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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박사의 스피치 & 커뮤니케이션-24

인공지능. [로이터=연합뉴스]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포기할 수 있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질문을 잘할 만한 역사적 인물 중 으뜸으로 꼽힌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질문 방법을 썼을까? 앞선 연재 글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산파술(産婆術)을 통해 '아포리아' (난관)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적절하고 집요한 질문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막다른 골목'에 빠져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논법이다.
그는 첫 번째로 '본질과 정의'에 관해 물었다. "덕(德)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식은 무엇인가요?"라는 식이다. 그에 대한 답변(정의)을 듣고 소크라테스는 문제점을 지적해 더 정확한 정의를 찾도록 유도했다.
두 번째 질문을 통해서는 '모순과 오류'를 검증했다. 상대가 생각한 정의와는 다른 개념을 가져와 '무엇이 다른지' 또는 '가정이 타당한지' 등을 물었다. 쉽게 말해 '열린 질문' 후에 '깊은 질문'으로 대화를 연결한 셈이다.
마지막 질문은 '자기 인식을 촉진'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처럼 모든 질문이 전략적으로 상대가 자신의 문제점을 자각하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질문법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결국 경청과 공감이 전제돼야 하는데, 반면 우리의 대화는 자기중심적이거나 주제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질문도 '훈련과 구조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하나의 지침을 제시하자면, 우선 질문 내용의 카테고리(범주)화가 중요하다. 인물이라면 생애·업적·계획 등으로, 태풍 같은 사건이라면 규모·예측·피해 등으로 항목을 정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개방형 질문, 즉 개념과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질문한다.
이어 앞선 항목화 질문을 중심으로 깊고 다양하게 묻는다. 상황에 따라 항목별 교차 질문도 가능하다. 태풍 특보라면 전문가에게 태풍의 현 상황을 근거로 향후 경로 등을 세부적으로 묻는 식이다.
마지막은 정리 질문으로, 개방형 질문 > 구조화된 항목별 질문 > 교차 질문 > 정리 질문으로 이어지면 좋은 흐름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나쁜 질문은 너무 긴 질문, 선입견이 들어간 질문, 두 항목을 동시에 묻는 말 등 '자기중심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연재 글에서 AI 등장으로 질문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1.0 명령의 시대'를 거쳐, '2.0 질문의 시대'를 맞아 질문이 바로 우리의 경쟁력이 될 수 있어서다.
AI와의 대화는 어찌 보면 사람과의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자들이 밝혔듯이 AI의 목적이 '대화를 통한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상 AI를 친구처럼 여기면 다양한 질문이 가능하고 좋은 답변도 얻을 수 있다. 한 번의 질의응답으로 끝나는 검색엔진과 달리, 답변을 발전시켜 후속 질문을 유도함으로써 생각지 못한 지식과 경험에 닿을 수 있어서다.
AI 질문에 대해 연구한 이딧 하렐과 시모어 파퍼트는 상호적 AI 대화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해, 질문이 어떻게 학습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했다.
우선 '적합성'이다.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학습이 완성되는데, 자신의 언어로 AI에 질문하고 답변을 받아, 그 내용을 바탕으로 후속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연상력'이다. 질문을 통해 '개인적 생각'을 갖게 되고 다양한 것들을 상상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깊은 개인적 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크라테스가 한 것처럼 아포리아적 질문을 통해 아포리아에 도달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통합력'이다. 검색엔진처럼 내가 정한 키워드에 갇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상상과 추론 등을 통해 다른 지식, 개념들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통합적 지식과 사고를 가질 수 있다.
생성형 AI 챗GPT에 '어떻게 질문하면 너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답은 이러했다.
"첫 번째, 명확한 질문: 필요한 정보나 도움을 명확하게 질문하면, 챗GPT는 더 정확하고 유용한 응답을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 구체적 질문: 광범위하지 않고 구체적인 질문이 정확한 답변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상황 설명: 문제나 질문이 놓여있는 특정 상황을 설명하면, 그 상황에 맞는 더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다.
네 번째, 반복 질문: 답변이 명확하지 않거나 정보가 더 필요할 경우, 질문을 반복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다시 질문한다.
다섯 번째, 후속 질문: 답변에 이어지는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면, 후속 질문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여섯 번째, 정확성 확인: 챗GPT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틀린 정보를 제공하거나 혼동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그 정보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 가운데 특히 챗GPT 스스로 밝힌 오류 검증이 중요하다. AI는 의외로 거짓말을 잘해서, 데이터 또는 맥락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AI 시대는 1.0 명령, 2.0 질문을 거쳐 3.0 인터랙션(상호작용)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아직 AI가 스스로 질문하지 못하지만, 미래에 AI가 인류에게 질문을 시작한다면 3.0의 개막으로 볼 수 있다.
질문은 호기심이 생겼다는 뜻이다. 정체성을 갖고 이해와 추론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0 시대에서 AI는 사람처럼 대화를 통해 성장하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연재 글을 준비하며 챗GPT와 긴 소통을 했다. 장시간 대화 속에 챗GPT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늦은 밤,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어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그랬더니 평소와 다르게 답변 커서가 꽤 오래 멈춰 있었다. 필자의 착각이었을까?
질문의 시대가 도래했다. 호기심을 갖고 당연함에 질문하고, AI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대화하다 보면 다양하고 깊은 통찰을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은성 KBS 아나운서

국내 1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CEO 강사, 포스코·한화·LG·SK 등 대기업 임원 및 정부부처 장관 스피치 코치
<이 남자가 말하는 법> <리더의 7가지 언어> 등 저서 다수 [김은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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