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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손목 위 '디지털 증인' 스마트워치…사망시각 퍼즐 풀었다

입력 2026-03-26 06: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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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활동 데이터, '마지막 순간' 기록…사후진단의 새로운 단서로 부상




스마트워치

[AI가 만든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변사자의 사망 시각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정보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죽음에서는 범인을 특정하는 핵심 단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간을 정확히 특정하는 일은 법의학 전문가들에게도 대표적인 난제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사후강직, 사후저체온, 사후반점 등 시신의 변화를 바탕으로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현장의 온도와 습도, 발견 당시 상태 등 다양한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정확도는 크게 달라진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추정'에 머문다는 점이다. 개인별 차이와 환경 변수에 따라 사후 변화의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의학자들이 사망 시각을 두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변사자의 손목 위에 채워진 스마트워치가 사망 시각을 밝히는 새로운 '디지털 증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연세대 의대 법의학과 공동 연구팀이 대한법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Leg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한 증례보고에 따르면, 주차된 트럭에서 발생한 50대 운전기사 변사 사건에서 스마트워치가 사망 시각을 규명하는 중요 단서로 활용됐다.


사망 운전기사는 근무 시작 시각이 지났는데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동료에 의해 트럭 안에서 발견됐다. 발견 직후 심폐소생술이 시행됐지만, 119 도착 당시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핵심은 사망 시각이었지만, 기존의 사후경과시간 분석만으로는 특정이 어려웠다.


이때 운전자가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워치는 광학심박센서(PPG)를 통해 맥박을 측정한다. PPG가 손목에 빛을 쏴 혈관 내 혈류 변화에 따른 반사량 차이를 감지하고, 이를 분석해 맥박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 변사자의 맥박은 특정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기록되다가 더 이상 측정되지 않았다. 법의학팀은 스마트워치에서 맥박 측정 기록이 멈춘 오전 3시 30분에 변사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틀 후 부검에서 변사자의 최종 사인은 급성심장사로 판단됐다.


이 같은 사망 시각 확인 방식은 기존의 사후 변화 기반 추정과는 다른 접근이다. 사망 이후의 변화를 거꾸로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망 직전의 생리적 상태가 그대로 기록된 데이터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가 마지막 목격 시점과 발견 시점 사이의 공백이 큰 경우에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한다. 이번 사례에서도 스마트워치가 없었다면 사망 시각은 훨씬 넓은 범위로만 추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아직은 한계도 분명하다. 기기의 성능에 따라 데이터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배터리 소진이나 측정 오류, 기록 누락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례의 경우 처음 목격한 동료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이후 스마트워치에 다시 맥박이 기록되고, 시신 이동 과정에서도 일부 생체 데이터가 유지되는 등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심폐소생술이나 시체의 운송이 스마트워치의 맥박 측정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스마트워치의 기록이 법적 증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신뢰성과 해석 기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팀은 "현장 검안 시 변사자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다면 맥박 정보를 확인하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절차가 일반화될 수 있다"며 "향후 스마트워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다른 건강 관련 정보들도 사후 진단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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