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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비계 싹둑' 영상, SNS 핫이슈로
"삼겹살에 대한 모독" vs. "나도 잘라 먹는다"
"손님이 비계 싹둑 잘라버리면 마음이 미어질 것 같다"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 재확인…젠슨 황도 엄지척

[YTN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올린 남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계를 '싹둑' 잘라내 버렸다. 허연 비계 부위는 불판 위로 뚝 떨어지고 집게 끝에는 갈색 살코기만 남았다.
지난 일주일간 SNS 핫이슈로 떠오른 '결정적인 한 컷'이다.
가위질의 주인공은 재개 서열 4위 LG그룹을 이끄는 구광모(48) 회장이다.
유튜브에서는 "이 정도면 오너리스크다"(희***), "삼겹살에 대한 모독임"(ga***), "형님들을 위해 포화지방 제거"(옥***), "구광모 정도면 처음 삼겹살 잘라본 걸 수도"(2w***), "이거 보고 전자 손절함"(up***), "회사 물적분할 하듯이 삼겹살도 물적분할"(sh***), "비계 자를 때 소리 지름"(미***) 등 댓글이 폭발했다.
지난 5일 저녁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홍대 앞 고깃집을 찾은 구 회장이 한국사회에 삼겹살 비계 논란을 또 한번 쏘아 올렸다. 다만, 과거 유사 논란과 달리 이번 '삼겹살을 둘러싼 말싸움'에는 참전한 이도, 지켜보는 이도 유쾌하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2026.6.13 mon@yna.co.kr
◇ "친구가 그렇게 구우면 집게 뺏어야"…"비계는 죄가 없다"
"비계로 이행시 한 번 가보겠습니다. 비! '비계 있는 삼겹살을 잘라내는 친구가 있다면?' 계! '계속 그러면 바로 비켜!라고 외치고 제가 집게를 뺏어 들어야죠'."
11일 저녁 강남구의 한 삼겹살집. 퇴근 뒤 친구들과 고깃집을 찾았다는 직장인 박진찬(24) 씨는 '구광모 회장 삼겹살' 영상을 봤느냐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비계 이행시를 외쳤다.
친구인 대학생 조성진(25) 씨는 "기업 회장단 모임에서도 막내가 고기를 굽는다는 게 친근하고 웃겼다"면서도 "삼겹살의 핵심인 비계를 안 먹고 버린 건 너무 안타깝다. 젠슨 황 CEO가 한국까지 와서 비계 없는 삼겹살을 먹은 건 김치 없는 김치볶음밥을 먹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같은 날 서초구의 한 삼겹살집에서 만난 직장인 윤모(31) 씨도 "삼겹살에서 비계를 다 떼어내면 그건 삼겹살에 대한 모욕"이라며 "퍽퍽한 살코기만 먹을 거면 집에서 다이어트 닭가슴살을 먹지 뭐 하러 삼겹살을 먹느냐. 비계는 죄가 없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29) 씨는 "비계 기름에 신김치와 마늘, 미나리를 얹어 절이듯 구워 먹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비계 없는 고기를 구우면 김치가 익지도 않고 타버린다. 비계를 멀리하는 사람과는 겸상도 안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웃었다.
인근 고깃집 '담뿍화로된장찌개'의 정진용 사장은 "삼겹살에서 비계를 전부 빼는 것은 다소 '난센스'"라며 "삼겹살이라는 이름 자체가 지방층과 살코기층이 겹겹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다. 비계가 있어야 고소하고 부드러운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이 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손님이 비계를 다 잘라내고 있으면 아깝다는 생각에 '그거 먹으려고 삼겹살 먹는 건데 왜 자르냐'고 말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강남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도 "저희 집은 고기를 직접 구워드려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손님이 비계를 싹둑 잘라버리면 마음이 미어질 것 같다"며 "손님이 원하시면 눈물을 머금고 잘라드리겠지만, 참 아이러니한 게 비계 다 떼고 살코기만 구우면 십중팔구 퍽퍽하다고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과한 '떡지방'은 주방에서 다 쳐내고 나가니, 삼겹살의 고소한 풍미를 완성하는 적당한 비계는 제발 사랑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직장인 김모(29) 씨는 "비계를 떼어내고 먹을 거면 돈 아깝게 왜 삼겹살을 시키느냐, 그냥 목살을 먹지"라며 "삼겹살은 원래 기름진 맛, 혈관 막히는 맛으로 먹는 거다. 비계가 적당히 들어가 줘야 목구멍에 기름칠도 되고 소주도 달게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이모(24) 씨 역시 "비계 싫어하는 사람들은 진짜(삼겹살)를 못 먹어봐서 그렇다"며 "적당히 비계가 있는 삼겹살은 '삼겹살계의 손흥민'이다. 에이스를 빼놓고 축구를 하겠다는 거나 똑같은 소리"라며 어이없어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11일 강남구의 한 삼겹살집. 2026.6.13
◇ "비계 잘라달라는 손님 의외로 많아"…"물컹하게 씹혀 싫다"
그러나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반비계파'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 권순규(24) 씨는 "(구 회장이) 얼마나 고기를 안 구워봤으면 저랬을까 싶으면서도 회식 자리에서 막내가 느꼈을 부담감이 공감된다"며 "사실 나도 비계를 별로 안 좋아해서 구 회장이 내 친구였다면 칭찬해 줬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8) 씨도 "비계가 너무 많으면 첫 한 입만 맛있고 그다음부터는 속이 니글거린다"라며 "질리지 않고 깔끔하게 많이 먹으려면 무조건 살코기 비율이 높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주부 최모(47) 씨는 "비계가 입안에서 물컹하게 씹히는 느낌이 싫고 느끼해서 금방 물린다"며 "다만 같이 간 사람이 비계를 좋아하면 그쪽으로 다 넘겨주면 되니, 치킨 먹을 때 닭다리와 닭가슴살 선호도가 나뉘는 것처럼 오히려 평화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 삼소회동' 유튜브 영상에도 "저도 저렇게 먹어요. 개인 취향입니다"(hw***), "고기 먹을 때 덩어리 비계 정말 싫다. 고기를 줘야지 왜 비계 덩어리를 파느냐"(해***), "나도 잘라 먹는데, 바짝 구우면 그나마 먹지만 물렁물렁한 느낌이 너무 느끼하다"(지***) 등 비계가 싫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82***'에도 "저도 혈압 고지혈 약 먹어서 건강상 비계 떼고 살만 먹어요. 비계 싫어하는 사람은 떼고 먹어요. 그래서 저게 왜 논란거리지 이해가 안되네요"(휴***), "비계 안 먹어서 저도 저렇게 잘라줘요"(딸***) 등 '옹호'하는 글을 볼 수 있다.
서초구에서 정육점 '고기의 품격'을 운영하는 조용호 사장은 "저희 딸도 지방 많은 고기를 안 좋아한다"며 "맛의 측면에서는 식감을 담당하는 살코기와 부드러움을 더하는 지방이 함께 있어야 균형이 맞지만, 결국은 본인 입맛에 맞게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닭고기를 먹을 때도 닭껍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닭껍질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며 "삼겹살 비계 역시 기호와 건강 상태에 따라 즐기면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정육점 '강남1등축산'을 운영하는 이규성 사장도 "실제로 '돈은 다 드릴 테니 비계를 잘라 달라'는 손님이 의외로 많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비계를 잘라 먹는 것은 취향이지만 굳이 비계를 전부 떼어내기보다는 처음부터 지방이 적은 부위를 골라 먹는 것이 낫다"며 "만약 제 친구가 그러고 있었다면 당장 집게를 뺏어 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2026.6.13 [공동취재] mon@yna.co.kr
◇ 한국인의 뜨거운 삼겹살 사랑…"황사 씻어준다" 속설까지
구 회장의 가위질이 이처럼 핫이슈가 된 것은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이다.
'투뿔한우'는 못 먹어도 웬만하면 삼겹살은 먹을 수 있다는 공감대, 남녀노소가 좋아한다는 점에서 삼겹살에 대해 한국인은 저마다 사연도, 추억도, 할 말도 많다.
심지어 삼겹살은 몸매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룹 씨야 출신 배우 남규리는 지난달 방송된 tvN 예능 '남겨서 뭐하게'에서 "매일 아침 통삼겹살 먹방을 즐긴다. 지금도 냉장고에는 삼겹살만 가득 차 있다"며 아침에 일어나 두툼한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3월 SBS TV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삼겹살 먹방을 펼쳤다.
45㎏ 야리야리한 체구의 여배우가 매일 눈 뜨자마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식성이 화제를 모은 가운데, 그는 여세를 몰아 자작곡 '삼겹살송'까지 발표했다.
외국인도 삼겹살 사랑에 빠진다.
구 회장과 삼겹살 회동을 한 젠슨 황 CEO는 1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삼겹살에 대해 "어제(5일) 처음 먹어봤는데 놀라웠다. 지금도 그 맛이 생각날 정도"라며 행복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황 CEO는 이어 "치킨과 삼겹살 중 하나만 골라달라"는 밸런스 퀴즈에 "이건 선택할 수 없다. 결정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간 '코리안 치킨'에 대한 사랑을 여러차례 보여준 황 CEO이지만 "어젯밤에 삼겹살을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지금도 그 맛이 난다. 소금장 알기 전에는 선택이 쉬웠을 것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SBS '미운 우리 새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삼겹살 기름이 황사나 미세먼지를 씻어준다"는 속설까지 낳았을 정도다.
그러나 김경우 인제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2일 "삼겹살 비계가 미세먼지 배출에 좋다는 속설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근거가 부족하다"며 "미세먼지 대응에는 보건용 마스크 착용, 먼지가 쌓인 곳 닦아내기, 외출 후 샤워하기 등이 훨씬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겹살을 먹기보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채소·과일 등 항산화 음식을 통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겹살 비계에 대해서는 "건강을 위해서는 비계를 잘라내는 것뿐만 아니라 고기를 태우지 않고 굽는 것이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며 "구 회장처럼 비계를 잘라내면 열량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되지만, 삼겹살 부위 자체가 지방이 많아 동물성 지방과 포화지방 섭취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기를 강한 불, 직화, 팬프라잉, 숯불구이처럼 고온에서 조리하면 HCA, PAH 등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생길 수 있어 태우지 않고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11일 서초구의 한 정육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삼겹살. 2026.6.13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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