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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 주민 "아침에 노래·기계소리 들려"… 軍은 "확인 안돼"
회담 제안 6일 만에…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 도발
29일 북한과 인접한 민간인통제선 내 마을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과거 대남 확성기 방송과 유사한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앞서 북한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문제 삼아 이달 중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험 방송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경기 파주시 대성동의 김모씨는 본지에 "오전 9~10시 사이 조용한 방송 소리가 들렸다. 기계 소리도 나고 노래 소리도 났다"며 "1시간 정도 희미하게 들렸고 중간중간에 이상한 소리도 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성동은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 마을이다. 대성동의 또 다른 주민 김모씨는 "새벽 시간대에 희미하게 이상한 방송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일촌에 거주하는 주민 박모씨는 "오전 벼를 수확하는데 북측에서 귀신 소리와 동물 울음소리 등 대남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며 "수년 전 북측에서 내보냈던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대성동의 한 주민은 "오전 6시 30분에 노랫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이어 귀신 소리 등이 작게 들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29일 "우리 군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가동 상황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 종합국감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가 사실무근이며, 잘못된 신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북한은 이날 낮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도 발사했다. 국방부가 지난달 서부 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을 계기로 지난 23일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공식 제안한 지 6일 만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회담 제안에 응할 뜻이 없다는 걸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가정보원과 군은 29일 남북의 경계선인 군사분계선(MDL)에 가까운 접경 지대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이뤄진 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석 국정원장은 '대남 방송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의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성동 주민 한 분이 신고한 게 잘못된 신고로 파악됐다"고 답변했다고 정보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GP·GOP 등 경계 병력과 감시 체계에 북한의 확성기 가동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동경비구역(JSA) 감시초소(GP)는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보다 더 군사분계선에 가까이에 있는데도 우리 군 감시 체계 등을 통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부 전선의 육군 1군단 예하 전방 부대들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로 추정되는 방송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주민들은 들었다는데 전방에 있는 군이 듣지 못했다는 것은 '미스터리'"라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은 지난 21일 "10월 중으로 대한국(對韓國)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全)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이후 MDL 인근에서 북한군의 확성기가 확인되기도 했는데, 군은 그 동향을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북한이 대남 확성기 가동을 재개한 것이 맞는다면, 지난달 21일 북한군 매설 지뢰가 폭발한 후 우리 군은 매설 지뢰를 일부 제거하는 정도의 상응 조치에 그쳤는데도 오히려 북한의 공세적 조치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날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파주 대성동과 DMZ 이남 민간인통제구역에 있는 통일촌 등의 주민들이 과거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과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여정은 지난 22일 대남 확성기가 "수일 안으로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난 이날 시험 방송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여정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발언 이후로 북한이 확성기 정비 작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북한이 시험 방송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공언한 대로 이달 안에 본격적인 대남 방송 재개가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출력을 낮춰 작은 소리로 들리도록 시험 방송을 했을 경우에는 지형 및 실·내외에 따라 청취 가능 지역이 다를 수 있다. JSA GP의 장병들은 실내에서 근무하고 있어 외부의 작은 소리는 듣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평지에서 야외 활동을 하는 주민들은 시험 방송 소리를 들었지만 장병들은 못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2024년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도 같은 해 7월부터 대남 확성기를 재개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도 같은 해 6월부터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했다. 우리 군은 이후 고정식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으나, 북한군은 확성기를 철거하진 않고 그대로 두며 정비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할 경우 '비례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북한이 뭔가를 한다면 우리도 당연히 비례적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가동할 경우 우리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이동형 대북확성기는 신속한 투입이 가능하지만, 고정형 대북 확성기는 현재 철거된 상태라 방송을 위해서는 수일간의 설치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은 약 250㎞를 비행했으며,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에 있다"면서 "한·미는 미사일 발사를 준비 단계부터 면밀히 감시했으며, 발사 직후 미사일을 탐지·추적했다"고 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17번째이고, 지난 12일 마지막 발사 이후 17일 만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600㎜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된다. 군은 이날 북한이 탄도미사일 외에 다양한 무기 체계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순항미사일이나 무인기(드론), 재래식 방사포 등 다른 무기들을 활용한 '섞어 쏘기' 훈련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기고자 : 양지호 기자 파주=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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