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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7개 약에도 꿈쩍 않던 고혈압…수술로 치료 길 찾았다

입력 2026-07-23 06: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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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200까지 치솟던 환자들 '신장신경차단술'로 새로운 삶


한국·미국서 임상시험…"수술 후 수축기혈압 평균 51mmHg 감소 효과"




저항성 고혈압

[AI가 만든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혈압 수치를 보고서도 잘못 본 줄 알고 한참을 봤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병원 의료진에게 도착한 한 통의 문자메시지다. 집에서 혈압을 측정한 50대 고혈압 환자는 믿기지 않는 숫자 앞에서 한동안 혈압계를 내려놓지 못했다. 혈압계 화면에는 '114/83mmHg'가 찍혀 있었다. 고혈압약을 6개나 복용하고도 늘 160/120mmHg 안팎을 오르내리던 혈압이 처음으로 정상 범위에 가까워진 것이다. 환자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의료진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고혈압을 앓는다. 대부분은 식습관 개선과 운동, 1∼2가지 혈압약만으로도 혈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여러 종류의 혈압약을 최대 용량까지 복용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경우를 '저항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저항성 고혈압은 단순히 혈압이 높은 상태가 아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부전,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고위험군이다. 혈압이 180∼200mmHg 이상으로 치솟아 응급실을 반복적으로 찾거나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처럼 기존 약물치료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신장신경차단술'(Renal Denervation·RDN)이다.


신장은 단순히 소변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몸속 혈압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이다. 신장 주변에는 혈압을 높이는 교감신경이 거미줄처럼 분포하는데, 이 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몸속에 나트륨과 수분이 쌓여 혈압이 지속해 상승한다.


신장신경차단술은 이러한 교감신경의 과도한 신호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혈압을 낮추는 치료법이다. 단순히 혈압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높이는 원인 자체를 줄인다는 점에서 기존 약물치료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국내외 임상 연구에서 지속적인 혈압 강하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도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혈관 안으로 카테터를 넣어 신경을 차단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해 신장 주변 신경을 직접 차단하는 '복강경 신장신경차단술'(eRDN)이 개발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복강경 신장신경차단술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 제공]


실제 복강경 신장신경차단술의 치료 사례는 인상적이다.


50세 여성 환자는 항고혈압제 7가지를 복용하면서도 혈압이 200/120mmHg 이상으로 치솟았다. 고혈압 위기로 응급실을 여러 차례 찾았고 입원 치료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복강경 신장신경차단술을 받은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시술 후 혈압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6개월째에는 혈압약을 모두 끊을 정도로 호전됐다. 이후 1년이 지난 현재는 혈압약 2가지만 복용하면서도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응급실을 찾는 일도 사라졌고, 일상생활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더욱 놀랍다.


19세 남성 환자는 젊은 나이부터 혈압약 6개를 복용했지만, 혈압이 조절되지 않았다. 가족 가운데 고혈압으로 뇌졸중과 심장질환을 겪은 사람이 많아 평생 중증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복강경 신장신경차단술을 받은 뒤 1년이 지난 현재는 혈압약 2가지만으로도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불안감도 크게 줄었다.


이런 사례는 과거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웠다.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혈압약을 하나 더 추가하거나 용량을 늘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강경 신장신경차단술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함으로써 합병증, 부작용이 거의 없는 데다 환자들이 통증이나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신장신경차단술을 개발한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는 "혈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심장과 뇌, 콩팥을 지키는 생명 지표"라며 "특히 여러 종류의 혈압약을 복용하고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19년 헬스케어기업 딥큐어(DeepQure)를 설립해 국내외에서 복강경 기반 신장신경차단술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임상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스탠퍼드대병원과 메이요클리닉, UC어바인, 플로리다대, 헨리포드병원 등 5개 주요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 복강경 임상시험에서는 9명의 환자를 12개월간 추적한 결과 평균 수축기 혈압이 수술 전 165mmHg에서 수술 후 114mmHg로 평균 51mmHg 감소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카테터 기반 신장신경차단술 연구와 비교해도 매우 큰 혈압 강하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수술 치료 대상자는 생활습관 개선과 여러 종류의 항고혈압제를 충분히 사용했음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 가운데 면밀한 평가를 거쳐 결정된다"면서 "혈압약을 더 늘리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혈압을 높이는 원인 자체를 겨냥하는 치료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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