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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오랫동안 잘못 안고 살아온 오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 제게는 경주라는 도시가 그랬습니다 . 아주 오래전 ,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찾아갔던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기억에서 시작됐습니다 . 식당 이름조차 이제는 아련하지만 , 그날 점심 식사는 참 부실하고 형편없었습니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만치 떨어진 선생님들 상에는 호화롭고 풍성한 반찬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 어린 마음에도 ‘ 참 이상하다 . 경주는 관광객만 많고 음식은 비싸기만 한 헛헛한 곳인가 보다 ’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그 씁쓸했던 기억 때문이었을까요 . 저는 수십 년 동안 경주를 ‘ 음식은 별로 기대할 게 없는 도시 ’ 라고 마음 한구석에 가둬두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계절이 깊어가는 가을 , 황금빛 안강평야와 푸른 동해를 품은 경주를 수없이 오가며 그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 천년 신라의 숨결이 켜켜이 쌓인 이 도시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 어쩌면 돌로 남겨진 유적만큼이나 오래되고 , 사람들의 손끝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 . 바로 경주의 음식 이었습니다 . 생각해 보면 경주는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넓은 평야에서는 곡식이 자라고 , 산과 들에서는 갖가지 나물이 나고 , 동쪽 푸른 바다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이 올라옵니다 . 산과 들과 바다가 한자리에서 만나고 , 천년 수도의 오랜 시간이 그 위에 더해졌으니 그 재료들이 사람들의 밥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요 . 특별한 기교를 부리기보다 우리 땅에서 난 재료의 맛을 살리고 ,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넉넉한 마음을 담은 음식들이었습니다 . 첨성대가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듯 ,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밥상에도 수십 년 ,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이어져 온 사람들의 시간과 손맛이 있었습니다 .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경주에는 돌로 쌓은 국보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 사람들의 밥상 위에도 오래 지켜야 할 국보급의 맛이 있구나 . 이번 주말 , 혹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시다면 경주도 참 좋은 곳이겠습니다 . 첨성대도 보고 , 오래된 골목도 걷고 , 황금빛 들판을 지나 동해까지 달려가 보십시오 . 그리고 걷다가 배가 고프면 그곳에 오래 자리를 지켜온 고향집 같은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밥 한 끼 드셔보시지요 . 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거대한 유적만은 아닐 겁니다 . 때로는 국 한 그릇 , 밥 한 숟가락 , 주인장의 무심한 인사 한마디 속에서도 그 도시가 살아온 시간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 황금빛으로 물든 경주의 들판과 오래된 돌담길 , 그리고 따뜻한 밥 한 끼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 이 예쁜 가을빛이 친구님들 마당에도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랍니다 .^^ * 글로 다 담지 못한 경주의 가을 풍경과 깊은 맛의 여정은 아래 영상에서 차분하게 이어집니다 . https://youtu.be/bm8inx6BtDo?si=30LGw8WqA2Odft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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