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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고백한 쇠렌센 감독 "생모 잘못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죠"

입력 2026-10-10 07: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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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기록 담은 자전적 다큐 '홈시크'…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진실화해위, 해외입양 인권침해 인정…"보상과 인식 변화 뒤따라야"




영화 '홈시크: 바다의 끝에서'의 태경 탄야 인월 쇠렌센 감독

[필름소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1982년 한국에서 태어난 태경 탄야 인월 쇠렌센은 생후 두 달 만에 덴마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황인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기는 주유소를 운영하던 부부에게 입양되며 '탄야'라는 이름과 '쇠렌센'이라는 성을 얻었다.


그는 해변을 끼고 산 하나 없는 평평한 대지에 자리 잡은 마을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 덴마크 백인들에게 둘러싸여 성장하면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자신을 키운 덴마크 부모에게, 한국에 있는 생모에게 자기 뿌리를 묻고 싶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부모는 일찍 돌아가셨고, 생모는 몇 번의 편지 왕래 이후 더 이상 연락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자기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촬영했다. 그렇게 쇠렌센 자신의 입양부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홈시크: 바다의 끝에서'(이하 '홈시크')가 완성됐다. 작품은 올해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받았다.


"한국의 생모에게 말하고 싶었던 게 많았는데, 다 말하지 못한 채로 연락이 끊겼어요.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지난 9일 부산에서 만난 쇠렌센 감독은 이 영화가 엄마들을 향한 러브레터라고 했다. 그의 자전적인 다큐멘터리는 개인의 서사와 함께 보다 넓은 차원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홈시크: 바다의 끝에서' 속 장면

[ⓒCat Pattinama Coleman. 재판매 및 DB금지]


'홈시크'는 쇠렌센 감독의 어린 시절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의 가족은 통상 해외 입양 가정이면 상상할 법한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 한스 욘은 폭력적인 성향이었고 결국 쇠렌센 감독을 입양한 부부는 이혼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아버지 욘 밑에서 자라게 된 쇠렌센 감독은 새엄마와 의붓동생, 의붓오빠와 살았다. 그러나 새엄마도 아버지와 한때 별거하는 등 쇠렌센 감독의 가정은 우여곡절에 휩쓸렸다.


쇠렌센 감독은 가족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런 가족사를 되살렸다. 덴마크 부모와 한국 생모의 침묵 때문에 자기 뿌리를 알지 못해왔던 그는 삼촌과 숙모를 비롯해 외삼촌과 외숙모, 이모, 의붓오빠, 의붓동생 등을 만나 물었다.


이는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과거사에 관해 침묵해오던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됐다.


쇠렌센 감독은 "한 명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져보니 모든 가족 구성원이 너도나도 다 말하고 싶어 했다"며 "오랫동안 간직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어떤 면에서 영화가 가족의 치유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 '홈시크: 바다의 끝에서' 속 장면

[ⓒMathias Døcker. 재판매 및 DB금지]


자신의 입양 사실을 비롯해 폭력적인 아버지, 부모의 이혼 등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을 법도 하다. 쇠렌센 감독은 이를 인정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내 이야기를 갖고 만들기는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사를 어린 시절로 한정하는 방식으로 짐을 덜었다.


아울러 통상 입양자들이 자신의 생부나 생모를 찾아 나서는 전형적인 서사에서도 벗어나려 했다. 그는 대신 자신이 입양이라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과정에 주목했고 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쇠렌센 감독은 자신의 입양 문서가 조작된 사실을 알게 됐다. 유기 아동으로 기록된 그에게 생모가 있었다. 쇠렌센 감독은 해외 입양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조사하던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자신의 사례를 알렸다.


진실화해위는 쇠렌센 감독을 비롯해 56명에 대해 입양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경제적 이득, 과정의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미아를 고아로 허위 기록하는 등 적법하지 않은 입양 사례가 있었다고 증명된 것이다.




영화 '홈시크: 바다의 끝에서' 속 장면

[ⓒPrivate Archive. 재판매 및 DB금지]


하지만 쇠렌센 감독은 한국과 덴마크 정부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조사 발표 이후에도 자신의 입양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쇠렌센 감독은 "2기 진실화해위 이후 변화나 개선은 없었다"면서 "진실화해위 3기가 진행 중인데, 해외 입양 조사가 다양하고 전폭적으로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양 문서에 대한 접근권을 인권의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시민권이 회복될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어떤 형태든 간에 보상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문서가 조작된 것을 알게 된 이후 편지를 주고받던 생모가 결국 연락을 안 하게 된 배경에는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해외로 입양된 한국 아동 수는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은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쇠렌센 감독은 "한국에 있는 생모가 저와 연락을 끊은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싱글맘으로서 결혼하기 전에 애를 낳는 게 사회적으로 수치스럽다고 인지되기 때문"이라며 "싱글맘이 포용 되는 사회라면, 입양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홈시크: 바다의 끝에서' 속 장면

[ⓒJacob Kang. 재판매 및 DB금지]


쇠렌센 감독은 앞으로도 '디아스포라'에 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 계획이다. 다양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태경'(자신이 만든 이름), '탄야'(덴마크 이름), '인월'(입양 서류상 이름), '쇠렌센'(덴마크 성)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그는 모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착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는 디아스포라에요. 디아스포라는 일반적인 주제가 돼 가고 있어요. 교포라는 이름의 한국 디아스포라도 전 세계에 많이 있죠.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한데, 남미 지역에 있는 한국인 공동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화 '홈시크: 바다의 끝에서'의 태경 탄야 인월 쇠렌센 감독

[필름소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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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0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