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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그록·클로드…브랜드에 기술 철학·시장 전략 담겨
하이퍼클로바X·엑사원·에이닷…실용성 앞세운 K-AI 작명법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업계의 경쟁이 모델 성능 우위를 넘어 '브랜드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모델 명칭은 연구실 내부에서나 쓰이는 개발 코드명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챗GPT가 나온 이후 AI가 개인의 일상과 산업 전반으로 급속히 침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갤럭시'와 '아이폰'처럼 이제 AI 모델의 이름은 기업의 기술 철학과 시장 지배력을 대변하는 강력한 무기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부터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명칭에는 저마다 구상하는 미래 패권의 청사진이 담겨있다.
하이퍼클로바X, 엑사원(EXAONE) 등을 앞세운 국내 기업들 역시 작명을 통해 실용적 생존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 "인간을 돕거나 우주를 이해하거나"…철학 담은 글로벌 AI
오픈AI의 'GPT'는 기술적 용어가 시장의 표준으로 굳어진 대표적 사례다.
본래 '생성형 사전학습 트랜스포머'(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모델 구조를 뜻하는 학술 용어였으나,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 전체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됐다.
일반적으로 검색할 때 "구글링한다"라고 말하듯 AI 활용을 "챗GPT 한다"고 표현할 정도의 강력한 브랜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기술명 대신 '인간과의 협력'이나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구글 마니쉬 굽타 딥마인드 시니어 디렉터가 2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구글 AI'를 주제로 발언하며 구글 AI 제미나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5.7.2
superdoo82@yna.co.kr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Copilot)은 AI가 인간을 위협하거나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보조자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정보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수학자 클로드 섀넌의 이름에서 착안해 자사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 이미지를 부각했다.
신화나 공상과학(SF)에서 모티브를 얻어 원대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한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라틴어로 쌍둥이를 뜻한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기술의 본질을 표현하는 동시에 구글의 핵심 AI 연구 조직인 딥마인드와 브레인의 결합을 상징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그록'(Grok)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공상과학(SF) 소설 '낯선 땅 이방인'에서 차용한 신조어로 '대상을 직관적으로 통달해 이해한다'는 의미다. 머스크가 평소 공언해 온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는 AI"라는 기조와 맞닿아 있다.
최근 가장 영리한 작명으로 평가받는 것은 애플의 AI다.
자사 AI 시스템을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로 명명해 범용 기술 약어인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자사 브랜드 생태계로 바꿔버렸다.
오픈소스 진영을 이끄는 메타의 '라마'(Llama)는 '대규모 언어 모델 메타 AI'의 영문 약자이면서 친숙한 동물 라마를 연상케 해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알리바바의 '큐원'(Qwen)은 '수많은 질문으로 보편적 이치를 탐구한다'는 뜻의 '통이첸원'(通義千問)을 글로벌 시장에 맞춰 다듬은 결과물이다.
◇ 산업 밀착·신뢰도에 방점 찍은 'K-AI'
해외 빅테크가 우주나 인류, 지능 같은 거대 담론을 내세운다면 국내 기업들의 AI 작명법은 '실용성'과 'B2B(기업 간 거래) 특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기존 AI 플랫폼인 클로바(CLOVA)에 초대형(Hyper)과 무한한 확장(X)을 더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약점인 한국어와 국내 문화를 가장 깊이 이해하며 자사 생태계 전반으로 무한히 뻗어나가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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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은 '모두를 위한 전문가 AI'(Expert AI for Everyone)의 약자다. 범용 챗봇 경쟁을 넘어서 신소재, 바이오, 제조 등 전문 산업 분야의 난제를 푸는 B2B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가 드러나 있다.
SK텔레콤의 '에이닷'(A.)은 AI 시대의 개인 비서를 겨냥한다. AI의 'A'에 민첩함(Agile), 유능함(Able)을 더하고 새로운 일상의 시작을 의미하는 점(dot)을 결합했다. 통신사 특유의 넓은 모바일 고객 접점을 활용한 '밀착형 비서'를 표방한다.
KT의 '믿음'(Mi:dm)과 업스테이지의 '솔라'(SOLAR)는 B2B 시장의 최대 화두인 '신뢰성'을 정조준했다.
'믿음'은 AI의 환각 현상과 보안 우려가 큰 기업 및 공공 시장에 대응해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솔라' 역시 특화 및 최적화를 통해 신뢰성(Reliability)을 갖춘 실용적 소형언어모델(sLLM) 노선을 걷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았다.
◇ '포스트 GPT' 네이밍은 세대·계열 이름 전쟁
생성형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GPT 이후'를 둘러싼 네이밍 전략은 단일 모델 이름을 넘어서 세대·계열·생태계 이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메타 등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서로 다른 AI 이름 체계를 병행하고 있다.
오픈AI는 GPT-4, GPT-4o 같은 'GPT+버전명'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서비스에서는 '챗GPT'라는 별도 브랜드를 앞세운다. 기술·성능 구분은 GPT와 숫자가 담당하고, 사용자 인지도는 챗GPT가 가져가는 이중 구조다.
구글은 바드(Bard)를 제미나이로 교체한 뒤 'Gemini 1.0·1.5·Advanced·Nano'처럼 하나의 이름 아래 세대·용도를 나누는 전략을 택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앤트로픽은 'Claude 3 Opus·Sonnet·Haiku'처럼 하나의 간판 아래 대형·중형·경량 모델에 개별 코드네임을 붙였고, 메타의 라마는 버전 숫자를 올리며 오픈소스 진영 '표준 LLM'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LG[003550]의 엑사원 1.0·2.0·3.0,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처럼 숫자·기호를 붙여 차세대성과 계열성을 함께 강조하는 방식이 자리 잡는 중이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의 명칭은 단순한 상품명을 넘어 기술 패권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셈이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초창기에 애플과 갤럭시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강력한 브랜드 효과를 보였던 것처럼 AI 역시 대중의 머릿속에 어떤 이름으로 각인되느냐가 향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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