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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서 퇴장하는 TV 편성표…"미디어 플랫폼 다변화"
'가장 열독률 높은 신문 콘텐츠'에서 구시대 유물로
OTT·유튜브 시대에 '본방 사수'는 오래전 사라져
"휴대전화로 시청"…"방송뉴스도 유튜브 클립으로 봐"

[tvN '응답하라 1994'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주 인턴기자 = "8일자 지면부터 TV 편성표 게재가 중단됩니다. 미디어 소비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시민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디지털 변화에 대응하면서 경제·지역·사회·문화 등 뉴스 지면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지난 8일 경향신문에 실린 공지글이다.
수십년간 신문의 핵심 콘텐츠였던 TV 편성표가 지면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종이신문 독자들의 '저항'에 꾸역꾸역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신문 TV 편성표 종말의 시대는 불과 몇발짝 앞으로 다가온 듯 하다.
미디어 환경 다변화로 또 하나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밀려온다.

◇ "OTT 연결할 때 말고는 TV 사용 안 해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고 있으며, TV(모니터)를 통한 OTT 시청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OTT 이용률은 83.6%로 전년(91.2%) 대비 7.6%p 감소했으나 TV를 통한 이용률은 36.4%로 전년(23.8%) 대비 12.6%p 증가했다.
또 OTT 이용률이 81.8%(2023년 77.0%, 2024년 79.2%)로 증가세인 가운데, 그중 유료 OTT 이용률도 65.5%(2023년 57.0%, 2024년 59.9%)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염모(23) 씨는 10일 "OTT 프로그램을 연결해 영화 볼 때 말고는 TV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나 OTT는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며 "OTT 서비스에서는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요금제를 결제하면 중간광고가 영상 흐름을 끊어버리는 TV와 다르게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뉴스는 글 기사를 주로 읽고 가끔 유튜브에서 시사 이슈를 정리한 롱폼 영상을 찾아본다"며 "TV로 뉴스를 시청하면 내가 원하는 내용만 골라볼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퇴근 시간에 영상을 많이 본다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이동 시간에 영상을 많이 보기 때문에 들고 다니는 기기로 볼 수밖에 없고 집에서 봐도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보는 게 더 편하다"며 "요즘은 숏폼 영상을 빠르게 화면을 넘기면서 보는데 TV는 하나하나 버튼을 눌러야 하고 영상 하나를 쭉 봐야 하는 느낌이라 불편하다"고 말했다.
202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인 가구의 확산과 미디어 이용 변화'에 따르면 1인 가구는 PC를 포함해 노트북, 스마트패드의 보유율이 다른 유형의 가구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임에도 OTT 이용 시 스마트패드 이용과 PC 이용률이 높다.
혼자 사는 이모(24) 씨는 "자췻집에 TV가 없기도 하고 원래 TV보다는 유튜브로 예능이나 뉴스를 자주 본다"며 "본가에 갔을 때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TV를 보고 있으면 같이 볼 때도 있지만 일부러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혼자 사는 박모(22) 씨는 "평소 휴대폰으로 유튜브 쇼츠, 틱톡, 릴스 등 숏폼 콘텐츠를 즐겨보고 긴 예능이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는 태블릿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주로 본다"며 "TV는 내가 안 보는 채널까지 다 보여주기도 하고, 지상파 방송은 항상 비슷한 연예인들이 나오는 느낌이라 유선가입까지 하며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부모님은 내 자취방에 오실 때마다 TV가 없어서 엄청 불편해하신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TV 드라마 사상 초유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모래시계'의 마지막회분이 방영된 1995년 2월16일 밤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이 관심깊게 TV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6.11
◇ TV 편성표 딜레마…독자 항의에 폐지·부활 반복
TV 편성표는 수십년간 신문에서 열독률(최소 몇분 이상 집중해서 열심히 읽는 비율)이 가장 높은 콘텐츠로 군림했다. 이는 전세계 공통이다.
유튜브와 OTT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사람들은 TV 시간표에 맞춰 움직였다. 방송사들이 신문 TV 편성표 옆에 한두개 실리는 '오늘의 방송 하이라이트'에 자사 프로그램이 실릴 수 있도록 '로비'하는 일이 흔한 풍경이었다.
1995년 SBS TV '모래시계'가 방송될 때는 직장인들이 서둘러 집으로 향해 '귀가시계'라는 말이 나왔고, 2013년 MBC TV '허준'이 방송되던 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인기 TV 프로그램 시청률이 50~60%가 우습던 시절의 얘기다.
광고도 TV로만 봐야 했던 때라 1989년 홍콩스타 장국영의 '투유' 광고가 대박을 터트리자 TV 편성표에 '투유' 광고 시간이 게재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TV 편성표에서 오류가 나오면 신문사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사람들이 거실에서 TV를 치우기 시작하고 종이신문의 구독률도 떨어지면서 신문 TV 편성표의 위상도 추락했다.
종이신문에서 TV 편성표 폐지는 2020년 전후로 반복돼 왔다.
9일 10대 종합일간지 중 조선일보·동아일보·국민일보·세계일보에는 TV 편성표가 실렸으나 중앙일보·한국일보 등의 지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중앙일보는 19년 전인 2007년 9월 3일부터 지면에 TV 편성표를 싣지 않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도록 공지했다가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한달 만에 TV 편성표를 지면에 복구했다. 하지만 2017년 7월 4일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다시 TV 편성표를 폐지했다.
영남일보는 2020년 9월 25일 지면을 개편하면서 TV 편성표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역시 항의가 빗발치자 열흘만에 게재를 재개했다.
또 국제신문은 2020년 11월 2일부터 TV 편성표를 폐지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아흐레만에 없던 일로 했다.
동아일보도 2021년 8월 17일 지면에서 TV 편성표를 삭제했다가 독자들의 요구로 부활시켰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2020년 '이제는 스트리밍의 시대'라며 8월 30일자 지면을 끝으로 81년 만에 지면에서 TV 편성표를 없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종이신문을 구독하고, 그 안에서 TV 편성표를 찾아보는 이들은 주로 고령층이다. TV를 실시간으로 본방 사수하는 이들이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경향신문이 8일 TV 편성표를 폐지한다고 공지하자 엑스에는 "어릴때 매일 신문에서 편성표 보면서 보고 싶은 거 줄 그으며 기다렸다. 명절 연휴 특선은 정말 스케줄러 였는데"(BS***), "어릴 때 아빠 신문 보고 나면 이거 정독하면서 형광펜 치곤 했는데"(il***), "신문에서 제일 중요한 정보가 TV편성표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또 시대가 바뀌는구나"(ze***) 등 격세지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올라왔다.
다만, 편성표가 유명무실해지는 것과 TV 프로그램의 명맥 유지는 다른 얘기다.
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VOD, OTT 등 저장성을 가진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TV로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유튜브 숏츠, 릴스 등 숏폼 영상은 이동 중에도 짧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바쁜 젊은 세대의 생활 패턴에 부합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숏폼 콘텐츠 중 상당수가 TV 방송 기반이 많고, TV 방송 기반 연예인이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다시 방송으로 역유입되기도 한다"며 "완전한 플랫폼 교체보다 기존 방송 구조와 새 미디어가 상호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lor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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