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NH농협은행 정부서울청사 지점에서 국민참여성장펀드 가입 절차에 대해 설명 듣고 있다. 2026.5.22 [공동취재]
jeong@yna.co.kr
(끝)
대한민국 산업정책의 문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국민성장펀드가 올해 4월 2차 메가프로젝트를 확정하고, 5월에는 일반 국민이 직접 가입할 수 있는 국민참여성장펀드까지 내놓으면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2025년 9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5년간 150조 원을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에 투입하는 이 계획은 하나의 정책금융 확대가 아니다. 국가가 직접 산업자본의 투자자로 나서는 새로운 성장전략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 펀드를 설명하며 '글로벌 투자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과장이 아니다.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으로 527억 달러의 연방 재정을 쏟아붓고 있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친환경 제조업에 수천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그린딜과 유럽 반도체 법으로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중국은 국가 반도체 펀드와 지방정부 산업 펀드를 통해 수백조 원 규모 자금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AI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글로벌 큰손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이 민간기업에만 미래산업 투자를 맡겨서는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위기의식이 이 펀드를 낳았다. 국민성장펀드는 이런 국제 환경 변화에 맞선 국가 차원의 응전인 셈이다.
◇ AI·반도체에 직접 투자…'채권자'에서 '주주'로
국민성장펀드가 기존 정책금융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정부가 대출기관이 아닌 투자자로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책금융기관은 주로 대출이나 보증을 통해 기업을 지원해 왔다. 이번에는 다르다.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위험을 함께 부담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K-엔비디아' 프로젝트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천억 원이, 퓨리오사AI에는 8천억 원 안팎의 직접 투자가 단행됐다. 금융위는 "독자적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자금 조달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산업은 초기 실패 위험이 높아 민간 자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정부가 일정 부분 위험을 함께 부담하면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나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모델이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4월 14일 열린 2차 전략위원회에서는 투자 범위가 눈에 띄게 넓어졌다.
차세대 백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무인기(드론), 소버린 AI, 재생에너지, 새만금 첨단산업 벨트 등 6개 대형 프로젝트에 총 10조 원 안팎이 투입된다. 지금까지 K-엔비디아 육성, 해상풍력, 차세대 이차전지 등 1차 프로젝트에 6조6천억 원이 공급된 데 이어 두 번째 투자 물결이다. 이날까지 누적 승인 규모는 12조5천억 원이다.
같은 날 금융위는 첨단산업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도 별도로 발표했다. 5년간 35조 원 규모의 민관합동 펀드를 '스케일업 전용펀드', '초장기 기술투자 펀드', '코스닥 초기기업 지원' 등 20여 개 자펀드로 세분화하고, 15조 원의 직접투자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뒷받침하는 방안이다. 이 생태계 지원 방안의 합산 규모가 50조 원이다.
초장기 투자 체계는 AI, 바이오, 양자컴퓨팅처럼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최근 들어 이 펀드에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지난달 22일 출시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첫날에만 목표 모집액 6천억 원의 87.1%인 5천223억5천만 원이 팔리며 사실상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주요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개장 초부터 한도 소진 안내문이 붙었다.
소득공제와 정부 손실 보전 구조가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펀드는 3년 이상 투자하면 최대 40% 소득공제와 지방세 포함 9.9%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 손실이 날 경우에는 재정이 각 자펀드에서 최대 20%를 우선 부담하는 구조다. 서민형 가입 비중이 높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당국은 2차 물량 공급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국민성장펀드는 30조 원 공급을 목표로 한다. 민간과 공공을 합산한 총 조성 규모 기준으로, 일반 국민의 참여분 6천억 원은 7조 원 규모 간접투자의 일부다.
◇ '성장 과실의 공유'…웹 3.0 정신과 맞닿는다
국민성장펀드를 둘러싼 논의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변화와도 맥을 함께한다.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STO)의 발행과 유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그동안 증권화되지 못했던 실물 자산을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길이 정식으로 열린 것이다.
이는 웹 3.0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 즉 '탈중앙화된 소유와 성장 과실의 분산'이라는 정신과 방향이 겹친다. 웹 3.0은 대형 플랫폼이 독점하던 데이터와 가치를 블록체인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나눠 갖는 구조를 지향한다. 국민성장펀드 역시 국가 주도 첨단산업 성과를 일반 국민이 투자자로서 함께 향유하는 구조를 목표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닮았다.
금융권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국내 주요 증권사가 STO,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수탁 등을 '차세대 금융 먹거리'로 분류하며 거래소 지분 투자와 전략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과거 온라인 증권사 플랫폼 등장 때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며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고객 접점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거리는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설계한 중앙화된 투자 플랫폼이다. 탈중앙화를 핵심으로 삼는 웹3.0의 이념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성장의 수혜를 소수가 아닌 다수가 나눠야 한다'는 지향점만큼은 공유한다. STO 법제화를 계기로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지분이나 수익권이 향후 토큰 형태로 유통될 경우, 두 흐름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150조 원이라는 규모는 국내 기준으로 전례 없는 수준이지만,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AI 데이터센터에 730조 원 투자)나 유럽연합의 AI 기가팩토리 프로젝트(300조 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있다.
투자 대상 선정 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도 핵심 과제다. 정치적 판단이 투자 결정에 끼어들거나 단기 성과에 집착할 경우 기대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까지 누적 승인 규모가 12조5천억 원으로, 150조 원이라는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도 이번 발표가 갖는 상징성은 가볍지 않다. 규제와 인허가 중심이었던 정부의 역할이 직접 투자자로 전환된다는 방향이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 이 자금이 어떤 기업에 흘러 들어가고 어떤 성과를 낳느냐에 따라 한국 산업구조의 미래 경쟁력은 상당 부분 결정될 것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지금 그 첫 번째 성적표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