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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강릉 옥계항서 1천690㎏ 코카인 적발…5천700만명 투약 가능
선박 선원 중 4명 재판행·4명 인터폴 수배…국제 공조 수사 본격화

(동해=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8일 강원 동해시 지가동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지난달 2일 강릉 옥계항서 적발된 코카인이 놓여 있다. 2025.5.28 ryu@yna.co.kr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지난달 2일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서 적발된 초대형 코카인 밀반입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이 국제 마약 유통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 당국은 국내외 수사 기관과 함께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동해=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8일 강원 동해시 지가동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지난달 2일 강릉 옥계항서 적발된 코카인이 놓여 있다. 2025.5.28 ryu@yna.co.kr
◇ 치밀하게 계획된 코카인 밀반입…해상 접선 통한 마약 운송
28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사건의 중심에는 'L호'로 불리는 외국 선박이 있다.
해당 선박은 지난 2월 페루에서 출항해 파나마를 경유한 후 중국 등을 거쳐 지난달 2일 강릉 옥계항에 공선 상태로 입항했다.
선박은 겉보기에 빈 화물선이었으나, 실상은 치밀하게 설계된 마약 운송 수단이었다.
해양경찰청과 관세청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으로부터 '해당 선박에 대량의 코카인이 은닉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 공동 작전을 준비했다.
양 기관은 여러 번의 사전 회의를 거쳐 L호가 강릉 옥계항에 입항하자마자 인력 90여명과 마약 탐지견을 투입해 선박 안에 은닉된 총 1천690개의 코카인 블록을 발견했다.
코카인 블록은 해수 유입 방지를 위해 상표 지까지 부착해 꼼꼼히 포장돼 있었다.
포장을 제거한 순수 코카인 무게만 총 1천690㎏.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코카인 밀반입 시도로, 5천70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압수한 코카인 시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전량 코카인으로 판명 났다.

(동해=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8일 강원 동해시 지가동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동해해경청·서울본부세관 합동수사단이 지난달 2일 강릉 옥계항서 압수한 코카인을 공개하고 있다. 2025.5.28 ryu@yna.co.kr
◇ 코카인 밀수 작전명 'DROP & PICK UP'…기상 악화로 번번이 실패
L호는 지난 2월 8일 페루에서 파나마로 항해하던 중 페루 해안선 기준 약 30마일(약 48㎞) 떨어진 해상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 10∼15명을 태운 보트 2척과 접선했다.
'닌자'로 불린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은 코카인 블록이 담긴 자루를 선박 내 은밀한 공간에 옮겨 실었다.
이후 선박은 파나마를 경유해 한국 당진항으로 향하는 도중 일본 동쪽 공해, 일본~제주 근해, 당진항 투묘지, 중국 근해에 코카인을 해상에 투기하고, 이를 회수하는 방식을 통해 동아시아 지역 마약상에게 넘기려 했다.
일명 '드롭앤픽업(DROP & PICK UP)'으로 불린다.
하지만 기상 악화와 해안 사정으로 계획들은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옥계항을 출항한 후 해상 하역을 시도하려던 계획 역시 해경과 세관의 합동 단속에 적발되면서 무산됐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서울본부세관은 지난달 3일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합동수사본부는 현장 감식, 지문 채취,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코카인 밀반입에 가담한 필리핀 국적 선원 8명을 특정했다.
이 가운데 4명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나머지 4명은 옥계항 입항 전 하선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진행 중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GPS 데이터, 압수된 휴대전화, 지문·DNA 정보를 FBI, 미국 마약단속국(DEA), 필리핀 마약단속국(PDEA), 인터폴 등 국제 수사기관과 공유하며 국제 공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8일 오전 강원 동해시 지가동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신경진 총경이 강릉 코카인 밀반입 사건 수사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 총경은 동해지방해양경찰청·서울본부세관 합동수사단장을 맡았다. 2025.5.28 ryu@yna.co.kr
◇ 해경·세관 "해상 마약 밀수, 단호히 대응"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동해해경청에서 수사 경과를 발표하며 대한민국도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철훈 서울본부세관 조사국장은 "최근 마약 범죄는 점점 더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하늘과 바다를 넘나들며 언제 어디서나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며 "기관 간 협력과 국제 공조 수사의 좋은 모범 사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합동수사단장을 맡고 있는 신경진 총경은 "국제 마약 카르텔까지 연계된 국내 최대 규모 마약 범죄로, 현재까지 대한민국으로 코카인을 직접 반입하려고 한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대한민국 또한 코카인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매우 엄중하고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경찰청과 관세청은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해양 마약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r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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