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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하는 건 예술이자 문학"…배우들에 남긴 故안판석의 가르침

입력 2026-10-02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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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첫선 ENA '연애박사', 뇌출혈 투병 중 별세한 안판석 감독 유작


추영우·김소현·김민석 "멋진 어른·인생의 스승…배우로서 땅 다져"

김현정 EP "'지금이 전성기'란 메시지, 감독님의 선물이자 응원"




배우 김소현(왼쪽), 추영우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인생에 나침반이 되어주셨던 분. 알려주신 길을 따라 잘 걸어가겠습니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는 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고(故) 안판석 감독을 추모하는 영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의 거장이라 불린 고인은 '연애박사' 촬영·편집을 마친 뒤 방송을 약 두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고인과 유작을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는 손 글씨로 "모든 순간이 복이었다", "잊지 않겠다"는 절절한 마음을 추모 영상에 담았다.


장내에 "우리 드라마는 희한한 사건을 유발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근데 극이라는 건 그렇게 돼야 한다"며 "성의를 다해서 열심히, 진심으로 이 작품을 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고인의 생전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현장은 더욱 숙연해졌다.


작품을 진두지휘한 안 감독이 없는 자리에 선 추영우는 "감독님이 '너희가 하는 건 예술이고 문학이다. 직업과 돈벌이로 느껴지는 순간 집에 가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제게는 멋진 어른이고 진짜 빛나는 분이다. 앞으로도 배우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주실 분"이라고 회상했다.


김소현은 "감독님이 제가 왜 연기를 사랑했는지 다시 한번 알려주신 것 같다"며 "앞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열정을 갖고 연기 생활을 더 행복하게 해나갈 수 있겠다는 감사한 마음이 남았다"고 말했다.


안 감독의 유작으로 5일 첫 방송 하는 '연애박사'는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 분)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옥탑방 고양이'(2003), '풀하우스'(2004)로 2000년대 초반 'K-로코'의 흥행을 이끈 민효정 작가가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2005) 이후 무려 21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안 감독과는 '눈으로 말해요'(2000) 이후 26년 만의 협업이다.




배우 임진효, 김민석, 김소현, 추영우, 이창훈(왼쪽부터)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 감독은 생전 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넘쳤다고 했다.


KT스튜디오지니 김현정 EP는 "옆에 있는 제가 느낄 만큼 감독님의 작품에 대한 만족감이 정말 높았다. 배우뿐만 아니라 대본, 스태프, 모든 환경까지도 만족감을 느끼셨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고인과의 작업을 '배우의 틀을 깨는 일'로 기억했다. 그의 세심한 조언과 가르침을 통해 습관 같은 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력을 찾았다는 것이다.


김소현은 "저도 일을 하다 보니까 '이 장면에선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다', '이 정도 하면 되겠지'란 고정된 생각이 있었는데 감독님은 그런 걸 다 알아보셨다"며 "(배우로서) 아예 땅을 다지는 과정을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유진의 오빠 임유성을 연기하는 김민석은 "배우란 직업을 하면서 제가 예술가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넌 예술가가 될 자격이 다 갖춰져 있어. 그렇지만 네겐 문학이 없어'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글도 써보고, 책도 보고, 일기도 쓰게 됐다. 어중간했던 제 정신상태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주신 인생의 스승님 같은 분"이라고 돌아봤다.


안 감독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드라마에 데뷔해 '봄밤', '협상의 기술', '연애박사'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안판석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 이창훈은 남달랐던 그의 책임감을 떠올렸다.


이창훈은 "감독님은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건 작은 소기업이 건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이고, 그러기 위해선 신입사원이 필요하다'고 하셨다"며 "'이 회사에서 적응하고 미래를 펼쳐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선배 배우들과 우리의 몫'이라고 하셨을 때, 그래서 감독님의 통찰이나 깊이가 드라마 안에서 묻어나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김소현(왼쪽), 추영우

[KT스튜디오지니. 재판매 및 DB 금지]


안 감독은 '밀회', '봄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졸업' 등 시대상을 반영한 현실적인 로맨스를 선보여 '멜로 거장'으로 불렸다. '연애박사' 역시 로봇 연구실을 배경으로 불완전한 청춘들이 사랑하고 고민하며 자기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김 EP는 "감독님이 한 편을 다 찍고 보니 (작품에서) '지금이 바로 내 전성기야'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해져 왔다고 하셨다"며 "이 문구는 '슬램덩크' 강백호의 대사이기도 한데, 불안하고 두려워서 주저하는 분들에게 감독님이 주시는 응원이자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추영우는 "감독님 말씀 중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TV로 볼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 중 일에 지쳐 퇴근한 누군가가 우리 드라마를 선택했다면 그 시간만큼의 책임을 너희가 져야 한다'고 하신 게 기억 난다"며 "우리 삶과 닮아 있는 드라마로 저희 작품을 택한 분들께 큰 울림을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EP는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하고 빠르게 이야기가 소비되는 시대에 보기 드문 드라마"라고 소개하며 "매회 감정적인 클라이맥스(절정)가 있어서 사건 없이도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김민석은 "특별한 사건이 없이도 정말 자극적으로 재미있을 것"이라며 "간이 세다기보다는 재료가 희한한 작품일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m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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