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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작별 준비하는 110년 전통의 대전 유성시장…"그동안 감사했다"

입력 2026-04-30 07: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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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 순대국밥집 등 '장수' 가게 모두 이달 영업 종료…오일장은 계속 운영


12월부터 본격 철거 및 재개발공사 시작…공중화장실 폐쇄·쓰레기 방치 불만도




공가세대 출입금지 안내문 붙은 빈 상점

[촬영 강수환]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오늘이 마지막 영업이여. 이제 고만해야지. 거진 70년이면 오래 했어."


구순이 된 주인은 60여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순대국밥집을 바라보며 쓸쓸히 말했다.


110년 전통의 대전 유성시장의 터줏대감이었던 인기 맛집 '부산식당'은 지난 29일을 끝으로 60여년간의 영업을 종료했다.


1916년 문을 열었던 대전 유성시장이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로 올해 말 철거를 앞두며 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는데, 부산식당도 예외는 아니다.


가게와 희로애락을 함께한 박화자(90)씨는 "평생을 생고기 찌고 팔면서 이 짓을 해왔는데 시원섭섭하면서도 홀가분하다"며 "자식들도 다 키워내고 할 만큼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오일장이 열리는 29일 찾은 유성시장 내 점포 대부분은 출입 금지 테이프가 처져 있고, 공가(空家) 세대임을 알리는 출입 금지 안내문도 함께 붙어 있어 군데군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60여년간 운영해온 식당 마지막 영업을 하는 박화자씨

[촬영 강수환]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가게를 이전한 상인들은 이전한 장소를 표시한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재개발과 함께 아예 영업을 종료한 곳은 손님들에게 '그동안 성원에 감사했다'는 마음을 담은 인사말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어머니에 이어 2대째 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해온 박영은(60)씨 또한 이날을 마지막으로 장사를 종료하게 됐다.


박씨는 "내게 시장은 정말 즐겁고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공간이었다"며 "생동감이 넘쳐났던 이 활기찬 곳에서 이제 이런 기분을 못 느낀다는 게 너무 아쉽고 시원섭섭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억이 깃든 시장에 작별을 고하는 시민들 마음도 아쉽기만 하다.


20여년째 유성시장을 이용 중인 이모(62)씨는 "노은동에서부터 자주 장을 보러 오는 곳이고 저렴하면서도 사람들도 많아서 좋아했다"며 "이제 이 오래된 공간을 떠나 깨끗하고 더 좋은 곳으로 간다고 해서 다행인데 시장 이전도 끝까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에 붙은 출입금지 테이프

[촬영 강수환]


유성시장 및 오일장은 남측 인근 문화공원 및 주차장으로 임시로 이전이 계획된 상태로, 상점은 이번 달을 끝으로 모두 영업을 종료한다.


4, 9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은 철거가 시작될 올 12월 이전인 11월까지는 그대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도 문을 닫은 점포들 사이로 오일장에 장을 선 노점상이 활기를 띠고 많은 시민이 붐볐다.


하지만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황에 시장 내 공중화장실 일부가 폐쇄되거나 거리에 쓰레기가 난잡하게 쌓이면서 일부 노점상인들과 시민은 이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일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는 임용구(73)씨는 "재개발을 하더라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오일장 노점을 하는 상인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면 안 되는데 구청에서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라며 "공중화장실 한 곳을 폐쇄해서 사람들이 길가에서 볼일을 봐 지린내가 진동하거나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데 사람들이 장을 보러오고 싶겠느냐"고 토로했다.




길가에 쌓여있는 쓰레기

[촬영 강수환]


실제로 상점들이 철수한 곳 인근 거리에는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어 시민들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었다.


시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인근 주민 김도식(70)씨도 "재개발로 시장을 형성시켜놓는다는데 일단 지금 당장 이곳은 쓰레기 집하장같이 쓰레기가 곳곳에 방치돼 있고 냄새도 장난 아니다"라며 "재개발한다고 관리를 아예 손에서 놓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성구 관계자는 "폐쇄된 공중화장실 부지는 조합 측에서 용도폐지를 위해 단전·단수가 필요해 폐쇄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 달 초 근처 다른 곳에 새 화장실을 만들어 개방할 예정"이라며 "쓰레기는 대부분이 폐기물이라 다음 달 초 조합 측에서 폐기물 업체를 선정해 처리할 예정으로 불편함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은 유성시장 등 인근 상인들과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수년에 걸쳐 어려움을 겪었다.


2006년 초기 논의가 시작되며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사업성 문제나 상인 반발 등으로 지연되다 2019년 조합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전개됐다.


이 재개발로 유성시장을 포함한 장대동 14-5번지 일대 9만7천213㎡ 부지에 지하 7층∼지상 54층 총 9개 동의 2천700여세대 초고층 아파트 단지와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붐비는 유성시장 오일장

[촬영 강수환]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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