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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차박하며 동일본 일주한 이야기 - 4

입력 2026-10-30 1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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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6000km

스무 살 여름, 동일본 일주 한달 차박여행기

 

1화 처음 가는 길 https://humoruniv.com/pds1425752

2화 바다를 달리다 https://humoruniv.com/pds1428256

3화 뜻밖의 만남 https://humoruniv.com/pds1429802

 

 

4화. 계획변경


또 다시 아침입니다.

전날은 참 이상한 하루였어요.

 

노토반도에서 눈을 뜨고,

갑자기 어제 못 갔던 카페가 생각나서
100km 넘게 다시 후쿠이까지 내려갔다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낮잠까지 자고,

 

다시 가나자와로 올라와

천 년 전의 여성 문학가와
한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방문했어요.

 

오늘부터는 다시 원래 계획대로

동쪽으로 갑니다.

 

목표는 니가타.

 

그전에 어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가나자와를 조금 더 둘러보기로 했어요.

 

가나자와는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예요.

 

흔히 ‘작은 교토’라고 불릴 정도로
옛 거리와 전통문화가 정말 잘 남아 있고,

정원이나 성, 골목 풍경도 예쁜 곳이 많아요.

 

무엇보다 좋은 건
교토처럼 사람이 너무 바글바글하지 않다는 것ㅋㅋ

 

조용히 걷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옛 일본 분위기를 느끼기엔 정말 좋은 도시입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히가시차야가이(ひがし茶屋街)

 

가나자와를 대표하는 전통 거리입니다.

 

‘차야(茶屋)’라고 해서  

단순히 차를 마시는 찻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에도시대부터 게이샤들이 손님에게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을 선보이던  

유흥과 접객 공간이 모여 있던 거리예요.

 

지금도 나무 격자로 된  

전통적인 마치야 건물들이 길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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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기온과 비슷한 느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조용하고  

생활감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어요.

 

아직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전이라

골목 사이를 천천히 걸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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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문을 여는 가게들,

빗자루로 가게 앞을 정리하는 사람들.

나무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

 

어제까지 바다 옆을 자동차로 달리던 여행이었는데

차에서 내려 이런 골목을 천천히 걷고 있으니  

또 완전히 다른 여행을 하는 느낌입니다.

 

저녁에는 또 특유의 분위기가 참 좋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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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현 관광협회 발췌)

 


조금 특이한 성

 

이어서 간 곳은

가나자와성(金沢城).

 

가가번을 다스렸던 마에다 가문의 중심지입니다.

 

일본 성 하면 보통

오사카성이나 히메지성처럼  

커다란 천수각부터 떠올리실 텐데요.

 

가나자와성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는 거대한 천수각이 남아 있지 않고,

새하얀 벽과 검은 기와,

그리고 길게 이어진 망루와 성벽이  

성을 대표하는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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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처음 보면

 

“생각했던 일본 성이랑 조금 다른데?”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게 가나자와성의 매력입니다.

 

전쟁을 위한 요새이면서도

어딘가 굉장히 정돈되고 우아한 느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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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현 관광협회 발췌)

 

그리고 바로 옆에는

가나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가 있어요.



일본 3대 정원, 겐로쿠엔(兼六園)

 

가나자와의 겐로쿠엔은

오카야마의 고라쿠엔,

미토의 가이라쿠엔과 함께

일본 3대 정원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사진만 보면

연못 있고, 나무 있고, 돌 있고...

정도로 보일 수도 있어요ㅋㅋㅋ

 

저도 일본 정원을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왜 그렇게까지 유명한지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직접 천천히 걸어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일본 정원은 어떤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을  

정면에서 감상하는 곳이라기보다는

 

걸으면서 풍경이 계속 바뀌도록 설계한 공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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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만 움직여도

조금 전까지 보이던 나무가 연못을 가리고,

다시 돌아서면 그 사이로 다리가 나타나요.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연못의 굴곡까지

어디에서 바라볼지를 계산해서 배치했다고 해요.

 

그래서 빨리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것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마음에 드는 풍경이 보이면  

한동안 멈춰서 보는 거예요.

 

그래서 혼자 여행할 때 가장 잘 즐길 수 있어요.

누구 기다려줄 필요도 없으니까요.

 

사진 찍고 싶으면 사진 찍고,

그냥 앉아 있고 싶으면 앉아 있고.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녔습니다.

 

 

이제 진짜 동쪽으로

 

가나자와 관광은 여기까지.

다시 차에 올라탔습니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이시카와현을 빠져나오면

다음은 도야마현.

 

다만 이번 여행에서는  

도야마 시내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원래라면 도야마도  

천천히 구경할 곳이 많은 도시지만

 

이번에는 목적지가 따로 있으니까요.

계속 달립니다.

 

도야마에 들어오자  

창 밖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특히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내륙 방향 멀리

거대한 산들이 벽처럼 늘어서 있는 것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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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산맥(飛騨山脈).

흔히 일본 북알프스라고 부르는 산맥입니다.

 

3,000m급 산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라

평지에서 바라봐도 규모가 상당해요.

 

한쪽에는 바다가 있고,

반대편 멀리에는 거대한 산맥이 보이고.

그 사이를 자동차로 계속 동쪽으로 달립니다.

 

이때부터

“아, 정말 서일본을 벗어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조금씩 들었어요.

 

오사카에서 출발했을 때는  

홋카이도가 정말 멀게 느껴졌는데

 

후쿠이,

이시카와,

도야마를 하나씩 지나고 있으니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니가타현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현 경계를 넘어

니가타현(新潟県)에 들어왔습니다.

 

니가타는 정말 길어요.

지도에서 보면, 해안을 따라서  

세로로 길게 뻗어 있는 현이에요.

 

그래서 “니가타 들어왔다!” 한다고 해서  

니가타 시내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이날 쵸로미가 들어온 곳은  

니가타현 남서쪽.

 

조에쓰(上越)시를 지나  

가시와자키(柏崎)시 방향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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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지도에서  

재밌는 이름 하나를 발견했어요.

 

恋人岬.

코이비토미사키.

한국어로 하면 연인곶.

 

...

 

궁금한데요?



혼자 찾아간 연인곶(恋人岬)

 

かもめが鼻展望台(카모메가하나 전망대).

정식 명칭은 따로 있지만

‘恋人岬’이라는 이름으로 훨씬 유명한 곳이예요.

 

가시와자키의 해안 절벽 위에 있는 전망대로,

멀리 요네야마(米山)와 붉은색 요네야마대교가 

함께 보이는 곳이에요.

 

또, 날씨가 좋으면
사도섬이나 야히코산 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름 그대로

연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

 

이곳에는 서울타워의 자물쇠 공간처럼

난간에 자물쇠를 채워 사랑을 약속하는 공간이 있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커플들이 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혼자 장거리 차박여행 중인
스무 살 쵸로미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어때요.

혼자라고 오면 안된다는 법 있나요?

 

바다가 정말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해안을 따라 달려왔지만

 

바다는 장소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줬어요.

 

후쿠이의 바다는 바위와 절벽이 많았고,

노토의 바다는 조용했고,

 

여기에서는 높은 곳에서  

수평선을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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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멀리 보이는  

요네야마대교.

 

바다,

산,

다리.

 

셋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니  

생각보다 훨씬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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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여행지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냥 재미 삼아 들어왔는데

 

풍경만 놓고 보면  

혼자 와도 충분히 들를 만한 곳이에요.

 

또 여기 설치된 연인벨을 연인과 함께 울리면

행복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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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뎅뎅 ㅠㅠㅠㅠ


두고봐라...

다음번엔, 

반드시...

연인과

오겠다...

 

제 눈앞이 흐려지는건

습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아직 더 달려야 해요.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부르릉

늘 듣던 엔진 소리.

별 이상 없어 보였습니다.

 

기어를 넣고 다시 도로로 나왔어요.

 

조금 달렸을 때였습니다.

신호에 걸려 무심코 계기판을 봤는데

뭔가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

노란색 아이콘과 메시지.

엔진 모양.

 

처음에는

“원래 저게 켜져 있었나?”

싶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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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경고등.

순간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치리하마 해변도로에서 모래가 들어갔나?'

'연인곶에 혼자 가서 심술부렸다고 저주를 내렸나?'

 

아니.

저 지금

오사카에서 5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요?

 

그리고 앞으로

홋카이도까지 가야 하는데요???



여행에서 제일 보기 싫은 그림

 

일단 차를 세웠습니다.

엔진 소리를 들어봤어요.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진동도 특별히 심하지 않고,

연기도 안 나고, 냄새도 이상하진 않았어요.

 

수온도 정상. RPM도 정상

차가 당장 멈출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불은 켜졌지만 잘 굴러가네?”

하고 계속 달릴 수도 없습니다.

 

엔진 경고등은

센서 하나의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점화계통이나 연료계통처럼
장거리 주행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아오모리까지 올라가서
배를 타고 홋카이도에도 가야 해요.

 

갑자기 차가 완전히 멈추면

그때부터는 여행이 아니라
재난 다큐멘터리입니다.

 

휴대폰을 꺼내

근처 자동차 정비소를 검색했어요.

 

 

계획 변경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니가타 시 부근까지 이동해서
차에서 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차부터 봐야 합니다.

 

다행히 보험사를 통해 렉카를 불러

가장 가까운 정비 가능한 곳을 찾아 이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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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별거 아니어라.

그냥 센서 하나만 고장 난 거여라.

계속 그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조에쓰의 정비소에 도착한 후

직원분께 상황을 설명했어요.

 

장거리 여행 중인데

조금 전부터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고,

 

현재 주행 자체에는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차를 한 번 확인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직원분이 차를 받아 점검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쵸로미는 정비소 한쪽에서

제 차가 리프트 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천 년 전 문학 이야기를 하고,

오늘 아침에는 아름다운 일본 정원을 걷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니가타현 조에쓰의 정비소에서

제 여행이 계속될 수 있을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드트립이 자유로운 이유는

계획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제 그렇게 신나게 말했는데...

 

제가 계획을 바꾸는 것과

차가 강제로 계획을 바꾸는 것은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고요ㅋㅋㅋㅋㅋ


과연 별것 아닌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한 달 차박여행의 첫 번째 위기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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