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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킹'도 안 되네…외화 속편 '무덤' 된 한국 극장가

입력 2025-01-18 08:00:01


작년부터 줄줄이 흥행 실패…관객 기준 높아 '이름값'만으로 관람 안 해


"전체 관객 수 감소한 영향도…'슈퍼 IP' 힘은 여전할 것"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최근 1년 사이 한국 극장가가 외화 속편의 무덤이 되고 있다. 전편의 후광을 업은 할리우드 대작마저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다.


한국 관객의 눈높이가 깐깐해져 작품을 보다 신중하게 고르는 만큼 앞으로도 '메가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관객의 선택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영화계에 따르면 디즈니 실사 영화 '라이온킹'의 2편 '무파사: 라이온킹'은 개봉 한 달째인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약 82만명을 기록했다. 평일 하루 관객 수는 2천명 수준으로 100만명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곧 극장에서 퇴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극장에 걸린 1편이 474만여 명을 동원해 그해 개봉한 외국 영화 가운데 흥행 7위에 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할리우드 속편의 약세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왔지만, 특히 지난해부터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인사이드 아웃 2'(879만명)와 '모아나 2'(350만명)를 제외하면 300만명을 넘긴 작품이 없다.


'조커: 폴리 아 되'는 61만명(전편 관객 수 528만명),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87만명(504만명),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90만명(205만명),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160만명(395만명), '쿵푸팬더 4'는 177만명(398만명) 등으로 속편 대부분이 전편과 비교하면 반절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24년 만에 나온 '글래디에이터' 2편 역시 90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흐름의 원인으로는 영화를 고르는 우리 관객의 기준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점이 거론된다. 극장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멀어진 데다 티켓값마저 오른 상황에서 더 이상 전작의 '이름값'만을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요즘 관객은 신작이 나오면 초반부 관객의 반응을 살폈다가 어느 정도 재미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제야 관람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프랜차이즈 외화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예전엔 1편을 재밌게 본 관객이 2편을 볼 확률이 70∼80% 정도였다면 지금은 절반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관객 수 자체가 대폭 줄어들어 팬데믹 이전 개봉한 전편과 이후 나온 속편의 성적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최근 실패한 외화 속편의 면면을 보면 문화적 차이 등 한국 흥행에 불리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엔데믹 후에도 우리나라 관객 수의 회복세가 더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국내 극장가 전체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3년 평균치의 55.7%에 불과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흥행작의 부재로 아이맥스(IMAX) 등 특별관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함에 따라 매출액 역시 코로나19 이전의 65.3%에 머물렀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에서는 영화 산업 쇠퇴가 굳어진 데다 한번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낮추기 어려운 만큼, 향후에도 할리우드 속편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 영화도 '범죄도시'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흥행이 지속되는 프랜차이즈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면서 "외화는 한국 영화보다 대중성이 약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올해 개봉하는 '주토피아 2', '아바타: 불과 재',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같은 '슈퍼 IP'(지적재산권) 영화의 힘은 여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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