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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기업과 손잡기'가 AI 주도권 경쟁 좌우하는 변수 될 듯
결실 맺기까지는 정부·기업이 호흡 맞춘 각자의 역할 필요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K 기업들이 특정 산업의 전환기마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한 순간이 있었다. 1990년대∼2000년대 초격차 메모리 반도체 신화가 대표적이다. 도시바 등 일본 기업과 미국 인텔이 지배하던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Mb(메가 바이트) D램을 개발해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의 메모리 공급 없이는 PC 혁명 자체가 불가능했다. 2010년대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S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간 스마트폰 경쟁을 빼놓을 수 없다. 애플이 아이폰용 디스플레이(OLED)와 위탁생산(AP)을 삼성에 맡기면서 두 회사는 경쟁자이자 핵심 공급망 파트너라는 관계를 형성했다. 2000년대 초중반 글로벌 해상 물동량이 급증하자 세계 해운·에너지 공룡들이 한국 조선소를 먼저 찾으면서 국내 조선 3사가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 3위권을 휩쓸었다. 당시 "한국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 세계 바닷길이 멈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26.7.25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글로벌 AI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AI 팩토리, 로봇, 자율주행 분야에서 9천500억달러(1천390조원) 규모의 초대형 AI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 한국의 새로운 비전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도 발표했다.
무엇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오픈AI), 혹 탄(브로드컴),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한국의 제조와 생산 역량이 글로벌 AI 생태계 유지의 핵심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하드웨어 인프라와 첨단 메모리가 없으면 작동할 수 없어서다. 이번 선언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은 장기 수요를 확보함과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와의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AI 주도권 싸움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K 기업의 과거 성공 사례와 비교하면 역할과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빅테크나 선진국 대기업이 설계와 판을 짜놓으면, 한국 기업은 뛰어난 가성비와 빠른 생산 속도로 만들어 납품하는 고성능 제조 파트너의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드러난 데이터센터와 파운드리, 자율주행, 피지컬 AI(로봇) 분야까지 이어진 협력 구조는 국내 기업들이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들어 파는 공급업체를 넘어, AI 산업의 글로벌 핵심 플랫폼으로 체급을 올렸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오픈AI·브로드컴 같은 기업들이 초기 설계와 인프라 구축 단계부터 한국 기업 없이는 계획을 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글로벌 AI 주도권 싸움에서 한국 기업을 누가 끌어들이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글로벌 AI 리더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7.25 xyz@yna.co.kr (끝)
# 그렇다고 선언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글로벌 산업 현장에서 희망하는 결실을 맺기까지는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춘 각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송전망 인프라 확충이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데이터·규제 혁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급 AI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해외 우수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정주 환경도 챙겨봐야 한다. 기업들은 반도체·파운드리에서 따라잡히지 않도록 기술 격차를 계속 벌려 대체 불가성을 유지해야 한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온디바이스 AI 등 제조업과 AI가 결합한 독자적 플랫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정 빅테크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다변화해 AI 생태계 전반에서 교섭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세계인들 사이에서 K 기업이 가장 빠르고 훌륭한 공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AI 혁명 시대를 주도한 핵심 리더로 불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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