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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과기부,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 기준 마련
당근·번개장터 자율조정 확대…전자거래법 정비 과제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중고나라 같은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중고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관련 분쟁도 연간 수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분쟁에 소비자 보호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법적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26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KISA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전자거래 분쟁조정 접수는 2025년 기준 8천938건으로, 이 중 개인 간 거래 관련 분쟁조정은 5천848건이 접수돼 65.4%에 이른다.
장석권 KISA 디지털분쟁조정지원팀장은 "개인 간 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일한 지위를 갖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보호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거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판매자도 구매자도 개인…보호 사각지대
개인 간 거래 분쟁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개인'이기 때문이다. 택배 거래 중 물건이 파손됐을 때 누구 책임인지, 직거래로 산 물품의 하자가 심각할 때 어떻게 배상받을 수 있는지가 대표적이다.
장 팀장은 "현행법상 개인 간 거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근거는 민법상 하자담보 책임 규정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어느 정도 하자가 있는지, 누구 책임인지를 판단할 법적 규정이 없어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사자 정보 확인도 난관이다. 개인 간 거래는 실명이 아닌 아이디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분쟁 조정에 필요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면 플랫폼 사업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반면 SNS나 커뮤니티 기반 거래는 플랫폼이 개입할 여지 자체가 없어 조정이 더욱 어렵다.

장석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디지털분쟁조정지원팀장. [한국인터넷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ISA, 플랫폼 손잡고 자율조정 체계 구축
KISA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2년부터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율 분쟁조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기존에는 개인 간 분쟁이 발생하면 곧바로 KISA 조정위원회에 접수됐으나, 개선된 체계에서는 플랫폼이 1차 조정을 먼저 시도하고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만 KISA로 이관하는 2단계 구조를 갖췄다. 조정위원회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더 많은 피해 건수를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플랫폼 사업자, 분쟁 관련 기관 및 법률 전문가 등과 연구반을 꾸려 '개인간거래 분쟁해결기준'을 마련했다. 거래글 게시부터 직거래·택배거래, 계약해제까지 20개 유형별 해결 기준을 담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도로 '중고거래 분쟁해결 가이드'를 내놓으며 전자제품·의복·잡화·공산품·식품 등 9개 품목별 환급 비율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 전자거래법 기본정책 수립 등 제도 정비 과제
다만 개인 간 거래를 둘러싼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간 거래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으로, 플랫폼 기반의 신유형 거래 형태임에도 정책 근거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다.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갖춰가는 중이다. 올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조정위원회가 분쟁 조정을 위해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개인 간 거래도 전자상거래 범위에 포함하는 근거 규정이 처음 마련됐다.
KISA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전자거래법상 개인 간 거래 기본정책 수립, 소비자 권익보호 시책 마련, 거래 실태조사 근거 확보 등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의 전담 근거와 예산·인력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장 팀장은 "개인 간 거래 시장은 아직 누구도 본격적으로 손대지 않은 시장"이라며 "통계 조사부터 시작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정책과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won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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