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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김은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앞줄 가운데)과 각국 장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jhpress@yna.co.kr
지난 6월 1일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와 2일 이어진 비즈니스 포럼은 한국 외교의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정책은 개발협력·공적개발원조(ODA)·문화교류·외교적 우호 증진의 틀 안에서 주로 논의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핵심은 달랐다.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은 "해상 항로 및 핵심광물을 포함한 자원과 관련해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인식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한국이 아프리카를 더 이상 개발협력의 대상이나 외교적 우호의 파트너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아프리카를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아프리카 관계는 원조와 우호의 언어를 넘어 산업정책, 공급망 전략, 경제안보와 직접 연결되는 의제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아프리카 비즈니스포럼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 성 김 현대자동차그룹 사장, 웸켈레 케베츠웨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총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kjhpress@yna.co.kr
한국의 관점에서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의미는 아프리카를 '외교적 주변부'가 아니라 '경제안보의 핵심 파트너'로 재정의했다는 데 있다. 우리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모두 안정적인 광물 공급이 필요하다.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흑연, 희토류 등 핵심광물 없이 한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도 유지되기 어렵다. 그러나 핵심광물 공급망 채굴은 일부 자원 부국에, 정제·가공은 중국에 각각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를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 관세전쟁, 중동 정세 불안, 해상 물류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점에서 아프리카는 한국에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공간이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도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해상 교통, 신흥 소비시장, 인프라 개발 수요, 젊은 인구 구조 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아프리카는 한국 기업에 제조, 물류, 에너지, 건설, 디지털, 농업기술등을 결합할 수 있는 복합 시장이다. 이번 비즈니스 포럼이 외교장관회의와 연계해 열린 것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정부 간 합의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금융기관·공공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실질 협력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아프리카 비즈니스포럼에서 김영완 서강대 교수(왼쪽)와 빅터 로렌스 빌라세스티 대표이사 겸 의장이 '세션2: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협력, 현재와 미래'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dwise@yna.co.kr
하지만 이번 회의가 곧바로 실질적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아프리카와 관계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지만, 아직은 선언과 플랫폼 구축 단계에 가깝다. 한국 기업이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장기 투자를 확대하려면 훨씬 구체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항공협정, 금융지원, 정치 리스크 보증, 현지 정보 제공, 법률·노무·세무 지원, 분쟁 해결 장치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아프리카 시장은 잠재력이 크지만, 제도적 불확실성, 환율 위험, 물류 비용, 행정 지연, 정권 교체 등에 따른 정책 변동성도 크다. '아프리카가 부상하고 있다'는 전제만으로 기업은 움직일 수 없다. 기업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정부가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국의 또 다른 과제는 협력의 내용을 '자원 확보'에만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더 이상 원석 수출만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광물의 현지 가공, 산업화,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 인력 양성을 요구한다. 한국이 이 요구를 부담으로만 본다면 협력은 오래가기 어렵고, 오히려 한국은 이 지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와 금융을 앞세우고, 미국과 유럽은 규범과 전략광물 안보를 강조한다.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뤄낸 산업화 경험, 제조업 기반, 직업훈련 모델, 중견기업 생태계, 디지털 전환 경험 등이다. 아프리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함께 생산 역량을 키울 파트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에서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아프리카 국가 및 국제기구 장관급 인사들과 접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따라서 한국의 정책 방향은 명확해야 한다. 첫째, 핵심광물 협력을 단순한 수입선 다변화가 아니라 가치사슬 협력으로 설계해야 한다. 광물 탐사와 채굴뿐 아니라 선광, 제련, 배터리 소재, 재활용, 물류, 기술훈련까지 포함하는 패키지형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원석만 가져가는 구조로 보이면 아프리카의 자원 민족주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현지 부가가치 창출과 일자리 확대를 포함한 모델을 제시한다면 한국은 다른 파트너와 구별될 수 있다.
둘째, 정부와 기업의 정교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사업은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진출하기에는 초기 비용과 위험이 크다. 외교부, 산업통상부, 기획재정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 민간기업 등이 하나의 전략 아래 움직여야 한다. 정상회의와 장관회의는 단순히 교류의 문을 여는 자리가 아니다. 투자 안정성 확보를 비롯해 인허가 절차와 세제 혜택 개선, 외환 송금과 분쟁 해결 체계 마련, 계약 이행 보장 등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를 낮추는 외교적 협상의 장이 돼야 한다. 금융기관은 정치적 리스크와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기업은 실제 사업을 수행하며, 개발협력 기관은 인력 양성과 제도 구축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즉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는 이제 기업과 현장을 움직이는 실행 전략으로 발전해야 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글로벌 전환기 속 공동 대응을 위한 한-아프리카 파트너십'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 외교장관 등 50개국 대표와 역내 4개 국제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 등이 참석했다. dwise@yna.co.kr
셋째, 아프리카 정책을 특정 자원 보유국 중심으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 핵심광물 협력을 위해서는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짐바브웨, 나미비아, 모잠비크,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자원국과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광물 협력은 채굴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항만, 철도, 전력망, 금융, 통관,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지역 거점국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산업협력으로 확장된다. 이를 위해서는 광물 확보에서 그치지 않고 운송·가공·거래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지역 인프라와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은 개별 국가와 자원 협상을 넘어, 지역 가치사슬과 경제회랑을 설계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넷째, 한국은 투명성과 책임성에서 높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아프리카 자원 개발은 부패, 환경 분쟁, 지역사회 갈등, 자원 수익의 소수 엘리트 집중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 문제들은 결국 사업 지연, 계약 재협상, 소송, 허가 취소, 지역 주민 반발로 이어진다. 따라서 계약 투명성, 환경·노동 기준, 지역사회 기여, 세금 납부 원칙을 세우는 것은 도덕적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실질적 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낮은 기준으로는 단기적 자원 확보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평판과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원한다면 한국은 책임 있는 투자 기준을 사업 전략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아프리카는 한국의 중견국 외교와 K-이니셔티브를 실질화할 수 있는 핵심 무대다. K-이니셔티브가 한국의 문화, 산업, 기술, 발전 경험과 가치를 하나의 전략적 자산으로 결합해 글로벌 이슈 해결과 국익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라면, 아프리카와 협력은 그 실험장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 54개국은 유엔과 다자기구에서 중요한 표와 목소리를 갖고 있다. 또 기후변화, 식량안보, 보건, 디지털 전환, 해양안보, 국제금융개혁 등 글로벌 의제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글로벌 책임 강국을 지향한다면 아프리카와 협력은 단기적 경제 이익을 넘어, 한국의 산업·기술 역량을 국제적 신뢰와 다자외교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번 장관회의와 비즈니스 포럼은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미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큰 틀의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번 장관회의를 통해 후속 논의를 이어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야별 로드맵, 국가별 우선순위, 기업별 프로젝트, 금융지원 구조, 성과 점검 체계다. 아프리카 외교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 부처 간 조정과 민관 협력의 지속성이 확보돼야 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비앙카 오두메구 오주쿠 나이지리아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eong@yna.co.kr
한국에 아프리카는 더 이상 먼 대륙이 아니다. 한국 산업의 미래 공급망, 수출시장, 에너지 안보, 다자외교 전략이 만나는 공간이다. 아프리카 역시 더 이상 일방적으로 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닌 조건을 제시하고, 파트너를 비교하며, 자국의 산업화 목표에 맞는 협력을 선택하는 행위자다. 따라서 '한국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가 한국을 어떤 파트너로 평가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세계 주요국과 다른 한국의 차별성은 산업화 경험, 제조업 역량, 기술훈련, 디지털 전환 지원 등에 있다. 한국은 이 강점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산업화 요구에 응답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로써 한-아프리카 관계는 지속 가능한 상생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은경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주요 연구분야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선거·정당·의회), 정치경제(산업·정치 연계), 분쟁, 체제전환, 외교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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