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인천 남동구 예그리나에서 열린 'K-뷰티 스마트제조혁신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2.26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국내 화장품 산업과 K-뷰티를 둘러싼 논의는 대개 기술력, 브랜드, 마케팅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왜 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서 독특한 반응을 얻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출발점은 생각보다 앞단에 있다.
바로 원료가 만들어지는 환경, 그중에서도 제형의 바탕이 되는 물의 품질과 지역 생태계다. 물론 화장품은 대부분 정제수를 사용한다. 그러나 정제수라는 말이 곧 물의 조건이 다 같다는 뜻은 아니다. 물은 그저 용매만이 아니라 유효 성분의 전달, 제형의 안정성, 피부 반응의 차이를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다. 같은 성분이라도 어떤 물과 어떤 환경 위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K-뷰티의 경쟁력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지점을 봐야 한다.
한국은 자연환경 면에서 독특한 조건을 가진다. 산림 비율이 높고, 지역마다 산지·계곡·토양·해양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환경은 빗물이 모였다가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숲과 토양과 유기물층을 거치며 비교적 복합적인 여과 과정을 밟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미네랄 균형이 달라지고, 수질의 안정성과 부드러움이 형성된다. 특히 침엽수림이 발달한 지역은 식생과 토양의 구조가 물의 성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피톤치드 같은 식물 유래 성분이 환경적 안정감을 보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의 물이 무조건 더 좋다'는 단순 주장보다, 한국은 원료 생산의 출발점에서부터 물성과 생태 조건이 결합된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K-뷰티의 차별성은 바로, 이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다.
이 논리는 산업 현장과도 맞닿아 있다. 화장품 제조는 원료의 조합만이 아니다. 어떤 물을 쓰는지, 어떤 공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지, 어떤 피부 반응을 고려하는지가 최종 품질을 좌우한다. 결국 화장품은 성분만의 경쟁이 아니라 '기반 조건의 경쟁'이다.
한국의 자연환경이 만들어내는 물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제품의 질감과 흡수감, 사용감에 스며든다. 이것이 K-뷰티가 해외에서 '발림이 좋다', '피부에 부담이 덜하다', '사용감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과도 연결된다. 기술은 결과를 정교하게 만들고, 자연은 그 결과가 자라날 토양을 제공한다. K-뷰티의 경쟁력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의 결합에서 나온다.
하지만 오늘날 K-뷰티는 단지 좋은 물과 성분을 쓰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K-뷰티는 콘텐츠 산업이자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이 먼저 있고, 그 뒤에 광고와 유통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다르다.
팬덤, 인플루언서, 라이브커머스, 숏폼, 해외 커뮤니티가 먼저 서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제품이 경험으로 소비된다. 미국에서는 브랜드의 상징성과 화제성이 중요하고, 중국에서는 라이브커머스와 즉시 전환이 중요하며, 일본에서는 오프라인 체험과 신뢰 축적이 중요하다.
즉, K-뷰티는 국가별 유통 방식에 맞춰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경험을 각국의 소비 방식에 맞게 번역하는 산업이 됐다. 이것이 K-뷰티를 수출품 차원이 아니라 문화경제의 한 축으로 보는 이유다.
여기서 'K'의 의미가 중요해진다. K는 이제 Korea의 약자만이 아니다. K는 하나의 정체성 브랜드가 됐다. 한국적 감각, 한국의 속도, 한국의 미학, 한국의 기술, 한국적 공동체 경험을 묶어내는 상징이다. 그래서 K-뷰티는 '한국에서 만든 화장품'을 넘어서, 한국적 자연조건과 기술, 콘텐츠와 유통, 공동체적 감각이 결합한 복합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K-뷰티의 경쟁력은 제품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전체 구조에 있다.
이 지점에서 '웹 3.0' 정신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웹 3.0의 핵심은 중앙집중적 소유보다 공유와 분배, 즉, 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과를 더 넓게 나누는 데 있다. K-뷰티도 이 정신을 실천할 수 있다. 한국의 지역 자원, 예를 들어 강원도의 산림 자원, 전남의 녹차·허브 자원, 서해안의 해양성 자원, 온천수와 광천수처럼 지역별 특성을 가진 자연 기반은 그저 하나의 원료가 아니라 공동의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이 자산을 기반으로 제품이 개발되고 브랜드가 성장하며 수익이 발생한다면, 그 가치를 기업만 독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과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여기서 STO, 즉, 토큰증권은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천연자원, 생산 인프라, 브랜드 수익 구조를 디지털 자산화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투명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천연수, 해양 머드, 약초·식물 자원, 또는 지역 기반 화장품 사업에 대한 수익권을 구조화하면, 투자자는 하나의 금융상품 투자자가 아니라 지역 자산과 산업 성장의 동반자가 된다.
이는 자본시장 논리만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유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해 K-뷰티는 제품 판매를 넘어 지역 기반 자산의 가치순환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새로운 기본소득의 상상과도 연결된다. 자연이 만든 물과 자원, 그리고 그 위에 형성된 산업의 이익을 일부나마 지역사회와 국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K-뷰티는 소비재 산업만이 아니라 사회적 분배 장치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원 평가, 권리 구조, 법적 장치, 공공성과 민간 수익의 경계 설정이 정교해야 한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자연 자원을 뽑아 쓰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기반 가치를 사회적으로 순환시키는 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의 핵심은 간단하다. K-뷰티의 차별성은 제조 기술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장소성, 즉, 물과 숲과 토양과 바다가 만들어낸 기반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쌓인 제품 가치와 브랜드 수익은 더 넓게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K'가 단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정체성이라면, 그 정체성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통해 더 강해진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K-뷰티를 누가 만드는가'가 아니라, 'K-뷰티가 만들어낸 가치를 누가 어떻게 함께 나누는가'다. 이제 K-뷰티는 제품을 넘어 자산 구조로, 산업을 넘어 공유 구조로, 수출을 넘어 웹 3.0적 분배 모델로 나아갈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왜 K-뷰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 분명해진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한국의 자연과 한국의 정체성을 함께 품은 공유 가능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K'는 모두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