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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알파고→카타고, 그리고 신진서

입력 2026-07-23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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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AI 카타고와 대국 펼치는 신진서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를 치른다. 신진서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기에서 대국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7.21 [다중노출 2매 촬영]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2016년 3월 9일. 전 세계의 시선이 서울의 한 호텔 특설 행사장으로 쏠렸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인 첫 대국이 벌어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바둑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는 믿음이 우세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할 정도로 복잡한 게임이다. 대국 결과는 그 믿음을 배신했다. 알파고의 '4승 1패' 승리. 이세돌은 4국에서 '신의 한 수'로 인간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이미 승부는 끝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강의 바둑 AI 카타고(KataGo)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대국 조건이 달랐다. 호선이 아니라 2점 접바둑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대국의 형식을 바꿔놓았다. 인간이 두 점을 미리 얹고 시작해야 승부가 성립할 만큼 AI는 진화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신진서가 이겼다. 1국을 내준 뒤 2, 3국을 내리 잡아 2승 1패를 기록했다. 신진서의 승리는 그 자체로 놀라웠지만, 승리가 접바둑에서 나왔다는 것은 AI가 인간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세돌이 AI 이전 시대를 대표하는 바둑 천재라면, 신진서는 AI와 함께 자란 세계 최강자다. 이세돌의 바둑이 직관과 창의로 기억된다면, 신진서의 바둑은 AI의 사고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한 결정체다. 신진서는 카타고와의 대국에서 처음부터 정면승부를 택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전투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두려 했고, 그 전략을 바탕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2국에서 상황에 따라 전투를 감행했다. 그는 "더 참으면 미세해지겠다 싶어 결행했다"고 설명했다. 원칙과 임기응변을 함께 구사한 셈이다. 신진서는 자신의 승리가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역사적인 1승에 미치지 못한다고 낮췄다.


신진서-카타고 대국은 승패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2016년의 질문이 "AI와 인간이 겨뤘을 때 누가 이길까"였다면, 2026년의 질문은 "인간은 AI와 어떻게 경쟁하고 공존할 것인가"다. 신진서는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그는 카타고를 비롯한 바둑 AI가 제시하는 수와 사고방식을 연구해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정상급 프로기사들이 바둑 연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AI 가운데 하나가 카타고다. 그러나 AI가 최선의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어도,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번 대국은 AI를 활용하면서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인간의 경쟁력임을 보여줬다.


지난 4월 방한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범용인공지능(AGI)이 5년 안에 찾아올 수 있고, 산업혁명의 10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AI가 머지않아 사이버 공격은 물론 생물·핵 분야의 위험한 능력까지 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늘 인간의 적응과 제도를 앞질러 왔다. 정작 문제는 인간의 지혜다. 10년 전 우리는 AI가 인간을 이길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이제 우리는 AI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신진서와 카타고의 대국은 이를 다시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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