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산불 규모 커지고 발생 기간 길어져
이상기후에 농수산물 생산 줄어 '기후플레이션'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25.3.24 psik@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이재영 기자 =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도 높아진 현재, 기후변화의 영향이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대형 산불이 늘고 있다. 집중호우와 태풍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커피와 초콜릿에서 양배추와 오징어까지 먹거리 생산에 큰 차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기온 오르면 산불 위험 커져…'연중·대형화'
기후변화로 산불은 '연중화, 대형화'되고 있다.
대형산불은 '4월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공식도 깨진 지 오래다.
산림청이 산불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이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 발생하고 있다.
산불 피해 면적은 1980년대 연평균 1천112ha(헥타르)에서 2020년대 연평균 8천369ha로 대폭 넓어졌다.
봄철 산불이 집중되는 현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다.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산불을 분석하면 봄(3∼5월) 산불이 56%로 과반이다.
다만 봄과 가을 '산불조심기간' 외 발생한 산불도 21.4%로 적잖다.
특히 작년은 279건의 산불 중 32%(89건)가 산불조심기간 외 발생해 산불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겨울 산불도 증가세로 12월과 1월 평균 산불 건수는 1990년대 34건에서 최근 5년(2019∼2023년) 82건으로 늘었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5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난 산불이 벌목해 쌓아 둔 나무 더미에 옮겨붙어 화염이 치솟고 있다. 2025.3.25 yongtae@yna.co.kr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원은 26일 "대형산불은 3월 상순에서 4월 중순까지 한 달 정도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정설'은 2017년 5월 대형산불 3건 등 16건의 산불이 하루에 발생하며 깨졌다"면서 "아카시아꽃이 피면 산불이 끝난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5월 들어 수목에 물이 차면 산불 위험도 사그라든다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산불에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로 습도와 기온, 풍속이 꼽힌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땅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어나면서 지표면에서 대기로 증발하는 수분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제1차 산림·임업 분야 기후변화 영향평가 종합보고서' 등을 보면 산림 기온이 1971∼2000년 평균보다 1.5도 상승하면 '산불위험지수'가 8.6%, 2도 오르면 13.5%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산림 지역 평균기온은 2050년대 14.1도, 2060년대 15.2도, 2070년대 15.9도, 2080년대 16.9도, 2090년대 17.7도 등으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2019년 전국 평균기온은 11.9도였다.
산림청은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해 산불이 범국제적 재난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성=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안계면 안정리 일대에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고 있다. 2025.3.25 superdoo82@yna.co.kr
◇ 늦더위에 배추·양배추·무 급등…명태 씨 마르고 오징어 생산 역대 최저
요즘 양배추와 배추는 한 포기에 6천원 정도로 1년 전보다 약 2천원 올랐다. 무는 한 개에 3천원으로 작년보다 1천원 비싸다.
배추, 양배추, 무, 당근 등 겨울채소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것은 지난해의 늦더위 영향이 크다.
정식(아주심기)이나 파종 시기에 추석이 지나서도 고온이 이어지면서 초기 생육이 부진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하는 여름배추가 폭염에 녹아내렸고 배추 평균 소매 가격이 한 포기에 거의 1만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사과와 배 가격이 전년의 두배로 치솟았다. 서리 피해 등 기상재해로 생산량이 30%가량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양배추 한 포기 평균 가격이 6천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이달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양배추 평균 소매 가격은 6천121원이다. 배추 한 포기 평균 가격이 5천506원인 것과 비교하면 양배추가 600원 이상 비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마트를 찾은 시민이 양배추를 고르는 모습. 2025.3.23 nowwego@yna.co.kr
작년 여름 폭염에 토마토 생산이 줄면서 가격이 치솟자 맥도날드는 일부 버거에서 토마토를 빼기도 했다.
동해에서는 수온 상승과 과도한 어획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과거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명태의 씨가 마르고 오징어는 어획량이 급감했다.
명태는 1980년대에는 연간 어획량이 10만t(톤)이 넘었지만 2019년부터 어획이 전면 금지돼 러시아산에 의존한다.
오징어는 2000년대에는 연평균 20만t 정도 잡히다가 지난해 1만3천500t으로 전년보다 42%나 줄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고등어와 갈치 어획량은 각각 17.4%, 26.6% 줄었다.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은 전년보다 11.6% 줄어든 84만1천t으로 집계됐다.
고수온으로 양식장에 있는 물고기의 집단 폐사도 심각하다. 작년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1천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
커피, 초콜릿 등의 품목에서 기후플레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고등어가 진열돼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고등어 생산량은 5천608톤으로 전달보다 72.5% 감소했다. 이는 전년, 평년과 비교해도 각각 38.1%, 10.9% 감소한 양이다. 2025.3.24 scape@yna.co.kr
국제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최근 파운드당 4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이 가뭄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지난해 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서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이상기후 때문으로 풀이됐다.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제품 가격으로 이어졌다.
스타벅스와 폴바셋, 파스쿠찌,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커피전문점들이 일제히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 제과업체들은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ykim@yna.co.kr,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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