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검열망 뚫으며 카타르시스…스벅 탱크데이 '기호학적 테러'

입력 2026-05-23 05:55:00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부터 집게손가락 모양까지


음지 커뮤니티발 '혐오 밈' 침투에 업계는 좌불안석





"스타벅스 아웃"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21일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광주·전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18 '탱크데이' 행사로 물의를 빚은 스타벅스 코리아와 정용진 회장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26.5.21 in@yna.co.kr(끝)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성 '밈'(meme·유행 콘텐츠)이 실생활 경계를 허물고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건드린 이번 사건에 대표이사는 전격 해임되고, 스타벅스 측은 연신 사과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머그잔을 깨부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분노의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조롱 문화는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일간베스트'(일베) 등 극단 보수 커뮤니티에서 고인의 사진을 기괴하게 합성하며 놀이 문화로 삼은 게 시작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이런 조롱 문화는 남녀 간 극단적 갈등으로 번졌다.


'메갈리아', '워마드' 등 강성 페미니스트 커뮤니티가 근원지다. 이들의 대표적인 은밀한 혐오성 밈은 집게손가락이다. 남성 신체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커뮤니티 내부에서 그들만의 은어로 소비되던 혐오성 밈이 기업의 광고나 공식 채널 등을 통해 문제가 되는 일은 점차 잦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 영상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문구가 삽입돼 노무현재단이 직접 항의 서한을 보낸 게 대표적이다. 구단은 숨은 의미를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21년에는 GS25의 캠핑용 식품 구매자 대상 경품 증정 포스터 구석에 소시지를 집는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교묘하게 숨어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20·30대 남성들의 거센 불매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2021년 집게손가락 그림으로 논란이 됐던 평택시 포스터(왼쪽)와 수정된 포스터(오른쪽) [평택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주고받던 '비밀 암호'를 대중에게 몰래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내부자들끼리의 뒤틀린 소속감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분석한다.


탱크나 집게손가락처럼 일상적인 단어나 동작을 교묘하게 활용해 대중의 검열망을 속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과 교수는 "커뮤니티를 쉽게 접하니 그 문법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표현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모른 채 행동하는 것"이라며 "별생각이 없어 벌어진 비극"이라 했다.


혐오성 밈의 은밀성은 웃지 못할 소모적 갈등을 낳기도 한다.


스타벅스 텀블러 용량이 503㎖인 이유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번호라거나, 5·18 유공자 503명을 가짜로 모는 것이란 억측이 단적인 예다.


스타벅스 텀블러는 미국식 계량 규격인 17온스를 환산해 503㎖다.


기업 총수까지 거론되는 수사로 번진 '탱크데이' 사태에 마케팅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음지 커뮤니티발 '기호학적 테러'를 사전에 모두 걸러낼 방법이 뾰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사 직원 조모씨는 "교묘한 광고는 애초 잡아내기도 어렵고, 발견한다고 해도 고객사를 어떻게 이해시킬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miny@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