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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아미 "김밥으로 놀림받았는데…'케데헌' 덕에 제 모습 찾았죠"

입력 2026-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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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부른 한국계 美 싱어송라이터…신곡 '투라우드' 홍보 차 12년만 '금의환향'


"韓 뿌리 자랑스러워…오스카·그래미 기뻤지만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기억 남아"

엄격한 한국식 가정서 "음악은 유일한 사랑"…예명은 '세일러 문'에서 따와

'케데헌' 속편 물음엔 "헌트릭스 세 멤버 기원 나오면 재미있을 것"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레이 아미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제가 가진 한국인이라는 뿌리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앞으로도 (한국적인) 유산과 문화를 더 빛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레이 아미(한국명 이예은·31)는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골든'(Golden) 등 가창에 참여한 '케데헌' OST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정상을 휩쓸었고, 아카데미 시상식, 브릿 어워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 '꿈의 무대'에 잇달아 올랐다.


하지만 '케데헌'이 안긴 선물은 단순히 '가수 레이 아미'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태어나 6살 때 미국으로 건너 온 '한국계 미국인 이예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지난달 '케데헌' 이후 첫 신곡 '투라우드'(2LOUD)를 발표하고 가수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신곡 홍보 차 12년 만에 내한한 레이 아미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OST를 함께 부른) 이재·오드리 누나와 자매 같은 관계를 맺게 됐고, 이들과 활동하며 제 안의 많은 상처가 치유됐다"며 "사실 저는 굉장히 다정하고, 밝고, 통통 튀는 사람인데, '케데헌' 덕분에 밝은 햇살 같은 본래 모습이 다시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트로피 같은 자랑스러운 존재가 돼 돌아올 수 있어 정말 큰 영광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어 한국행 비행기에서 내내 울었다"며 "저는 뿌리 깊은 곳까지 한국인이고, 제가 하는 모든 것에는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그는 K팝 소재 애니메이션이란 점에 끌려 '케데헌' 가창 제안을 단번에 수락했다. 오디션을 치르고 3일 뒤 제작진으로부터 "이제 당신이 조이"라는 답을 받았다.


레이 아미는 '케데헌'으로 서구권에서 김밥 열풍이 인 것을 언급하며 "어렸을 때 학교에 김밥을 가져갔다가 놀림을 받았는데, 이제는 미국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먼저 김밥을 찾는다"며 "'케데헌'은 단순한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세계로 확산한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었다"고 뿌듯해했다.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레이 아미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메릴랜드에서 자란 레이 아미는 절제를 요구받는 엄격한 한국식 가정 환경과 자유분방한 현지 학교생활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했다. 신앙심이 두터웠던 부모는 그가 기독교 음악을 듣기를 바랐지만, 레이 아미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머라이어 캐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같은 팝스타의 음악을 숨어서 들었다. 그러나 엄격했던 부모도 소녀시대, 원더걸스, 브라운아이드걸스 같은 K팝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뿌리를 중시하는 한국의 가풍이 허용한 일종의 타협점이었던 셈이다.


레이 아미는 "음악은 제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자 충성을 바치는 단 한 가지 대상"이라면서도 "하지만 한때는 제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스스로를 검열하곤 했다"고 돌아봤다.


청소년기 그의 또 다른 해방구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예명을 '세일러 문'의 캐릭터 히노 '레이'와 미즈노 '아미'에서 따 왔을 정도로 이 작품의 열혈 팬이기도 했다.


그는 "'세일러문'은 여자들이 모여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결국 해내는 이야기"라며 "레이의 상징색 빨강과 아미의 상징색 파랑은 태극기의 두 색깔이기도 하고, 이들은 고통과 한(恨)을 감내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일러문' 캐릭터가 한국의 문화·정서와도 연결된다고 여겼다"고 떠올렸다.




'케데헌' OST를 부른 레이 아미(좌), 이재(가운데), 오드리 누나(우)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이중생활도 그가 2019년 거칠고 도발적인 노래 '스노 콘'(snow cone)으로 데뷔하며 끝이 났다. 노래를 내기 전 들키지 않기 위해 부모와 관련된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차단했지만, 결국 노래를 찾아 들은 부모님은 "이게 뭐냐"고 따져 물었고, 레이 아미는 "이게 바로 당신 딸"이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레이 아미는 이후로도 팬들로부터 '칼을 든 헬로키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과감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는 '케데헌' 이후 솔로 복귀작인 '투라우드'에서 분노를 잠시 거두고, 숨겨왔던 본연의 모습을 스스럼 없이 드러냈다.


레이 아미는 "(신곡은) 저를 다시 소개하는 노래이자, 그동안 세상에 보여준 적 없는 밝고 유쾌한 단면을 알려주는 노래"라며 "('케데헌' 흥행 이후) 저는 훨씬 강한 사람이 됐고 자신과 제가 속한 (한국계) 공동체를 믿게 됐다. 더 나은 버전의 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만에 방문한 모국에서 예전에 살던 구의동 반지하 주택을 돌아보고, 할아버지의 묘소도 찾았다.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레이 아미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케데헌' 덕분에 부모님의 주택담보대출도 대신 갚아드릴 수 있었다"며 "우리 가족의 시작점으로 돌아오니 아름답고 보람 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 음악이 저와 가족 사이를 멀어지게도 했지만, 결국 우리를 치유해주고 이어줬다"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레이 아미는 '케데헌'의 성공 이후 숱한 대형 시상식과 이벤트 무대에 올라 인기를 실감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를 물으니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골든'이 오스카상(아카데미상)을 받은 것도 좋고, 그래미에서 수상한 것도 정말 좋다"며 "하지만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TV로 지켜보던 퍼레이드에 참여했다는 게 의미가 크다. 제게 특별한 감정이 들게 했다"고 떠올렸다.


레이 아미는 팝스타 리애나처럼 팬들이 새 음악을 갈구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바람이라고 밝혔다. '케데헌' 속 헌트릭스로 함께 무대를 꾸민 이재·오드리 누나 없이 홀로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야 하는 게 새로운 과제다.


그는 "그래미나 오스카 같은 큰 무대에선 늘 옆에 그들이 있었지만, 이젠 혼자 도전해야 한다"며 "홀로 무대에 서는 건 힘들지만, 프로이기에 결국 해내곤 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레이 아미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정신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며 "쉽지 않은 이 업계에서 마음이 괜찮지 않다면 목표를 아무리 세워도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저를 가장 좋은 모습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제작이 확정된 '케데헌'의 속편과 관련된 질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설령 알고 있어도 제가 말하면 큰일날 것"이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헌트릭스 세 멤버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팀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주인공) 루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참 궁금하다"고 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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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2 01: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