원)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지분 참여 이상의 의미를 지닌 행보다. 삼성전자가 독자 AI 모델 개발사와 전략적 결속을 강화하면서 미국 일변도의 생태계 밖에서도 연대의 고리를 마련하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유럽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독보적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노광장비 업체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다. 그러나 ASML은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에 장비 수출을 못 하는 사이 중국이 최근 관련 장비 일부를 국산화했다.
한운희 TSR 인사이트 대표는 31일 통화에서 "네덜란드 ASML의 교훈은 독보적인 병목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면서 "그 병목에 제값을 매기고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 AI 지정학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데 실패한다면 전략자산은 오히려 강대국의 압력이 집중되는 취약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시아 개도국, 연대 대상 될까…한국형 AI 수출 가능성은
미·중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선진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들도 AI 생태계에서 외국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기술력과 자본력에 한계가 따른다. 한국 입장에선 AI 컴퓨팅 인프라를 앞세워 아시아 지역 개도국들의 주요 협력 파트너 자리를 노릴 수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SNS에 AI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 아시아 지역 개도국에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해줄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협력국이 늘어날수록 한국의 AI 시스템은 거대 언어 외에도 다양한 소수 언어와 공공서비스 경험이 축적된 독특한 데이터 자산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AI_패권경쟁 #AI_지정학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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