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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집 '시즈 더 데이' 발표…"노래의 힘 믿고 제 갈 길 가겠다"
저항 가요 등 40년 음악 여정…삶의 전환점은 김광석 죽음과 직장암 투병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가수 안치환이 8일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열린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8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이번 노래가 제 음악 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노래의 힘을 믿고 제 갈 길을 가겠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안치환이 올가을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담은 열다섯 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11개월 전 14집 '인간계'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었던 그는 이번에는 생일 축하, 부부 사이, 잘 익은 몇 개의 감, 삶의 회한 등 살면서 마주하는 소소한 소재와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안치환은 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쇼케이스에서 "내란의 주범은 감옥에 갔고, 경계를 계속해야겠지만, 이제는 일상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으쌰으쌰' 혹은 '토닥토닥' 해주는 노래가 필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며 "내란이 종식되는 날 신나게 놀아보려 했는데, 그 시기가 빨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상 혹은 시대라는 주제를 각각 나눠가며 노래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시위에 나갔다가도 집에 슬픈 일이 있다면 슬픈 노래를 만들 수 있다.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한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캐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가수 안치환이 8일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열린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2026.9.8 mjkang@yna.co.kr
'시즈 더 데이'는 안치환이 지난해 10월 14집 '인간계' 이후 11개월 만에 내놓는 정규앨범이다. 앨범 제목 '시즈 더 데이'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영어 번역으로 '오늘을 즐겨라' 혹은 '현재에 충실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안치환은 "14집을 낼 때는 내란의 시기를 겪던 때에 노래를 만들다 보니 시대성이 있고 메시지가 강한 곡들이 담겼다"며 "이번에는 내면을 다룬 다른 색깔의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담은 노래들이라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나는 오늘만 산다'를 비롯해 부부 사이 애환을 비유한 '티비 리모컨', 일본 교토에 있는 윤동주·정지용 시인의 시비에서 영감을 얻은 '동주와 지용 인 교토(in Kyoto)', 삶의 회한을 노래한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어' 등 15곡이 담겼다.
'나는 오늘만 산다'는 절친한 동생인 자전거탄풍경의 송봉주가 작사·작곡한 노래다. '나는 오늘만 산다'라는 유쾌한 구절이 반복되며 힘찬 응원을 건넨다.
타이틀곡 제목은 지난 40여년 간 세상과 타협 없이 뚜벅뚜벅 걸어온 안치환의 여정을 떠올리게도 한다.
안치환은 40여년 활동 가운데 절친했던 김광석의 죽음과 2014년 직장암 투병을 삶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이러한 일들을 겪고서 세상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TV 카메라 앞에 서면 몸이 굳는다는 그는 신곡도 '노래 자체의 힘으로 알리겠다'며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안치환은 "(TV가 아닌) 제가 마음대로 놀 수 있는 무대가 좋다"며 "엔터테이너(연예인)를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저는 아티스트이고 싶다"고 했다.
세상과 가까이 호흡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게 연예인이라면, 아티스트는 세상과 거리를 둘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가수 안치환이 8일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열린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8 mjkang@yna.co.kr
그는 "세상에서 나르시시스트를 꼽아 보자면 연예인만 한 게 없다. 그런데 이를 능가하는 인물이 정직한 나르시시스트이고, 그게 바로 아티스트"라며 "자신이 가려는 길에 얼마나 센 바람이 불든 거센 조류가 밀려오든 내 갈 길을 따라 항해하는 마음이 아티스트의 덕목"이라고 설명했다.
안치환은 1980년대 대학 노래패 활동을 거쳐 1989년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저항 가요와 포크 음악을 축으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히트곡을 냈다.
그는 "정치적인 노래를 하면 (호불호의) 골이 더 깊어져 노래하는 입장에선 불리하다"면서도 "저항 가요는 오래된 저의 일이라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됐다. (대중의 호불호란) 불리함을 감안해야 하는 점에는 주저함이 없다"고 소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도 마찬가지겠지만 국가의 폭력은 가장 야만적인 삶의 방해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게 없는 세상이 삶의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본다"고 저항 가요의 필요성을 짚었다.
안치환은 2022년 싱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을 발표해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외모를 풍자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를 건드리는 모든 것들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고 싶었는데 결코 쉽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힘든 일도 있었다"며 "세상에 대한 저의 순수한 외침이었는데 전혀 다른 프레임이 다가오다 보니 당황스러웠다"고 돌아봤다.
안치환은 신보 발매를 기념해 오는 18∼19일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단독 콘서트 '가을을 노래하다'를 열고 팬들을 만난다.
그는 "15집까지 앨범을 낸 아티스트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성의 있게 노래를 들으며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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