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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박찬욱은 어떻게 감독이 됐을까…'나의 첫 번째 액션'

입력 2026-09-26 1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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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31인 데뷔 이야기 담은 신간 에세이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영화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 감독이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는 26살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 16㎜ 필름으로 단편 영화를 찍었던 경험이 계기였다. '앞으로 이 길이 내 길이다'고 결심한 그는 이듬해 미국으로 무작정 건너가 영화를 공부했다. 30살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 데뷔를 준비했다.


그러나 제작은 계속 무산됐다.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이 엎어지고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내니 그는 어느덧 40대가 됐다. 생계를 위해 아내와 구두 가게, 옷 가게를 운영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시나리오 쓰는 걸 멈추지 않았다. 3년 넘게 서른 번 고쳐 쓴 시나리오가 결국 영화 '범죄도시'가 됐고 그는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나이 47살이었다.


신간 '나의 첫 번째 액션'은 강윤성 감독을 비롯해 봉준호·박찬욱·장항준·최동훈·허진호 등 지금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감독들의 데뷔 분투기를 담은 에세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소속 감독 17명의 목소리를 담았던 '데뷔의 순간'(2014)을 개정하고 증보했다. 주성철 편집장을 비롯해 디지털 매거진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감독 31명을 인터뷰해 정리했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감독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은 제각각이다. 학창 시절부터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하고 영화 관련 학과에 진학하며 차근차근 길을 밟아온 경우는 흔치 않았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국제시장'(2014)의 윤제균 감독은 외환위기로 휴직할 때 쓴 시나리오가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대기업을 관두고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간 '명량'(2014)의 김한민 감독, 서울극장에서 영화 광고를 하다가 일이 지겨워져서 시나리오를 쓴 이준익 감독, 배우 출신의 방은진 감독 등 길은 다양했다. "영화로 데뷔하는 길에는 정답이 없다."(김한민 감독)


소위 '입봉'(감독 데뷔)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다. 강윤성 감독은 친구들이 과장, 부장이 될 나이에도 제대로 밥벌이를 못 했다.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은 데뷔하기 전 마흔이 다 되는 나이에도 어머니에게 하루에 만 원을 받아 생활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시리즈 '킹덤'(2018)의 김성훈 감독은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이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외면당한 뒤 7년간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다. 이런 어려운 길을 두고 '오케이 마담'(2020)의 이철하 감독은 아이돌이 되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윤제균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그런데도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영화를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유학 시절 돈을 아끼기 위해 차이나타운까지 가서 쌀을 산 뒤 자루를 짊어지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곤 했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의 임순례 감독은 시네마테크에서 1천편 가까이 영화를 봤던 그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떠올린다. '타짜'(2006)의 최동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욕먹고 고치는 과정이 가장 재밌어서 직접 각본을 쓴다.


힘든 시절을 버티기 위한 남다른 마음가짐도 있었다. 영화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는 박찬욱 감독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험담하는 것으로 힘든 시기를 견뎠다. 그는 "저것밖에 못 만들어?", "그 돈의 10분의 1만 나한테 줘도…"라며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화차'(2012)의 변영주 감독은 영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기로 하면서 좋아하는 테니스와 새 옷은 포기했다. 변 감독은 "목표할 것을 얻기 위해 버려야 할 욕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난다 긴다 하는 감독들의 초년생 시절 여러 에피소드도 담겼다. 봉준호 감독은 현장 연출부로 처음 슬레이트를 치던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새끼손가락이 슬레이트에 껴서 이상한 소리를 내 핀잔을 들었다. 윤제균 감독은 첫 촬영 날 '레디'와 '액션' 구호 사이에 카메라가 작동할 틈을 주지 않고 연속으로 외쳤다가 촬영 감독으로부터 제지받았다.


감독 지망생이라면 현실적인 조언을,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여러 뒷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를 느낄 듯하다.


한겨레출판. 1권 296쪽, 2권 280쪽.




신간 첫 번째 액션'

[한겨레출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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