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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팔렘, 오픈런 싹쓸이해 웃돈 중고거래"…선 넘은 굿즈 리셀러에 반감

[촬영 정풍기]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2일 오전 10시 50분 서울시 마포구 AK플라자 홍대점 입구.
평일 오전이지만 복합 쇼핑몰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안내원이 11시에 문을 열자 줄을 섰던 이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에스컬레이터 위를 뛰어오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일본 여성 만화가 집단 '클램프(CLAMP)'의 전시를 관람하려는 팬들이었다.
AK플라자 홍대점은 한국에서 '서브컬처(애니메이션풍)의 성지'로 통한다. 애니메이션과 만화 판매점 '애니메이트'를 필두로 인기 애니메이션 굿즈숍, 가챠(뽑기) 기계, 팝업스토어가 줄지어 있다.
이날 쇼핑몰 4층에서는 '카드캡터 체리', '츠바사 크로니클'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클램프의 데뷔 35주년 전시가 한창이었다. 개점 시간이 되자 관람객 줄은 해당 층을 한 바퀴 돌 정도였고, 현장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까지 나와 있었다. 같은 날 1~5층에 마련된 '주술회전', '죠죠의 기묘한 모험', '체인소맨' 관련 팝업스토어와 오프라인 이벤트 공간에도 팬들이 몰렸다.
그러나 이 풍경을 마냥 반기지 않는 시선도 있다.
한정판 굿즈를 매집한 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높은 가격에 되팔려는 이른바 '되팔렘'으로 불리는 리셀러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촬영 정풍기]
최근 서브컬처 시장이 성장하면서 팝업스토어와 한정판 굿즈 출시가 잇따르고 있지만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리셀도 덩달아 성행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 "암표와 다를 바 없어"…커지는 팬덤 반감
전시를 보고 나온 오모(30대) 씨는 "그 사람(리셀러)들 때문에 굿즈 가격이 올라 구입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재테크라고 표현하지만 암표와 다를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 씨는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줄을 세우는 리셀러도 봤다"며 "이번 전시에서 판매 굿즈에 개수 제한을 두는 걸 보면 주최 측도 리셀러를 의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평소 팝업스토어를 즐겨 찾는다는 이모(20대) 씨도 "슬램덩크의 한정판 유니폼을 판매할 때 리셀러들이 큰 문제가 됐다"며 "주최 측이 재판매에 나서 준 덕에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리셀 행위가 상습적으로 반복되면 팬덤 전체의 물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엑스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최근 리셀러가 큰 문제로 대두된 건 지난달 1일 서울숲 일대에서 열린 '포켓몬 메가 페스타 2026'에서였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포켓몬의 열풍 속에 열린 해당 행사에서 무료 배포하는 카드를 되팔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예상외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에 급기야 행사가 중단됐고 경찰과 소방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 "굿즈는 팬에게"…주최 측도 대응 고심
현행법상 굿즈 리셀을 직접 규제할 수단은 없다. 공연 암표는 사회적 공분과 함께 입법 논의로 이어졌지만 팝업 굿즈 리셀은 여전히 개인 간 거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이 리셀러 차단책을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만화 출판사인 대원씨아이는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쇼핑몰 5층에서 진행한 '꿈빛 파티시엘' 오리지널 팝업스토어에서 입장 전 '현장 퀴즈'를 통과하지 못한 대기자는 입장을 막았다.
리셀러의 입장을 제한하고, 작품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실제 팬들에게 구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AK PLAZA 홍대에 오픈한 '꿈빛 파티시엘'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5.4.1
온라인 반응은 엇갈렸다. "두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입장도 못 했다"는 일부 불만도 나왔지만, 현장에 있던 다수 팬은 "주인공 캐릭터 이름을 맞히는 수준이었다.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전혀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해당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는 김모(20대) 씨는 "퀴즈 문제가 쉬운 편이었는데도 탈락자가 꽤 많았다. 소문을 듣고 대기 줄에서 주인공 이름을 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많은 리셀러가 퀴즈로 가려졌다고 전했다.
충분한 물량 확보를 통해 되팔기를 억제한 사례도 있다.
CGV는 지난 4월 영화 '슈퍼 마리오 갤럭시' 개봉에 맞춰 공룡 캐릭터 '요시'를 모델로 한 팝콘 통을 출시했지만 1인 8개 구매를 허용하면서 첫날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CGV는 공식 채널을 통해 "요시는 다시 돌아옵니다"라고 공지한 뒤 여러 차례 반복 판매에 나섬으로써 중고거래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되팔기를 무조건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학생 박모 씨는 "자본주의 시장인 만큼 개인 간 거래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며 "결국 적정 수준을 지키는 개인의 양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셀 문제를 단순히 가격이나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문화와 팬덤 생태계 전반의 문제로 보고 암표 방지책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한정판 굿즈 리셀은 시장경제 관점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형성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되팔기 목적의 구매가 늘어나면 실제 소비자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어 과도한 사재기와 매점매석은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도 한정판 전략을 통해 희소성과 화제성을 높이는 만큼 구매 수량 제한, 사전 예약제, 추첨 판매 등 공정한 구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였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팬에게 굿즈 구매는 좋아하는 작품과 교감하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행위"라며 "리셀러가 그 기회를 가로채는 건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탈취"라고 말했다. 그는 "리셀 시장이 커질수록 신규 팬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팬덤 결속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트 더 레전드·슈퍼 마리오2…이번엔 애니메이션[http://yna.kr/AKR20260602147100505]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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