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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매번 '종료 버튼'과 싸움…숏폼도 가볍게 만들 순 없죠"

입력 2026-09-15 1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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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WW 2026 콘퍼런스…"자극 넘어 좋은 작품으로 창작자 설득해야"


이병헌·오기환 감독 "권리 보장 시스템·유연한 사고 필요"

플랫폼 "질적 완성도 중요"…제작사 "투명한 데이터 공유 필수"




배우 이상엽

['BCWW 2026'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마치 시청자들과 함께 달리는 열차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화면 우측 상단의 빨간색 'X' 종료 버튼을 누르고 떠나지 않도록 계속 붙잡아두는 것이 매 순간 도전이었죠."


배우 이상엽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 2026' 콘퍼런스에서 낯선 숏폼 드라마에 도전한 소회를 달리는 열차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빠른 열차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쉼 없이 이야기를 건네야 하는데, 잠시라도 멈칫하면 열차는 기다려주지 않고 관객들은 바로 종료 버튼을 누르고 떠나버리더라"며 "처음엔 호흡이 너무 빨라 숨도 가쁘고 힘들었는데, 하면 할수록 점점 재밌어지고 스릴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무한 확장성: 숏폼이 바꾼 미디어 패러다임과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진행된 창작자 토론에는 이상엽을 비롯해 영화 '극한직업' 등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 영화 '작업의 정석'의 오기환 감독이 패널로 참석해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을 나눴다.




이병헌 감독의 발언을 듣는 배우 이상엽

['BCWW 2026'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글로벌 숏폼 플랫폼 드라마박스의 숏폼 드라마 '폭풍 같은 결혼생활' 주연을 맡으며 인지도 높은 기성 배우로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숏폼 시장에 발을 들인 이상엽은 이날 무대에 올라 생생한 현장 경험을 전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낯선 속도의 작업이기도 했고, 가볍게 소비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사람들이 가볍게 편하게 먹는 음식일지언정 만드는 사람이 가볍고 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아내의 말이 큰 자극이 됐다"고 떠올렸다.


이상엽은 숏폼 연기의 호흡에 대해 "연기의 본질에 큰 차이는 없지만, 서사가 차곡차곡 쌓일 시간을 주지 않고 감정의 시작부터 도착점까지 한 번에 내달려야 하는 데 차이가 있다"며 "모든 신이 작은 엔딩이었고, 매 순간 '무한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성 창작자와 배우들의 유입을 위해선 '좋은 선례'가 쌓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성 배우들이 숏폼을 선택하게 하려면 단순히 '시장 선점'을 앞세울 게 아니라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설득해야 한다"며 "짧은 시간 안에 깊이 있는 인물을 담아내는 성공 사례가 쌓여야 숏폼에 대한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짚었다.




이병헌 감독과 배우 이상엽, 오기환 감독, 진행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왼쪽부터)

['BCWW 2026'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존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정점을 찍었던 베테랑 연출자들 역시 숏폼이라는 새로운 문법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숏폼 드라마 '애 아빠는 남사친'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닌데 호기심에 가볍게 접근했다가 호되게 혼났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였는데, 숏폼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 기술적으로 아는 것도 없고 훈련과 정서적 적응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앞으로는 단순히 자극과 도파민, 복수극 위주의 서사를 넘어 장르와 감성의 다변화가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며 "능력 있는 배우와 작가 등 크리에이터를 숏폼으로 끌고 오기 위해선 창작자의 권리와 보상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업계가 함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기환 감독은 "제안을 받고 한 달 만에 촬영 준비를 끝내 세 편을 찍었다. 이후에도 영화 1편, 시리즈 6편, 숏폼 70개 분량을 찍고 있다"며 "평소 빨리 찍는다는 게 칭찬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숏폼 현장에서는 그게 장점이 되더라"고 웃음 지었다.


이어 "2009년 필름이 사라졌을 때 모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적응했듯, 숏폼 역시 미디어 변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기존 제작 방식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매체의 파도를 유연하게 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숏폼 플랫폼 '릴숏'의 베라 리우 UA 디렉터

['BCWW 2026'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진행된 1부 세션에서는 글로벌 플랫폼과 제작사가 바라보는 숏폼의 수익 모델과 구조적 딜레마가 다뤄졌다.


글로벌 숏폼 플랫폼 '릴숏'의 베라 리우 UA 디렉터는 "숏폼 시장은 양적 팽창의 단계를 지나 '질적 완성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면서도 "특정 작품만 보고 이탈하는 구독자를 붙잡지 못해 마케팅비가 치솟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플랫폼은 이들에게 '구독할 만한 가치'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 KT스튜디오지니의 정근욱 대표는 "스튜디오와 플랫폼이 상생하고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익 정산 전에, 콘텐츠가 어느 지점에서 수익을 내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지 트래픽과 반응에 대한 면밀한 데이터가 공유돼야 한다"며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정산도 투명해지고, 더 좋은 퀄리티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상생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스튜디오 호우와 KT스튜디오지니 등이 제작한 인공지능(AI) 기반 숏폼 드라마 '무신귀환록' 작품 일부를 공개하고, 제작 효율성 극대화와 지식재산권(IP) 확장을 위한 차세대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이창우 감독은 "AI와 숏폼의 결합을 통해 야외 촬영의 고통과 제작 리소스를 50∼60%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며 "거대 제작비 장벽 탓에 실사화가 어려웠던 한국의 수많은 웹툰·웹소설 슈퍼 IP들이 AI를 통해 글로벌 숏폼 드라마로 확장될 수 있는 개척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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