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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골드만삭스' 노리는 증권업계, 모험자본 투자 경쟁

입력 2026-05-25 0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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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발행어음 자금 등으로 모험자본 관련 사업·조직확대


1분기 9조8천억 모험자본 공급…의무비율 10%선 넘어 17%대

"투자처 부족한데 자금만 몰릴 수도"…일각선 유동성·버블 우려




여의도증권가

[촬영 안 철 수] 2025.10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정부가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을 통한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유도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모험자본 관련 사업과 조직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금이 단기간에 벤처·스몰캡 시장으로 몰릴 경우 투자 과열이나 증권사의 유동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가장 큰 규모로 IMA·발행어음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투자증권은 IMA 상품을 4호까지 출시해 설정 규모가 총 2조5천600억원을 기록했다. 1·2호 상품은 각각 1조원의 규모였지만, 이후 상품들은 3천억원씩으로 축소됐다. 현재 모집 중인 5호 상품도 약 3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21조6천3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IMA 1·2호 상품으로 각각 1천억원 규모를 모집했고, 발행어음 잔고는 1분기 말 기준 10조1천억원이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 약 10조3천억원 가운데 올해 1분기까지 1조7천억원가량을 모험자본에 투자해 모험자본 투자 비율 16.4%를 달성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의무 비율로 정한 10%를 웃돈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주부터 1천억원 안팎 수준의 'IMA 3호'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지난 3월 IMA 업무를 할 수 있는 세 번째 증권사로 지정된 NH투자증권[005940]도 1호 상품을 4천억원 규모로 출시해 완판했다. 2호 상품은 다음 달 첫째 주 약 1천200억원 규모로 출시 예정이다. 현재 발행어음 연평균 잔고는 약 9조원 수준이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허용되는 계좌로,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지고 고객예탁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금융상품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만기 이하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정부는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의무 비율은 2026년 10%,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현재까지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키움·하나·신한투자로 총 7곳이다. 삼성증권[016360]과 메리츠증권은 지난 7월 인가를 신청한 이후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IMA·발행어음을 발행하는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모험자본 공급 규모는 총 9조8천7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IMA·발행어음 조달금액 57조2천억원 대비 17.3% 수준으로 올해 규제 비율인 10%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발행어음 조달금액은 2020년 말 15조6천억원에서 올해 3월 말 54조4천억원으로 약 3.5배로 증가했고, 작년 처음 출시된 IMA도 작년 말 1조2천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조8천억원으로 확대됐다.


증권사들은 IMA와 발행어음 외에도 모험자본 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행어음 수신잔고가 1조7천600억원 수준인 키움증권[039490]은 지난 14일 신규 설립 예정인 '키움 벤처히어로 모펀드(가칭)'에 2천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벤처투자 활성화와 VC들의 IPO 회수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신규 모험자본 총 6천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는 자금 조달뿐 아니라 모험자본 투자 대상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모험자본 투자 확대 기조에 맞춰 벤처·중소형 기업 관련 정보를 제공할 리서치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 밸류업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실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을 담당하는 연구원을 기존 3명에서 최근 6명으로 두배 늘렸다고 말했다.


올해 2천억원 규모 민간 모펀드를 결성한 하나증권은 리서치센터 내에서도 '미래산업팀'을 신설해 스몰캡(소형주) 기업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조직의 보고서 발간 횟수와 커버리지를 약 30% 늘리고, 연구원 및 리서치 어시스턴트(RA·연구 보조원) 추가 채용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나증권은 또 제주, 부산, 충남 등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을 통해 비수도권 중심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혁신성장팀'을 꾸려 1조 이하의 시가총액을 가진 작은 기업들에 대한 리포트 발간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부 벤처·스몰캡 시장 과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조원 단위의 자금을 공급할 곳이 있는지가 의문"이라며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작은 벤처·스몰캡 시장으로 유입되면 일부 영역에서는 버블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상장 및 상장폐지 규제 강화와 중복상장 원칙 금지 등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진입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며 "모험자본 확대 정책과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공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투자처 발굴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증권 윤원태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증권사들은 IMA 운용과정에서 모험자본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적절한 투자채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역설적으로 IMA에서 모험자본으로 인정해주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을 담으면서 역마진을 감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투자 확대 과정에서 증권사의 운용 부담과 위험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MA나 발행어음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달 수단일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위험도가 높은 벤처·스타트업 투자 확대 부담도 함께 커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취지를 벗어나 모험자본의 탈을 쓴 매개체에 대한 우회성 운용이 이뤄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투자를 위한 발행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라고 말했다. 그는 "발행어음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자금인 만큼 무리한 운용은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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