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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은 축적될 수 없다. 많은 실전경험이 숙련병을 양성한다는 신화

입력 2026-10-06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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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실전경험을 통해서 숙련된 군인들을 모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음. 한국전쟁 당시 국군의 전투력 향상은 개전 초 엉성했던 군대가 북한, 중국 두 강적을 상대로 실전경험을 쌓아나갔다는 일종의 영웅서사에 어느정도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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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수감쇠 모델을 따라 '생존 함수'를 돌려보면 이런 영웅서사는 깨질 수밖에 없음.


현실적으로 1950년 11월, 국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을 때 6사단에서 싸우던 소총수가, 1951년 용문산 대첩 때 '결사' 철모를 쓰고 돌격하던 6사단 소총수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그건 통계적 오차가 만들어낸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수에 불과할 것.


당장 앞에서 말한 용문산 전투를 보면 금성 전투와 800일의 시간 차이가 있고 최전선 소총수 1명이 하루를 무사히 넘길 확률을 넉넉히 99.5%로 잡더라도 800일이 지나면 생존율은 1.8%가 되버리거든.


그렇게 1.8%의 확률을 뚫고 1중대를 지탱하는 단 2명의 베테랑 간부가 남아있더라도 6사단은 이윽고 금성 대전투라는 전례없는 중공군 대공세 앞에서 다시 한 번 생존을 시험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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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VS이재호전에서 나온 32킬 영웅 드라군같은 사례가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거의 전무한 케이스듯이 드라군이 '무려' 6분 넘게 생존하는 것도, 32킬하는 것도 극단적인 소모전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니까.


아무튼 시작 부분에서 말을 좀 빙빙 돌렸지만 지수감쇠 모델로 소모전을 분석하면 베테랑의 축적이라는 것은 불가능함.


베테랑은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소모되며 특정 부대의 정예도는 각개전투원의 생존이 아닌 끊임없이 소모되는 최전선 소총수의 양을 채울 수 있을 만큼의 보충병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논증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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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 N₀ · (1 - p)ᵗ

N₀=초기 투입된 병사의 수

p=전투 1회 당 손실

t=전투 참가 횟수

N(t)=전투에서 살아남은 병사의 수


라는 지수감쇠 모델에 이제 숫자를 채워보자.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평균적인 우크라이나군 보병 100명을 N₀, 전투 1회 당 손실은 0.05로 잡았다고 치면 전투 1번에 고작 5명의 사상자만 생기니 제법 감당 가능한 손실으로 느껴질 수 있음.


그런데 소모전의 무서운 특징은 전투 1회 당 손실(p)가 계속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거.


20번의 전투를 치루면 첫 100명 중 고작 35.8명이 남고 50번 전투를 치루면 살아남은 병사의 수는 7.7명으로 급감함.


일정 수준의 손실률에 계속 갈려나가기 때문에 베테랑을 축적한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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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애초에 정예화된 부대는 다를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를 예시로 들어서 이쪽은 손실률이 일반 부대보다 2배 낮은 2.5%라고 가정해봐도 50일 전투를 벌이면 고작 28.2명만이 생존해있고 100일 연속 전투를 벌이면 고작 7.9명만 남아있게 됨.


손실률을 무려 2배 낮춘 것이 처음에는 의미가 있어도 결국 지수법칙을 따라 전투 횟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손실률이 낮고 뭐고 그냥 부대를 거덜나게 만드는 것


그냥 쉽게 생각해보면 프테전에서 프로토스가 처음 뽑은 질럿이 게임 시작할 때 살아남을 확률이 있기는 할까? 라는 의문을 가져보자.


시즈탱크한테 두들겨 맞고 마인 밟고 셔틀 타고 가다가 셔틀 터지는 등 오만가지 방법으로 질럿 수백마리가 나와서 수백마리가 죽어나가는데, 게임 끝나기 1분 전에 나온 질럿도 생존을 장담 못하는데 첫 질럿이 살아서 게임을 끝낼 확률은 그냥 없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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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6월 7일 노르망디에 도착할 무렵의 미 2사단과 벌지전투 때의 미 2사단. 노르망디에서 처음 전투를 치룬 병사가 벌지까지 남아있을 확률은 낮았지만 그래도 미 2사단은 그때보다 강해져 있었음) 


결론적으로 소모전에서 '개인'의 무적화나 정예화는 달성할 수 없음


하지만 1대대, 1연대 등 부대 규모의 정예화는 달성 가능하며 이건 전적으로 병력 보충의 효율화에 달려있음


제2차 세계대전을 예로 들자면 미 육군은 군대 규모에 비해 적은 사단 숫자(89개)를 운영하되 거대한 보충대를 유지하면서 손실이 일어난 부대에 즉각적으로 보충병을 꽂아주는 개별보충시스템을 사용함


반대로 영국과 독일은 인구가 받쳐주는 선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당장 서류상의 사단급 이상 전투부대 숫자를 늘리되 A사단이 전투를 어느정도 치루면 B사단과 교대하는 부대교대제도를 사용했음


그 결과는 어땠을까?


미군 보병사단들은 전쟁 후반까지 정예도를 유지했음.


물론 그건 미군 보병들이 죽지 않아서 나온 결과가 아니었고 미군 보병대대의 사상률은 영국,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쟁 중에 290%에서 300%를 넘나들었고 평균적으로 85일~100일 전투를 치루면 사상률 100%(부대 이름은 같은 1대대라도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이 완전히 바뀜)를 찍었음.


하지만 30일 동안 살아남은 베테랑 부사관 로버트가 죽으면 29일 동안 살아있던 사병 샘슨이 부사관으로 진급해서 대신 분대를 이끌었고 다음 날에 샘슨의 다리가 날아가면 28일 동안 싸운 존이 분대장을 다는 방식으로 끊임없는 순환이 이루어졌고 '정예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지언정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데는 성공함


그런데 영국과 독일은?


영국은 제한된 보충대 풀로는 고강도 소모전에서 서류 상의 사단 숫자를 절대 유지할 수 없었음.


이미 1940년부터 A사단 병력이 부족해지자 멀쩡한 B사단을 해체해서 A사단에 편입시키는 사단 붕괴가 밥먹듯이 일어났고 얼스터 출신들로만 창설된 로열 얼스터 라이플 연대가 전쟁 중반에 이미 징집할 아일랜드인이 없어서 그냥 런던 청년들로 채워지는 등 난리가 남.


독일이야 뭐... 20~40대 남성 다 죽어서 튀어나온 국민돌격대를 굴렸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리.


이 차이를 단적으로 보면 노르망디에서 싸운 미군 제2보병사단과 독일 제3공수사단은 1944년 12월 아르덴 숲에서 다시 맞붙었을 때 한쪽은 노련한 베테랑 취급을 받았고 다른쪽은 폐급으로 변해있었음.


미 2사단과 독 제3공수사단 모두 노르망디에서 엄청난 소모를 겪었지만 2사단은 날마다 사상자가 난 만큼 보충병을 꽂아줘서 전투력을 유지한 반면, 44년 겨울의 3공수사단은 노르망디에서 이미 전멸한 부대를 겨우 재건한 부대였으니까 사실상 노르망디 때와 비교하면 단대호만 같은 부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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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정예화는 놀랍게도 상당 부분 보충병들이 얼마나 팍팍 들어와주느냐에 따라 달려있음.

지속적인 보충이 없으면 걍 숙련병이고 나발이고 계속 갈려나갈 뿐임. 

이 때문에 전투 후에 휴식과 보충이 중요한거임.


그럼 특수부대는 뭐냐? 


특수부대는 일반 부대가 수행 불가능한 작전에 짧게 써먹은 뒤 전선에서 빼주고 재편성하는 시간을 갖기에 일정 수준의 손실률에 계속 잡아먹히는 최전선 보병과 달리 지수감쇠 모델을 안 따르니까 고지전 때의 국군이라던지 2차대전 독일군같은 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음.


일반 보병보다 잘 싸운다고 고강도 소모전에 집어넣으면 뭐... 잘 싸우기는 하는데...


모가디슈 전투 때 제75레인저연대 3대대 B중대는 약빤 해적들이랑 총질하고도 손실률 30% 가량을 찍었는데 이대로 며칠 더 싸웠으면...?


결론은 일반적인 전투부대는 우리가 아는 백전노장을 양성하는게 불가능 하고, 충분한 휴식과 재편성이 있을 때 부대 차원의 전투력은 개선 및 유지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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