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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조선·건설중심으로 교섭요구…사용자성 판단前 무대응 기조
경북지노위 판결에 촉각…"법적판단 제각각이라 분쟁 장기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2026.3.10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홍국기 한지은 기자 =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이 본격화한 지난 한 달, 재계는 우려대로 전에 없던 혼란에 직면했다.
법에 근거해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들이 원청을 향해 교섭 요구를 쏟아내자 기업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특히 사용자성에 대한 법적 판단 없이 하청업체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는 연쇄 교섭을 유발하는 선례가 될 수 있어 기업들은 요구 수용에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 사용자성 판단에 있어 명확한 법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자동차·조선·건설·철강 등 다수 협력사가 얽힌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청업체들의 교섭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현대차와 한국GM, 한국타이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현대건설, 포스코 등이 꼽힌다.
이중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한국타이어, 한국GM 등은 교섭 요구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하청노조는 교섭 요구 공문을 네 차례 발송했지만 답변받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 등 조선업 원청 3곳은 교섭 절차에는 응했지만,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교섭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지난달 사내하청지회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데 이어 해당 노조를 교섭 요구 노조로 공고했다.
다만 두 기업은 공문에 명시된 협력사에 한해 절차를 진행하되 향후 교섭 요구 사항 검토 결과 계약외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교섭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안전 문제나 일부 처우 개선은 협의할 수 있지만 임금 인상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화오션 협력사인 웰리브 직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단체교섭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거제조선소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도 교섭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은 노란봉투법 시행 후 상위 100개 원청 건설사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이후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한국타워크레인노조, 한국산업건설노조 등이 민주노총·한국노총 산하 노조 다수가 임금, 안전·보건, 작업 환경 등의 다양한 의제를 내세워 일제히 교섭 요구에 들어갔다.
일부 지부에서는 집회, 현수막 설치 등을 통해 본사와 현장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건설사는 일단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한 상황이다.
노란봉투법 자체가 사내 하청에서 비롯된 것인데, 건설업은 전문 공종별로 전문건설업체가 투입돼 시공하는 구조라 사내 하청 문제가 직접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노란봉투법상 규정을 근거로 하청 노조가 단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5.8.24 utzza@yna.co.kr
이러한 혼란 속 민간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첫 사례가 이날 나올 예정이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포스코는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 공고를 게시했고,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교섭 단위를 구성해 한국노총과 별도로 교섭하겠다며 분리 신청을 제기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분리 신청에 대해 이날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는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첫 사례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도 오는 9일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에 대한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원청인 SK에너지, 에쓰오일, 고려아연에 대해 사용자성이 있다고 본다.
지노위 판단에서 별도의 하청 교섭 단위가 인정된다면 노조는 본격적인 교섭 요청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jjaeck9@yna.co.kr
혼란이 지속되면서 재계에서는 사용자성 등 노란봉투법의 법적 개념을 명확히 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매출 5천억원 이상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그 이유로는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청과 과도한 요구 증가'(74.7%)와 '법 규정 모호성에 따른 법적 분쟁 증가'(64.4%)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사용자성 판단 적용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이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불복 및 분쟁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업종 특성에 따른 판단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포스코가 노란봉투법의 제정 근거인 원·하청 구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직원 7천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과 같이 기업의 자율적 의지에 해결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프로젝트별 작업장의 위치가 상이하고, 공종별로 단기 인력 투입이 주를 이루는 차이가 있다"며 "건설업의 특성을 반영한 지침이나 교섭 매뉴얼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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