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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직원들 떠나고 손님은 김밥 한 줄만"…중동발 고물가에 '휘청'

입력 2026-05-10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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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 낙원떡집도 원가 압박에 '고전'…쌀값 전년 동월비 14% 상승


"삼겹살도 둘이 먹으면 5만원"…치킨·김밥도 부담

중저가 뷔페로 햄버거로 '불황형 가성비' 뜬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떡집

[촬영 홍국기]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한주홍 기자 = "체감상 1년 전보다 쌀과 곡물 가격이 30%는 오른 것 같아요. 그래도 떡값을 쉽게 올리지는 못하니까…공장에서 가족처럼 일했던 직원 세 분도 스스로 나가셨어요."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낙원떡집의 김희정 사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12년 개업해 4대째 이어져 온 낙원떡집은 11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어버이날 당일에도 떡을 사거나 단체 주문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통의 무게도 치솟는 물가가 버거워 보였다.


지난달 기준으로 떡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쌀은 전년 동월 대비 14.4%나 올랐다. 특히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은 곡물, 유지류, 육류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하며 관련 지수(130.7)가 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나들이와 행사가 많은 5월이지만, 식품·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업계와 가계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떡집 내부

[촬영 홍국기]


◇ "김밥도 부담"…직장인들, 점심값에 한숨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체감 외식비 부담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오후 종로의 한 평양냉면집에서 만난 직장인 양모 씨는 "예전엔 1만원 이하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기본이 1만3천∼1만5천원"이라며 "가성비 음식으로 여겼던 분식도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토로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요즘에는 약속 잡기가 무섭다"며 "예전에는 외식이라면 조금 고급스러운 메뉴를 찾게 됐는데, 요즘은 국밥이나 칼국수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뉴를 찾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둘러본 종로와 신촌 등 서울 중심지는 김밥도 한 줄에 5천원을 넘는 곳이 많았다.


종로의 한 김밥집은 기본 김밥이 한 줄에 5천900원이었고, 떡갈비 김밥 같은 메뉴는 1만1천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신촌의 한 김밥집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김밥이 이제는 서민 음식이 아닌 것 같다"며 "한 줄에 5천원이나 해 한 줄만 샀다"고 씁쓸해했다.




한 김밥집 조리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표 외식 메뉴인 삼겹살과 치킨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삼겹살집을 찾은 직장인 신모 씨는 "둘이 삼겹살을 먹으면 5만원은 금방 넘는다"고 말했다. 이곳의 삼겹살 가격은 150g에 1만9천원으로, 성인 2명이 3인분만 주문해도 고깃값으로만 6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


치킨 가격 역시 일부 가맹점에서 브랜드 제품을 3만원(배달비 포함)에 육박한 가격에 팔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5.5% 상승해 전체 외식 물가 상승률(2.6%)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 확산과 출하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민감한 반응에 치킨업계는 닭고기 원가 상승 압박에도 가격을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는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치킨집

[연합뉴스 자료사진]


◇ 뷔페·햄버거 등 가성비 찾는 소비자들


외식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뷔페형 식당과 가성비 프랜차이즈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특히 식사와 후식을 한 번에 해결해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실속형 뷔페'에 대한 수요가 커진 분위기다.


8일 오후 1시께 방문한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뷔페 레스토랑 '테이크' 1호점(종각점)에는 점심시간이 지난 시각이었음에도 27팀이 대기 중이었다.


아워홈이 지난 1일 개점한 이 식당에서는 평일 점심에 110여개의 메뉴를 성인 기준 2만3천900원에 즐길 수 있다.


입장을 위해 기다리던 대학생 노성민(19)씨는 "요즘 물가치고 100개가 넘는 메뉴를 2만원대에 먹을 수 있는 것은 최고의 가성비"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뷔페 레스토랑 '테이크' 입장 기다리는 손님들

[촬영 홍국기]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브랜드 '애슐리퀸즈'는 성인 평일 점심 가격이 1만9천900원이다.


애슐리퀸즈 종각역점에서 식사를 마친 50대 김모 씨는 "요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까지 가면 몇만원은 넘게 드는데, 여기선 커피에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으니 오히려 저렴하다"고 말했다.


애슐리퀸즈 종각역점 관계자는 "평일 점심에도 오후 늦게까지 대기 줄이 이어진다"며 "저녁 시간에는 회식 예약도 많다"고 전했다.


이런 인기를 증명하듯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애슐리퀸즈의 올해 1∼4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매장을 크게 줄였던 한식뷔페 브랜드 자연별곡도 최근 저가형 매장을 중심으로 다시 출점에 나섰다.




애슐리퀸즈 마곡점

[이랜드이츠 제공]


외식 물가 급등에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도 '상대적 가성비' 메뉴로 떠올랐다.


맥도날드 신촌점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김정민 씨는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이 워낙 오르다 보니 이제는 햄버거가 오히려 가성비 메뉴처럼 느껴져 자주 먹는다"며 "세트를 먹어도 1만원을 넘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동료인 김여정 씨도 "갈비탕이나 삼계탕 같은 메뉴는 한 끼에 2만원 가까이 들어 자주 먹기 부담스럽다"고 했다.


버거는 5천∼7천원대로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탄·단·지)을 균형 있게 갖춘 메뉴라는 인식까지 확산하면서 업체들의 실적도 호조세다.


국내 매출 기준 상위 5개 버거업체(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맘스터치·KFC)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을 나타냈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업계 최저가 수준인 2천500원짜리 '어메이징 불고기' 버거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0만개를 기록했다.




자연별곡 야탑점

[이랜드이츠 제공]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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