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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자율주행 기술의 지향점이 더 이상 '사고를 줄이는 기술'의 기능적 보조를 넘어 '공간의 혁명'으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산업의 질문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이제 산업계의 화두는 "운전대에서 해방된 인간의 자유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로 패러다임이 변화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과거 자동차 산업은 엔진의 출력과 주행 성능으로 경쟁했다. 이후에는 센서와 인공지능(AI)의 정밀도가 핵심 지표가 됐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어떻게 달리는가'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가 있다. SDV는 차량의 기능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구조로 자동차를 하나의 '움직이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시켰다. 차량은 더 이상 독립된 기계가 아니라 스마트폰, 클라우드, 그리고 집 안의 사물인터넷(IoT) 환경과 실시간으로 연결된 하나의 확장된 생활 공간이 됐다.
특히 생성형 AI의 결합은 이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차량 내 AI는 음성 명령 수행만이 아닌 탑승자의 일정과 취향,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반영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동 중 회의를 준비하고, 목적지 도착 전에 예약을 완료하며,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능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는 점점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개인화된 디지털 비서가 탑재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 경쟁의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차량 내부 경험(UX)'과 '연결된 공간'이 전면에 등장했다. 소니혼다모빌리티(Sony Honda Mobility)가 선보인 'AFEELA'는 차량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재정의한 사례다.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한 몰입형 콘텐츠 환경을 구축해, 이동 중에도 고사양 게임과 미디어 소비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자동차가 더 이상 '이동 중 소비를 제한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콘텐츠 소비를 확장하는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디지털 콕핏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 차량 전면을 가로지르는 하이퍼스크린은 AI가 운전자와 탑승자의 행동을 학습하고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예측형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의 생성형 AI가 결합되며 차량은 하나의 개인화된 컴퓨팅 환경으로 작동할 것이다.
한편, 완전 자율주행 영역에서는 공간 개념 자체가 다시 정의되고 있다. 구글의 웨이모(Waymo)와 중국의 지커(Zeekr)가 협력해 만든 로보택시는 아예 운전대가 없는 설계를 채택했다. B-필러(차량 기둥)를 없애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하고, 낮은 바닥 설계로 휠체어 접근성을 높여 '모두를 위한 이동형 라운지'라는 자율주행의 사회적 가치를 공간으로 구현해냈다.
한편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 2026'에서도 자동차가 '통신 네트워크의 일부'로 완전히 편입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특히 위성통신 기반 차량 연결 기술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스페이스X(SpaceX)의 스타링크 기반 '스타링크 모바일'(Starlink Mobile)과 같은 위성-차량 연결 기술은 기존 지상 통신망의 한계를 보완하며, 자율주행차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상태로 유지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연결성 향상 이상이다. 차량은 이제 클라우드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AI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외부 인프라와 협력해 판단을 내리는 '분산형 지능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은 더 이상 차량 내부에서 완결되는 기술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가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 오브 시스템'(System of Systems)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흐름은 인프라 경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MWC 현장에서 화웨이는 '아틀라스 950' 기반 대규모 AI 클러스터와 자율주행 솔루션(ADS)을 결합해, 도시 단위의 교통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를 중심으로 차량 내부 컴퓨팅 성능을 극대화하는 접근을 유지하며, '차량 중심 AI'와 '인프라 중심 AI' 간의 전략적 대비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의 전략도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추진 중인 PBV(목적 기반 차량) 전략은 하드웨어와 공간 혁신을 동시에 겨냥한 접근이다. '이지 스왑'(Easy Swap)과 같은 모듈형 구조는 차량을 사무실, 상점, 휴식 공간 등으로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자율주행 시대의 차량이 단일 기능이 아닌 '다목적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여기서 보여준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짜 경쟁력은 그 공간 안을 채우는 '콘텐츠'와 '서비스'에서 나온다. 아무리 정교한 하드웨어와 넓은 실내를 갖추더라도, 사용자의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우지 못한다면 그 공간은 금세 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 지점에서 분명한 기회를 갖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술, 초고속 통신 인프라,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K-콘텐츠 IP는 자율주행 플랫폼과 결합될 때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차량 내부를 스크린만이 아닌 이야기와 경험이 흐르는 이동형 콘텐츠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는 '경험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
자율주행의 미래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시간 설계 경쟁'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동 시간을 비는 시간이 아니라 '가치 있는 시간'으로 전환시키고,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자율주행 시대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시간의 재정의이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더 이상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기계가 아니고, 인간의 삶이 머무르고 확장되는 '제3의 공간'이 될 것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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