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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연출…18세기 프랑스 소설, 조선시대로 옮겨
"정조 시대 배경으로 여성 캐릭터 구조화…동명 영화와 달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의 원작인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1782)는 관계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함에서 출발한다.
정지우 감독이 만든 '스캔들'에서 조씨부인(손예진 분)은 자신만을 원해왔던 사촌 동생 조원(지창욱)의 사랑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정숙한 청상과부 안희연(나나)의 마음을 빼앗으라는 지령 같은 내기를 제안한다.
불순한 목적으로 안희연에게 접근해 그의 정절을 무너뜨린 조원은 결국 자신이 조씨부인의 손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유일한 탈출구인 죽음을 택한다.
정 감독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매력을 느껴 리메이크를 결심했다.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정 감독은 "왜 '위험한 관계'가 고전인지를 거기에서 느꼈다"며 "2026년에 만들만한 이야기이며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고전의 품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캔들'은 욕망을 가지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조씨부인과 조원이 벌이는 위험한 사랑 내기에 미망인 희연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발몽'(1989),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을 비롯해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장동건, 장쯔이, 장바이즈(장백지) 주연의 영화 '위험한 관계'(2012) 등 여러 차례 영화로 재해석됐다. 2018년엔 배우 우도환과 레드벨벳 조이가 주연한 MBC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로도 만들어졌다.
정 감독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같은 이름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두 작품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영화와의 연관성은 사실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제목을 다르게 가는 논의를 길게 한 적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남녀 로맨스에서 익숙하게 본 성별 구도를 뒤집는다. 사랑에 빠진 어린 남성을 주도하는 인물은 연상의 여성이고, 음란한 그림과 소문의 대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 역시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설정했다.
정 감독은 "고전소설이 가진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조원이 끝까지 조씨부인을 배신하지 못하는 결론이었다"며 "왜 18세기에 남자가 벗어나지 못하는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매우 흥미로웠고, 이게 새로 만들어질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뒤집힌 관계로 읽으면 매우 재미있는 도전이고, 인물 관계의 층위도 매우 입체적"이라며 "정경부인(강지은), 조씨부인, 희연, 은실(김지안) 등 최상층부터 노비까지 여성 캐릭터가 그 시대를 어떻게 헤쳐가는지 구조화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는 소설이 발표된 시기인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극 중 등장하는 왕을 정확하게 칭하지는 않지만, 아버지 사도세자나 화성 축조 등의 언급이 그가 정조임을 짐작하게 한다.
정 감독은 정조 시대를 "모든 것이 움직인 시기"라고 바라보며 "왕과 신분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신분과 관계 없이 개인이 자산을 소유하는 등 근대의 맹아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당시 시대가 작품의 주요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캔들'이 공개된 후 한복, 민화, 판소리가 보여주는 한국적인 미에는 호평이 쏟아졌으나, 배우들의 노출과 속도와 관능이 사라진 연출 방식엔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 감독은 여러 차례 "모든 게 제 책임"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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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배우들이 전라에 가까운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인 것에 대해서는 "사전 단계에 긴 시간을 들인다. 작품에 어떤 내용이 담기고, 어떤 장면을 어떻게 찍을 건지 미리 정보를 공유하고, 회사, 심지어 가족들과도 상의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브신을 성적 밀도를 높이는 것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작정했다"며 "성적 긴장감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묘사가 쌓이는 것을 명백하게 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혼례를 올리기도 전에 남편을 잃은 뒤 열녀의 의무를 강요받는 안희연을 연기한 나나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라는 지적에 대한 생각도 내놨다.
그는 "날것의 감정으로 연기하려고 저렇게 몸을 혹사하는 사람이 있나 싶은 정도였다. 그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첫 테이크를 카메라 2~3대로 동시에 찍으려고 꾸준히 노력했다"며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걱정되는 순간이 많았다"고 나나를 치켜세웠다.
정 감독은 '해피엔드'(1999), '은교'(2012), '썸바디'(2022) 등의 영화와 시리즈를 통해 사랑과 욕망, 금기와 일탈을 농밀한 연출로 화면에 옮겨왔다.
이런 자신의 연출법을 두고 "에로 감독"이라고 표현한 그는 "이젠 그만할까 싶다. 불편함이 본질을 잡아먹는 수준에 온 것 아닌가란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최근) 일종의 폭력에 관련된 묘사는 더 자극적으로 만드는 데 가속이 붙어 있고, 성적인 묘사는 명백하게 감속을 통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건강한 방향"이라며 "다음 작품은 사랑이 아닌 주제를 그리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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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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