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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사이언스] 한니발 군대 알프스 횡단 미스터리 해답은 코끼리에 있었다?

입력 2026-07-11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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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獨 연구팀 "코끼리 등 에너지 소비 계산해보니 트라베르세트 경로가 유력"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원전 218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병사 4만6천명과 말 7천여 필, 전투 코끼리 37마리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군을 기습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담한 군사 작전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길로 알프스를 넘었는지는 2천년 넘게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바위산 오르는 아프리카코끼리

[Frank at Petersens/Save the Elephant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끼리를 포함한 군대의 에너지 소비와 보급 부담을 계산해 한니발 군대가 넘은 알프스 경로를 추정한 결과, 지금까지 유력한 것으로 꼽혀온 클라피에(Clapier) 경로보다 트라베르세트(Traversette) 경로가 더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독일 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iDiv) 연구팀은 11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전투 코끼리를 포함한 한니발 군대의 에너지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4개 후보 경로 중 트라베르세트 경로가 다른 경로보다 최대 19%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까지 한니발의 알프스 횡단 경로는 고대 역사가 폴리비오스(Polybius)의 기록과 지형, 지질학적 증거 등을 토대로 클라피에 고개를 지나는 길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최근 문헌학과 지형형성학 연구를 바탕으로 트라베르세트 고개 경로가 새 후보로 떠올랐다며 이 연구에서 '대규모 군대를 어느 경로로 이동시키는 게 가장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물학에서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몸무게가 약 3t에 달하는 전투 코끼리가 하루 수백㎏을 먹어야 하는 점을 고려해 현대 아프리카코끼리의 이동과 에너지 소비 연구를 바탕으로 병사와 말, 코끼리가 알프스를 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하고, 클라피에·트라베르세트·몽주네브르·몽세니 등 4개 후보 경로를 비교했다.




한니발 군대가 알프스를 넘을 때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로들

전투 코끼리를 포함한 한니발 군대의 에너지 소비량 분석 결과 4개 후보 경로 중 트라베르세트(Traversette) 경로가 다른 경로보다 최대 19% 적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PNAS, Emilio Berti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석 결과 한니발 군대가 알프스를 넘는 데 필요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트라베르세트 경로가 5.42테라줄(TJ)로 가장 적고, 이어 몽주네브르(6.02테라줄), 클라피에(6.28테라줄), 몽세니(6.45테라줄) 순이었다.


한니발 군대가 트라베르세트 경로 대신 몽주네브르나 클라피에, 몽세니 경로를 선택할 경우 군대 전체 기준으로 각각 11%, 16%, 19%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군대가 알프스를 넘는 15일간 필요한 식량·보급품을 고려하면 매우 큰 차이다. 트라베르세트 경로에는 탄수화물 기준으로 약 232.7t의 식량·보급품이 필요하지만, 다른 경로에는 이보다 최대 44t의 보급품이 더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한니발이 오늘날처럼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할 수는 없었겠지만, 오랜 행군 경험을 통해 어느 경로가 가장 적은 에너지가 드는지는 직관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0월의 알프스산맥

[Fritz Vollrath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흥미로운 것은 병사와 말, 코끼리가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알프스를 넘을 때 소모된 체지방량이 코끼리가 가장 낮았다는 점이다. 병사들은 체지방의 약 19%를, 말은 11%, 코끼리는 4%를 소모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병사들이 에너지 고갈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겠지만, 코끼리는 거대한 체지방 저장량 덕분에 병사들보다 에너지 부담이 훨씬 적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실제로 역사 기록에는 알프스를 넘은 뒤에도 약 30마리의 코끼리가 트레비아(Trebia) 전투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코끼리가 알프스를 넘는 것보다 보급로가 끊긴 적지에서 먹이를 구해 체력을 회복하고 긴 겨울을 버티는 일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독일 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 에밀리오 베르티 박사는 "이번 분석이 한니발의 정확한 알프스 횡단 경로에 관한 모든 논쟁을 끝내는 것은 아니지만, 코끼리를 포함한 대규모 군대를 이동시켜야 한다는 생물학적 제약을 고려하면 트라베르세트 경로가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옥스퍼드대 프리츠 폴라트 교수는 "케냐에서 아프리카코끼리의 에너지 소비를 연구하며 얻은 지식이 한니발의 알프스 횡단 경로를 둘러싼 오랜 역사 논쟁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 출처 : PNAS, Emilio Berti et al., 'Energy costs of Hannibal's alpine crossing', http://dx.doi.org/10.1073/pnas.2612764123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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