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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하기에 인간적…AI로 대체 불가한 인간 영역 탐구"
제작비 5억원대…"저예산 영화는 평생 하고픈 작업"
김현주·배현성과 전작 이어 재회…"김현주는 스펙트럼 넓은 배우"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인공지능(AI)은 보편성의 집합이지만 인간은 보편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잖아요. 인공지능 시대에 오히려 인간의 실존에 관한 고민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AI와 인간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신작 '실낙원'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AI로 재현한 아들과 9년 만에 살아 돌아온 아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어머니 소영(김현주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영은 실종된 아들을 가상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에 의지해 살아가다가, 실제 아들 선우(배현성)가 돌아오면서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영화 속 AI가 만들어낸 세계는 얼핏 보기에는 따뜻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묘하게 비현실적이고 불편해 보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는 "인간은 사색하기 때문에 행복과 고통, 잔인함 등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며 "('실낙원' 속 가상현실 공간인) 낙원은 사색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 감독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에 관해 탐구하기 위해 '실낙원' 작업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가 집단적 지식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답을 내놓지만, 인간에게는 보편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유한 면모가 있다고 봤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난 5월 개봉한 연 감독의 '군체'와도 맞닿아 있다.
'군체'가 AI의 집단성을 상징하는 좀비와 개별성을 지닌 인간의 대립을 그렸다면, '실낙원'은 집단적 지식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AI와 인간의 차이에 주목한다.
연 감독은 "집단성과 개인, 조직과 개인의 관계는 제 작품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주제와 고민"이라며 "AI는 집단성이 하나로 귀결된 집약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에 관한 논쟁은 역설적으로 인간에 관한 논쟁이기도 하다"며 "그런 고민이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실낙원' 작업에는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향후 영화 제작에 이를 활용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보였다.
연 감독은 "생성형 AI만으로 무언가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시각특수효과(VFX)나 후반 작업을 결합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낙원'의 주연 배우 김현주와 배현성은 모두 전작에서 연 감독과 작업한 인연이 있다.
연 감독은 김현주에 대해 "'정이'(2023)에서 무생물을 연기할 때조차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봤다"며 "연기의 힘과 에너지가 좋고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아들 선우 역의 배현성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에서 연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연 감독은 "'지옥'에서 배현성이 아주 짧게 지나가는 역이었는데도 여러 버전으로 엄청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실낙원'은 전작 '얼굴'에 이어 연 감독이 저예산 방식으로 만든 영화다. 순제작비 5억 원대로 14회차에 걸쳐 모든 촬영을 마쳤다.
그는 "저예산 영화는 매년 하고 싶고,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은 작업"이라며 "영화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줄어든 즉흥성과 날것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이어 "더 작은 규모로도 작업해보고 싶다"며 "영화라는 틀이나 화면의 질감에서 벗어나는 시도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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