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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틱톡 캡처]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얼마 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업을 취소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새벽부터 약을 먹으며 버티다가, 오전이 되어서야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어서 학교로 향했다. 필자는 아픈 몸을 일으키면서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럴 때 나도 AI로 학습된 나만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생각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상 영화 속 설정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르다. 현재 산업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팔로워를 1억 6천만 명 이상 보유한 틱톡(TikTok)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중 하나인 카비 라메(Khaby Lame)가 있다. 그는 무언의 반응을 활용한 코미디 영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무언'(無言)과 '코미디'라는 특징을 통해 언어와 문화를 초월하며 하나의 상업적 자산으로 성장했다.
올해 초 그는 자신의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복제본을 활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복제본은 실제 그를 대신해 광고를 수행하고 브랜드 협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그가 더 이상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계약의 대상은 여전히 '그'지만, 실행 주체는 인공지능이다.
93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틱톡커 워와 비키(Woah Vicky)는 팬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자신의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AI digital twin)을 공개했다. 비키의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은 팬들과 더욱 긴밀한 상호 소통을 위한 복제본이다.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인물을 대신해 소통하고 반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존재로 쓰이기 시작했다.

[틱톡 캡처]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늘 그렇듯, 최신 기술은 성인 콘텐츠에서 재빠르게 사용되고 응용되며 발전돼 왔다. 작년에는 성인 콘텐츠 중심의 영국 기반 소셜 미디어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에서, 크리에이터와 매니지먼트 에이전시가 구독자의 개별적 대화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델의 말투를 모방한 인공지능 챗봇을 운영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 사례를 기술 도입이나 과장된 마케팅으로만 해석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여기서 발생한 변화는 훨씬 구조적이다. 인플루언서라는 존재가 '시간을 들여 수행하는 노동'에서 '복제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특정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방향과 맞물려 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인공지능 복제본을 제작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고, 다양한 플랫폼이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아도 되는' 제작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영상이 생성되고, 표정과 제스처까지 자동으로 구현된다. 그의 '존재 방식'이 데이터로 분리돼 재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캡처]
인플루언서 산업은 원래부터 디지털 공간 위에 구축돼 있다. 콘텐츠는 화면으로 소비되고, 관계 역시 플랫폼을 통해 형성된다. 이 환경에서는 '직접 촬영했는가'보다 '결과가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시스템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조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의 디지털 트윈은 대체 기술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제거하는 확장 장치다. 최근에는 제조와 도시 인프라, 교육과 협업 환경에서도 디지털 트윈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만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유튜브 캡처]
미국의 대체의학 의사이자 저술가인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는 자신의 인공지능 버전을 실제 회의와 상담에 활용하고 있으며, 링크드인(LinkedIn) 공동 창립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 역시 자신의 디지털 복제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메타(Meta)는 내부적으로 마크 저커버그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반영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 내 상호작용에 활용하는 방안을 실험 중이다.

[유튜브 캡처]
이 이야기는 우리 한국인에게서도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중은 챗 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기 얼굴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이를 다양한 스타일로 변환하는 경험을 해왔다. 많은 사람은 '나'의 모습을 인공지능으로 재구성하며 또 다른 버전의 '나'를 만들어보는 것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있다.
또한 영상 크리에이터 사이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내레이션을 제작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대화 속에서 개인의 언어 습관과 표현 방식에 맞춰 시스템을 조정하며, 점차 인공지능을 하나의 인격처럼 다루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을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특성과 표현 방식을 반영하는 확장된 존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디까지 디지털 트윈을 허락할 것인가? (2편에서 계속)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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