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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상 수상작 '마리가 뭐 어때서' 주연…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나치 병사와 친밀했던 덴마크 여성 이야기…"심오한 역사 다뤄"
"절제된 표현 위해 숨 참기도…'살인의 추억'·'패스트 라이브즈' 좋아해"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덴마크 배우 마틸데 아르셀이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2 scape@yna.co.kr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영화였고 첫 영화제에서 첫 수상이에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 여우주연상(볼피컵) 수상자로 호명된 덴마크 배우 마틸데 아르셀(30)은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했다. '트로피가 무겁다'며 바닥에 내려놓아 좌중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에 심사위원대상을 수여해 국내에서도 관심을 끈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우먼 언노운·Women Unknown)의 아르셀은 화제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마리가 뭐 어때서'는 황금사자상 수상작에 주요 부문 다른 상을 주지 않는 관행에서 벗어나 여우주연상까지 석권했다. 심사위원장 매기 질런홀은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며 "(아르셀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믿기지 않고 어안이 벙벙합니다. 수상은 상상도 못 했고 베네치아영화제에 초청받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11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아르셀은 베네치아에서의 경험이 지금까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한국에 방문한 그는 진중하면서도 쾌활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덴마크 배우 마틸데 아르셀이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2 scape@yna.co.kr
'마리가 뭐 어때서'는 부유한 사업가 린드와의 결혼을 앞둔 가정부 마리(아르셀 분)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나치 독일이 물러난 뒤 해방을 맞이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퀸 오브 하츠'(2019)의 마이 엘투키 감독이 1945년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연출한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받아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영화는 아르셀의 첫 주연작이다. 그는 6년 전 연기학원을 졸업한 뒤 엘투키 감독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그의 작품을 평소 좋아했다고 한다. 당시 작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아르셀은 결국 '마리가 뭐 어때서' 오디션을 통해 주연을 꿰찼다.
아르셀은 "오디션을 2∼3회 보는 동안 감독님과 소통이 잘 됐다는 점이 중요했다"며 "처음에 마리가 '런웨이에 설 정도의 모델인데 주부'라고 묘사돼서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됐다"고 떠올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마리는 아름다운 외모와 성실함 등으로 그를 가정부로 고용한 홀아비 린드 눈에 들게 된다. 린드와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한 나날이 펼쳐지려는 찰나, 마리는 동창 칼을 만난다. 칼은 마리가 과거 나치 독일 병사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식까지 가졌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마리는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린다.
아르셀은 "마리는 숨기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다. 늘 그래야만 했기 때문에, 자신을 극도로 가리고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통상 캐릭터가 등장한 뒤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면 어떤 사람인지 관객이 이해하지만, 마리는 계속 숨기고만 있다"고 설명했다.
아르셀은 그런 마리를 표현하기 위해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호흡과 같은 몸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감정의 변화를 드러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뛰어서 심장 박동 수를 올린 다음에 숨을 참은 뒤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며 "수면 아래 있는 긴장을 느끼게 하면서도 보이지 않게 하는 작업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아르셀은 마리가 처한 당대 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했다. 당시 레지스탕스로 대표되는 사람들이 나치 부역자를 처단하는 데 앞장선 사회적인 분위기가 마리의 상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나치 병사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여성들의 머리를 자르고 옷을 벗기고 모욕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아르셀은 "그런 여성들을 연구한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책도 읽었다"며 "그분들을 직접 뵙고 싶었지만, 찾아내는 게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만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고 했다.
그는 "그분들 대부분이 90대인데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내게 깊게 남았다"며 "심오한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르셀은 당시 여성들이 침대와 이불을 정리하고 식기구를 놓는 방식까지 연구하며 가정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그런 디테일을 비롯해 당대 공기를 세심히 담아낸 영화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아르셀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마친 뒤 덴마크로 돌아가 구직 센터에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아르셀은 "잠깐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이었는데 크게 퍼졌다"고 웃음 지었다.
당시 아르셀은 작품을 마치고 쉬고 있던 터라 베네치아영화제에 가기 전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받았다. 덴마크에서는 배우가 작품을 하지 않을 때 실업급여를 받는 게 통상적인 일이라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으면 근로하고 있는지 확인받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구직 센터에 가야 하는데, 공교롭게 베네치아영화제 기간에 이 일정이 잡혔다.
아르셀은 "방금까지 베네치아였다가, 현재는 덴마크 구직 센터의 조그만 사무실에 있다는 점이 기묘한 불균형으로 느껴졌다"며 "일을 하고 있냐고 묻기에 '안 하고 있다, 근데 막 베네치아에 갔다 왔다'고 대답했다. 재미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달 말 새 작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업 급여를 받고 있지 않다"고 웃으며 말한 아르셀은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어서 콕 집을 수는 없지만, 수상 이후 확실하게 다른 느낌이 체감된다. 전에는 닫혀 있던 문들이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덴마크 배우 마틸데 아르셀이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2 scape@yna.co.kr
이번 작업을 통해 같이 만들어가는 게 어떤 경험인지 알게 됐다는 그는 앞으로 하게 될 작품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소재보다는 어떤 사람과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르셀은 한국 감독들과 작업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한국계 미국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2023)를 꼽은 그는 "한국에는 워낙 훌륭한 영화가 많고 놀라운 영화 역사가 있다. 당연히 한국 영화 감독님들과 일하고 싶다"고 했다.
관객이 극 중 마리의 여정에 함께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마리가 뭐 어때서'는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마리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며, 그의 기묘하고 불안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여정에 함께하신다면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못하시더라도 괜찮습니다. (웃음)"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덴마크 배우 마틸데 아르셀이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2 scape@yna.co.kr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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