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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성당서 울린 韓가곡…음악으로 두 나라 이은 이경우·박문규

입력 2026-10-10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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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경우·성악가 박문규, 8월 伊 아바디아 산살바토레서 문화 교류


"한국이 세계와 더 가까워진 느낌…새로운 경험에 관객 감동의 눈물까지"




이탈리아 문화 교류 음악 행사에 참석한 가수 이경우(가운데)와 성악가 박문규(우)

[이경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8월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전통 경마 대회 '팔리오' 경기장 개장식. 현지서 활동하는 성악가 박문규(50)가 이탈리아 국가를 독창했다. 현지 군 장성, 경찰 고위 관계자, 로마에서 온 기마대가 자리한 행사에서 한국인이 현지 국가를 불러 이목을 끌었다.


8월 28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州) 소도시 아바디아 산살바토레의 유서 깊은 중세 건물인 산살바토레 수도원에서는 한국 가곡 '산촌'과 '남촌'의 고운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1천년 넘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성당이 주는 신비로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한국어 노랫말이 어우러지면서 전문 공연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공기가 감돌았다.


박문규가 지휘하는 대한건축학회 합창단 '아키콰이어'가 이탈리아의 G.P. 다 팔레스트리나 합창단과 합동 공연을 연 자리였다.


성악 전공자가 아닌 건축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 멤버 가운데에는 '목화밭'·'해남아가씨' 등으로 유명한 남성 듀오 '하사와 병장' 출신 재즈 뮤지션 이경우(75)도 테너로 함께 했다.


성악가, 가수, 아마추어 합창단이라는 흔치 않은 조합의 하모니가 현지 합창단과 함께 이탈리아의 여름밤을 물들였다.


이경우과 박문규는 이달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세계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행사는 아바디아 산살바토레 일대에서 8월 하순 약 보름에 걸쳐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 교류의 하나로 마련됐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아미아타 시립 음악원에 등록한 한국 시니어 학생들의 학년말 시험과 마스터클래스를 아바디아 산살바토레 측이 문화 교류 프로그램으로 확대한 것이다.


박 교수가 주도한 이번 문화 교류는 8월 17일 박 교수의 팔리오 경기장 개장 행사 이탈리아 국가 독창, 21일 산살바토레 수도원 회랑에서 열린 아미아타 시립 음악원 학생들의 성악 발표회, 23일 현지 성당에서 열린 이경우의 솔로 공연, 28일 산살바토레 수도원에서 열린 아키콰이어와 G.P. 다 팔레스트리나 합창단과의 합동 공연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졌다.




이탈리아 산 살바토레 수도원에서 합창 공연을 연 아키콰이어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가수 이경우. 아랫줄 맨 오른쪽이 지휘를 맡은 성악가 박문규.
[이경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문규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속담이 있지만 이탈리에도 '좋은 시작은 일의 반'이라는 말이 있다"며 "제가 혼자 한 게 아니라 이경우 선생님 등 여러분이 함께해 주셔서 의미가 컸다. 이탈리아의 국가적 행사(팔리오 경주)에서 외국인이 국가를 부른 게 의아스러울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경우도 "박문규가 이탈리아 국가를 부르는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오더라"며 "우리가 이탈리아와 문화 교류를 증진해 내 고향 속초, 지금 살고 있는 동작구와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싶었다. 우리 것을 보여주고 이탈리아의 문화도 들여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월 21일 산살바토레 수도원 회랑에서 열린 성악 발표회에서는 전문 성악가들과 아미아타 시립 음악원 소속 한국 시니어 학생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고귀한 자의 의무'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에서 한국 시니어 학생들은 박문규의 지휘로 조르다니의 '카로 미오 벤'(Caro mio ben), 카치니의 '아마릴리'(Amarili), 글루크의 '오 델 미오 돌체 아르도르'(O del mio dolce ardor),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Don Giovanni) 중 '베드라이 카리노'(Vedrai carino),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의 '오 미오 바비노 카로'(O mio babbino caro) 등을 불렀다.


이날 이탈리아 측에서는 바리톤 마우리치오 피코니, 테너 안토니오 펠레그리노, 소프라노 안나 마리아 탐부로 등이 출연했다.


박문규는 "한국 학생들 가운데에서는 은퇴한 시니어가 많았는데, 이제 정말 100세 시대가 되지 않았나. 이런 문화 교류가 공연명처럼 '고귀한 자의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이 됐으면 좋겠다"며 "음악과 문화 교류로 자신과 사회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구조적 틀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오페라 공연에서 마을 장면을 연출할 때 30∼40대 배우가 수염만 붙이고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 할머니·할아버지를 데리고 온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시니어를 적극적으로 무대에 모시고 싶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이래 반세기 동안 가수 활동을 이어온 이경우에게도 8월 28일 중세 성당에서 홀로 노래한 경험은 무척 새롭게 다가왔다.




이탈리아 아바디아 산 살바토레 한국-이탈리아 문화 교류 안내문

[이경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 솔로 공연에서 직접 키보드를 연주하며 흑인 영가 '스윙 로, 스위트 채리엇'(Swing Low, Sweet Chariot)을 비롯해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어텀 리브스'(Autumn Leaves) 세 곡을 그윽하게 들려줬다.


이경우는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라 키보드만 있어서 걱정도 했지만, 오래된 성당이 주는 울림이 너무나 좋았다. 마이크도 없이 불렀지만 노래가 잘 나왔다"며 "끝나고 사람들이 힘차게 박수를 쳐 줬고, 나이 지긋한 여성 관객 두 분은 눈물을 글썽이며 '소름이 돋았다'는 의미로 팔을 긁기까지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독특한 연주 경험으로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했다"며 "현장에서 이탈리아 재즈 음악 축제인 '2027 폰티 재즈 페스티벌'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줄 것을 제안받고 참여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8월 28일 한국·이탈리아 합창 협연에서는 각자의 무대에 이어 두 나라 합창단이 한목소리로 빚어내는 '대니 보이'(Danny Boy), '오 포르투나'(O Fortuna), '바, 펜시에로'(Va, pensiero)로 공연이 마무리됐다.


이경우는 "솔로 가수를 하다가 합창을 해 보니 좋은 경험이 됐다"며 "특히 말로만 듣던 1천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성당에서 이탈리아 현지 사람들과 노래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


박문규는 "합창의 매력은 '따로 또 같이'다. 사람마다 살짝 어긋나 있는 튠이 모여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감동을 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가곡을 레퍼토리에 포함한 데 대해 "저는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서 강의할 때도 늘 한국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앞으로는 이탈리아 분들을 문화 교류 형태로 한국에 모셔서 음악회도 열고 싶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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